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연극계-문체부 "대화가 필요해"

올해 36회를 맞는 서울연극제가 사상 처음으로 서울 대학로 아르코예술극장과 대학로예술극장 대관 심의에서 탈락한 뒤 '연극 탄압' 의혹을 제기했을 때 연극계나 언론과 무관한 지인 가운데 고개를 갸우뚱하는 사람이 많았다. 아무리 아르코예술극장이 서울연극제의 상징적 공간이고 연극인의 마음의 고향이라 하더라도 대관 요건에 미흡하면 탈락하는 게 맞지 않으냐는 거다. 대관신청 서류 미비는 공연장 대관 심의를 맡은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한국공연예술센터(이하 한팩)가 내세운 주된 탈락 이유이기도 했다.

하지만 단순히 기준 미달로 탈락했다고 보기에는 석연치 않은 구석이 많았다. 다음 해 4~5월 연극제에 참여할 작품에 대해 당장 완벽한 계획서를 제출할 수 없는 한계가 있었다는 것은 차치하고라도 심의대상 가운데 '공연작품 미정'으로 대관신청서를 작성했는데 통과한 경우도 있었기 때문이다. 서울연극제를 주최하는 서울연극협회가 대관 탈락의 부당함을 알리는 성명을 발표하면서 더 많은 의혹이 불거졌다.

연극계에선 이런 사태가 예견된 일이었다고 보는 시각이 많다. 그간 공공기관과 연극계의 소통이 부재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5월 정부가 공공기관 운영 효율성을 높인다는 이유로 한국문화예술위원회와 한팩을 통합한 뒤 서울연극협회는 통합 후 운영계획과 민관 협동 방향을 논의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하자고 손을 내밀어 왔다. 하지만 문예위와 한팩은 서로에게 책임을 떠넘길 뿐이었다. 대관 탈락 사태가 불거진 뒤에도 소통은 이뤄지지 않았다. 심의 과정과 탈락 사유를 투명하게 밝혀달라는 요구에 한팩은 서울연극협회와의 대화보다 언론을 통한 입장 표명을 택했다. 심의는 적법했으며 규정상 심의 과정을 공개할 수 없다는 내용이었다. 이 과정에서 서울연극협회는 적법 절차를 무시하고 권리만 주장하는 '떼쟁이'가 됐다. 결국 서울연극협회는 허위사실 유포와 연극인에 대한 명예훼손으로 한팩과 한국공연예술센터장을 고소하기에 이르렀다.

서울연극협회를 중심으로 한 서울연극제지키기 시민운동본부의 지속적인 재심의 요구 끝에 한팩이 해당 극장의 올해 수시 대관 일정을 조정하겠다고 밝혀 사태가 일단락되기는 했다. 하지만 갈등이 봉합됐다고 문제가 끝난 것은 아니다.
한팩과 연극계의 소통, 성찰이 없다면 이런 문제가 또 벌어지지 않으리란 법은 없다. 지난 7일 연극인 100여명은 긴급토론회를 열고 이번 사태를 되짚어보며 대안을 모색하는 자리를 가졌다. 이제 양측이 함께 머리를 맞댈 차례다.

dalee@fnnews.com 이다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