[기자수첩]

제약산업 '양질호피' 되지 않길

을미년 새해가 밝았다. 제약산업도 그 어느 때보다 희망찬 포부를 안고 새해를 맞는 분위기다.

전 세계 제약산업 시장규모는 이미 1000조원을 돌파했다. 이는 자동차산업과 반도체·전자산업을 합친 것보다 크다. 더욱이 인구고령화와 건강에 대한 관심 증가 등으로 제약산업은 지속적으로 성장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이에 우리 정부도 제약산업을 미래성장동력으로 선정하고, 2020년에는 '세계 7대 제약강국'이 되겠다는 목표를 정했다. 이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제약사의 노력과 함께 정부의 적극적인 관심과 투자가 필요하다.

하지만 이런 목표가 자칫 양의 몸에 호랑이 가죽을 걸치는 꼴이 되지 않을까 우려된다. 정부가 발표한 2015년 계획에는 정부의 제약산업에 대한 관심과 육성 의지를 찾아보기 힘들다. 제약산업의 가치에 대해 정부 관계자들의 이해가 부족한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제약산업은 지난 우리 경제를 이끈 일반 제조업과는 다르다. 신약이 개발되기까지 평균 1조~2조원의 비용과 평균 10~15년의 개발기간이 투자돼야 한다. 평균 3년이면 성과가 나타나는 다른 산업과 큰 차이가 있다.

또한 제약산업은 우리나라에서 창의와 혁신이 충분히 인정받지 못하고 있는 대표적 산업이다. 많은 시간과 비용을 투자해 개발된 신약들의 가치는 평가절하되는 측면이 있고 오히려 반복적 규제로 가치가 지속적으로 하락하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매년 반복되는 예측불가능한 정책환경은 제약사가 신약개발에 투자할 엄두도 못 내게 하고, 신약개발 경험이 축적된 글로벌 기업들의 투자는 중국 등에 뺏기고 있다. 또한 국내 기업들의 해외진출에도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자동차산업이나 반도체·전자산업, 정보기술(IT)산업을 성장시킨 경험을 제약산업 육성에도 반영해야 한다. 정부의 적극적인 관심과 정책적인 지원, 충분한 가치 인정을 통해 기업 스스로 성장·발전할 수 있는 선순환 환경 조성이 삼성전자나 현대자동차를 지금과 같은 글로벌 기업으로 만들었다.
글로벌 제약강국이 되기 위해서는 국내 제약산업이 가야 할 길도 이와 다르지 않다.

새로운 70년을 만드는 준비는 내실을 튼튼히 다지는 것에서부터 시작해야 하지 않겠는가. 목표와 선언만으로 핵심 미래성장동력인 제약산업에서 우리의 위상을 높이고 제약강국이 실현되지는 않는다. 양의 몸에 호랑이 가죽을 걸친다고 호랑이가 되지 않기 때문이다.

hsk@fnnews.com 홍석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