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장칼럼]

이상적인 가족기업이 되려면

"가석방이라니 무슨 소리야?"

최근 정·재계에선 기업인 가석방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무르익었다.

하지만 지난 5일 정·재계 인사들이 한자리에 모인 경제계 신년인사회는 분위기가 전혀 달랐다. 기업인 가석방을 건의했던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언론에 기업인 가석방 얘기를 전혀 꺼내지 않았다. 한 의원은 "가석방이라니 무슨 소리야"라는 반응을 보였다.

재계 인사들도 말을 아꼈다. 유일하게 입을 뗀 사람은 허창수 전경련 회장(GS그룹 회장)이었다. "경제활성화 차원에서 기업인을 가석방하는 것이 좋겠다"고 조심스레 한마디 했을 뿐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오는 자리에 눈치를 볼 수밖에 없었던 까닭이다. 아니면 국민 여론을 의식할 수밖에 없는 청와대의 분위기가 이날 참석자들에게 어느 정도 알려진 것인지도 모른다.

기업인 가석방에 대한 목소리가 커지자 이미 청와대는 "법무부의 고유권한"이라며 발을 뺀 바 있다.

이날 신년인사회에선 황교안 법무부 장관의 모습도 보이지 않았다. 가석방과 관련한 행정처분을 담당하는 부처가 법무부다. 당초에 참석이 예정돼 있었지만 불참하게 된 것을 보면 청와대와 법무부 모두 기업인 가석방에 대해 조심스러운 태도라는 것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기업인 석방 무드는 어느 정도 조성됐지만 왜 국민 여론이 부담스러운가에 대해선 한번 더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특히 언론에 나오는 키워드인 '기업인'이 '대기업 오너'를 지칭하는 말임을 따져볼 때 말이다. 오너가 진두지휘하는 소유경영은 신사업을 하거나 발 빠른 혁신을 도모하는 데 매우 효과적이지만 국민들이 부정적으로 보는 요소 또한 많다. 사업과 관련한 자금을 집행하는 과정이 투명하지 못할 수 있고, 오너의 판단착오나 경영상 부도덕한 행위를 관리감독하는 것도 매우 어렵다.

이 같은 취약한 요소를 깬 기업들은 서구권의 가족기업에서 찾아볼 수 있다.

350여년간 성장해온 독일의 화학기업 머크가 대표적이다. 머크 가문이 13대째 회사를 소유하고 있지만 가문의 일원이 전문경영인에게 간섭하는 경우가 거의 없다고 한다. 전체 지분의 70%는 가족들이 가지고 있지만 실제 머크를 경영하는 회장은 외부에서 영입한 전문경영인이다. 자신의 가문에 믿고 편입시킨다는 의미로 '입양(adotp)'이라는 표현을 쓸 정도다. 가족이라고 머크에서 함부로 일할 수도 없다. 머크에 입사하기 위해선 다른 회사에서 일한 후 경력을 인정받아 입사해야 한다.

요컨대 혁신을 지속하면서도 가족의 취약점을 깬 것이 지속가능한 성공의 비결이라는 얘기다.

성장과 투자에 관한 한 국내 오너 기업들의 과감한 투자와 결단은 해외에서도 쉽게 보기 힘든 것들이다.

이런 취지라면 기업인들에게 적극 기회를 줘야 한다는 말에 공감하지 않기는 어렵다. 다만 잘못된 경영판단을 효과적으로 관리감독할 시스템이 취약하다는 것은 국민 여론을 나쁘게 만드는 핵심 요소다. 오너 중심의 과감한 사업추진력도 좋지만 부작용도 커버할 수 있는 스마트한 가족기업 시스템이 발전하길 기대한다.


ksh@fnnews.com 김성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