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서민 위한 임대주택 늘려야

"지인이 연초부터 다섯째 아이를 임신했다는 소식을 들려줬어요. 그 소식을 듣는 사람들이 다들 외벌이 가정의 생계부터 걱정하고 있는데 그나마 다행인 것이 '로또'와 같은 장기전세주택에 당첨돼 살고 있다는 것이네요."

최근 후배가 들려준 '복 받았지만 한편으로는 걱정스러운' 한 가정의 이야기다. 확실히 알 수 있는 것은 이제 보금자리주택이 '로또'였던 시절이 가고 장기전세주택(시프트)이 서민들의 '로또'로 떠오르고 있다는 것. 최장 20년을 마음 편히 살 수 있고 전세보증금이 인근 전세 시세의 80% 수준이라는 점에서 실제 지난해 장기전세주택 청약경쟁률이 평균 수십대 1을 기록하기도 했다.

아주 싸게 집을 살 수 있거나 아니면 집값이 뛰는 지역의 집을 사지 않는 이상 집을 사는 이를 쉽게 찾아볼 수 없게 됐다. 빚을 내 집을 사놓고도 집값이 떨어져 빚더미에 허덕이는 '하우스푸어'의 공포가 곳곳에 도사리고 있어서다. 실제로 부동산 정보업체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 아파트의 평균 거래가격은 4억5000만원 선이고 3억원 초과~4억원 이하 아파트가 가장 많이 거래된 것으로 조사됐다. 30세 미만이 8788만원, 30대가 평균 2억3115만원, 40대가 3억3072만원의 자산을 갖고 있다는 통계청의 연령대별 자산규모 평균치로 봤을 때 사실상 빚을 내지 않고서는 쉽게 살 수 없는 규모인 것이다.

그렇다고 마냥 전세만 살기에도 어려움이 있다. 지난해 전국의 전셋값은 6.47% 상승했으며 특히 서울은 6.82% 오르며 평균을 넘어섰다. 매매가 대비 전세가 비율은 지난해 12월 1998년 조사 이후 처음으로 70%를 기록하기도 했다. 껑충껑충 뛰어오르는 전셋값에 '기왕 빚을 진다면 조금 더 져서 사버리자'는 수요까지 몰려 지난해 강북권을 중심으로 매매거래가 대폭 늘기도 했다. 지난해 잇따라 부동산대책이 발표되면서 매매거래가 늘기는 했지만 이 같은 결과를 초래한 데는 전세난이 더 일조했다는, 마냥 웃어넘길 수 없는 평가도 있다. 무엇보다 지난해 부동산시장 정상화를 위해 나온 대책들이 집을 살 여력이 안돼 전세나 월세를 사는 대다수의 서민은 소외시켰다는 지적도 있다.


새해 서울지역 장기전세주택이 1800여가구만 공급되는 등 과거에 비해 대폭 감소했다. 저렴하면서도 안정적인 임대주택에 대한 서민들의 목마름이 어느 때보다 심각한 상황이다. 무엇보다 어쩔 수 없이 빚을 지는 상황에 내몰려 집을 사는 것이 시장 정상화인지를 다시 한번 생각해봐야 할 때가 아닌가 싶다.

nvcess@fnnews.com 이정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