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특별기고] 경영권 빼앗기보다 부활 기회를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5.01.04 17:26

수정 2015.01.04 21:58

[특별기고] 경영권 빼앗기보다 부활 기회를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기업인 처벌 완화의 타당성을 언급했던 경제부총리에 대한 의원들의 질타가 있었다. 경제부총리는 기업인에게 특혜를 주자는 것이 아니라 역차별을 우려하는 의미였다고 대답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반기업정서에 대한 우려를 표현한 것으로 이해된다.

언제부턴가 반기업정서가 우리 사회를 지배해 왔다. 반기업정서로 지난 17년간 미국 경제전문지 '포천'이 선정한 글로벌 500대 기업 수에서도 우리나라는 제자리걸음했다. 국내총생산(GDP) 순위도 외환위기 직전인 1997년 11위에서 현재는 15위로 밀려나 있다.



이에 대해 정치권은 여전히 그 책임을 기업인들에게 전가하고 있는 듯하다. 기업인들을 사면했음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사내유보금만 늘고 투자는 줄었기 때문에 기업인 처벌 완화는 오히려 독이 된다는 정서다. 그러나 기업인에 대한 엄한 형사처벌만이 우리 경제를 살리는 길인지는 재고해 볼 필요가 있다.

지난해 9월 재벌닷컴에 따르면 자산 100억원 이상 상장사와 비상장사 3만여개사의 평균수명이 16.9년(일본 35.6년)이다. 또한 국내 기업 중 창업한 지 100년이 넘은 기업은 7개에 불과하며, 창업 50년이 넘은 기업도 전체의 2%다. 일본이 지난해 기준 1425개사가 창업 100주년을 맞았다고 하는 통계와 비교할 때에 국내기업의 수명이 얼마나 짧은지 알 수 있다.

물론 무리한 사업 확장, 경쟁력 미확보, 정경유착, 회계불투명 등 기업의 잘못도 있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는 우리 사회가 기업들에 패자부활 기회를 주는 데 인색했던 것은 아닌가 반문해 볼 필요가 있다.

그동안 법·제도상으로 자율협약이나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 등과 같은 패자부활을 위한 제도들이 있었다. 그러나 사실상 대우그룹 회장을 지낸 모 회장이 아직도 억울하다는 하소연을 하고 있는 점들을 고려해 보면 우리나라의 기업 패자부활제도는 여전히 효율성이 떨어지는 제도라고 평가할 수 있다. 패자부활의 핵심은 패배한 자에게 다시 기회를 주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즉 실패한 경영자에게 다시 기회를 줘야 패자부활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그러나 현재는 앞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일단 경영판단을 잘못해 기업이 부실해지면 최고경영자(CEO)는 구속수사와 재판을 받고, 경영권을 박탈당한 후 횡령 및 배임죄 등으로 유죄판결을 받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그리고 여권에서는 경제위축을 이유로 사면 등을 주장하고, 야권은 유전무죄를 거론하면서 이를 비판해 왔다. 최근 발생한 STX, 태광, 효성, SK, CJ 등 오너에 대한 형사처벌도 대부분 그 전철을 밟고 있는 듯하다.

그러나 기업경영과 관련한 형사처벌 문제는 근본적으로 인과응보보다는 최근 회자되는 '기업이 살아야 나라가 산다'는 명제하에 패자부활 기회 제공이라는 관점에서도 접근할 필요가 있다.

어찌 보면 패자부활 기회를 준다는 것은 장수기업으로 재탄생해 국가와 사회에 보은할 기회를 준다는 의미로도 해석할 수 있다.

실패한 경영에 대한 구속수사와 재판이 관행화되고, 실패한 경영자에 대한 경영권 박탈이 일상화된 우리 기업현실을 고려할 때 경제부총리의 국회 답변에 공감이 가는 것은 어찌 보면 인지상정이 아닐까 한다.


전삼현 숭실대 법대 교수 기업법률포럼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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