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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의 삶] (3) 외롭고 높고 쓸쓸한… 고난의 행군 '취업준비軍'

김병덕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5.01.05 17:16

수정 2015.01.05 17:41


졸업하면 백수… 무서운 취업난

[한국인의 삶] (3) 외롭고 높고 쓸쓸한… 고난의 행군 '취업준비軍'

앞이 보이지않는 취업전쟁터를 오늘도 걷습니다. 스펙만 쌓으면 좋겠지만, 낮에는 알바도 해야합니다. 졸업한지 석삼년, 서른인데 '직장인의 꿈'은 언제쯤 이뤄질까요
1. 졸업을 앞둔 지방대생 A씨. 지난해 하반기 취업시즌에 기업 두 곳의 최종면접까지 올라 갔지만 마지막 관문을 통과하지 못해 한동안 후유증에 시달렸다. 면접을 위해 지방과 서울을 오갔던 그는 연말이 돼서야 마음을 다잡고 다시 취업준비를 시작했다.

2. 졸업을 유예한 B씨는 집안 형편이 넉넉지 않다. 취업 준비를 해야 하지만 경제적 사정 때문에 평일 저녁과 주말에는 아르바이트를 하고 낮시간에 공부를 한다.
하지만 각종 대외활동을 하면서 쌓는 스펙은 '그림의 떡'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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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중·고등학교는 대학에 가기 위한 일종의 징검다리다.' 이게 우리의 현실이다. 사교육비, 자율형 사립고, 대학수학능력시험 등 세상을 들었다 놨다 하는 이슈들도 따지고 보면 좋은 대학을 가기 위한 변수 중 하나다. 이렇게 천신만고 끝에 대학 입성에 성공하지만 '캠퍼스의 낭만'은 오래 전 얘기다. 다만 입시지옥에서 취업지옥으로 자리를 옮겼을 뿐이다.

[한국인의 삶] (3) 외롭고 높고 쓸쓸한… 고난의 행군 '취업준비軍'

■대졸자 10명 중 4명은 '미취업'

5일 교육부에 따르면 2014년 일반대, 전문대 등 각종 대학과 일반대학원을 합친 531개 고등교육기관 취업대상자 48만4729명 중 실제 취업자는 28만4116명으로 취업률은 58.6%에 그쳤다. 지난 2011년 58.6%였던 취업률은 2012년 59.5%, 2013년 59.3% 등을 기록하며 60%를 넘지 못하고 있다.

4년제 일반대학만 따져보면 수치는 더 떨어진다. 한국교육개발원 자료를 보면 지난 2011년 54.5%였던 4년제 대학 졸업생의 취업률은 2012년 56.2%, 2013년 55.6%, 2014년에는 54.8%로 오히려 감소하고 있다.

취업률 감소의 직접적인 원인은 기업들의 채용 축소다. 실제로 대한상공회의소가 매년 발표하는 500대 기업 채용전망은 2011년 265개사 2만4692명, 2012년 262개사 2만8412명, 2013년 252개사 3만2521명, 2014년 243개사 3만902명으로 나타났다.

얼핏 증가 추세로 보이지만 2011년 채용계획은 전년도 실제 채용인원보다 3.7% 줄어든 것이고 2012년에는 1.3%, 2013년 1.3%, 2014년은 1.5%를 줄인 규모다. 결국 기업들이 채용계획보다 작은 인원을 뽑고 있고 규모도 줄이고 있다는 얘기다.

취업정보기업 잡코리아 관계자는 "지난해 하반기 매출액 상위 100대 기업 중 삼성전자와 현대차를 제외하면 평균 한자릿수로 채용을 줄였다"면서 "삼성-한화그룹 간 사업 매각 때문에 올해는 채용이 어떻게 진행될지 예측하기가 힘든 상황"이라고 말했다. 특히 "경기가 좋을 때는 기업들이 연말에 이듬해 채용계획을 확정하는데 지난해에는 그런 곳이 거의 없었다"고 덧붙였다.

■고용시장 '숨통'이 안 트인다

문제는 취업 준비생과 신입사원 채용 간의 수급 불균형이 해소될 기미가 안보인다는 것이다. 대졸 취업시장에는 매년 수십만명이 쏟아져 나오고 취업 재수생들도 이에 가세하지만 이들이 원하는 좋은 일자리는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결국 상위 레벨이 아닌 차순위의 직장을 찾아야 하지만 쉽사리 받아들이지 않는 게 현실이다. 취업 재수생, 3수생이 나타나는 이유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보다는 선 취업, 후 이직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잡코리아 관계자는 "평생직장의 개념이 사라졌다는 점에서 일단 일을 배우고 경력을 쌓아 이직을 하는 게 취업 재수, 3수를 하는 것보다 수월하다"는 의견을 내놨다. 특히 "사기업에서는 첫 직장에 오래 근무하는 경우가 많지 않다"고 전했다.

채용시장의 수급 불균형이 해소되지 않는 한 이 같은 고민은 계속될 전망이다.

한국경제연구원 이진영 박사는 "우리나라는 경제규모에 비해 대졸자들이 너무 많은 것도 사실"이라며 "대졸자들의 숫자가 파격적으로 줄어들지 않는 한 이 같은 현상은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주변 환경도 대졸자들에게 불리하다.
사회적으로 정년 연장이 이슈화되면서 고령층의 고용률이 높아지게 되고 이는 곧 청년실업이 계속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경기가 좋아져도 기업들은 신입보다는 경력사원을 선호할 가능성이 크다.


이 박사는 "단기적인 처방은 정부가 대졸자에게 양질의 일자리를 공급해주는 것이지만 지금까지의 정책을 봤을 때 쉽지 않을 것 같다"면서 "결국 경기가 좋아지고 대졸자들이 줄어드는 것이 맞물려야 취업난이 해소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cynical73@fnnews.com 김병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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