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사설

[여의도에서] 인적쇄신에도 '골든타임' 있다

정인홍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5.01.09 17:09

수정 2015.01.09 17:09

[여의도에서] 인적쇄신에도 '골든타임' 있다

연초부터 인적쇄신론이 화두로 떠올랐다. 검찰의 '정윤회 국정개입 의혹' 문건 유출 사건에 대한 중간 수사결과는 일단 '사실무근'으로 결론이 났다. 최종 수사 결과를 봐야하겠지만 결론은 별반 다를 바 없을 듯하다. 온 나라를 뒤흔들며 세월호 정국 이후 겨우 추스르려던 대한민국 시계를 또다시 멈추게 했던 이번 사태는 일부 직원의 개인적 일탈로 규정되는 분위기다. 입신양명을 위한 일부의 사심이 나라를 뒤흔들었다는 얘기다.

그러나 청와대 내부 문건 유출이라는 사상 초유의 사태는 특정 기관의 보안 허점 노출 수준으로 치부돼선 안 된다.
의도야 어찌됐든 대통령을 보좌해 국정을 총괄하는 청와대에서 내부 문건이 밖으로 새어나갔다는 것은 최고 국정기관의 보안에 구멍이 뚫린 중차대한 국정농단 행위로 엄중히 다스려야 한다.

핵심은 정치권에서 봇물 터지듯 나오는 인적쇄신론이다. 야당은 물론 여권 내부에서조차 이번 문건유출 사태에 대한 문책과 함께 집권 3년차를 맞아 국정쇄신 차원에서 대대적인 개각과 참모진 개편을 요구 중이다. 하지만 최근 정·관계를 중심으로 인적쇄신의 폭이 예상보다 크지 않으리라는 관측이 나오면서 청와대의 국정쇄신 의지가 약해진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한번 짐을 쌌다가 다시 돌아온 정홍원 국무총리에 대해선 국정의 연속성과 일관성 유지를 위한 연임 가능성이 솔솔 나오고 있다. 문건유출 사건에 대한 검찰의 중간수사 결과는 참모진 개편의 필요성을 약화시키는 명분으로 작용하고 있다. 개각 시나리오도 전면적인 쇄신이 아닌, 원포인트 개각이나 순차적 개각으로 순화되는 양상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국면 전환용 등 보여주기식 이벤트를 선호하지 않는다. 인사는 대통령의 고유 권한이며 인적쇄신의 폭과 시기, 규모 등은 온전히 대통령 몫이다. 집권 3년차는 권력지형상 중요한 '터닝포인트'다. 통상 5년 임기 중 집권 카리스마가 집중적으로 발휘될 수 있는 시기는 집권 1~3년으로 이 시기에 각종 개혁 드라이브에 가속도를 붙여 정책의 완성도를 끌어올려야 한다. 집권 1, 2년차에 국정운영의 기본적 틀을 구축하는 데 집중했다면 사실상 올해가 국정과제의 성과를 본격적으로 도출해야 하는 유일한 해가 될 수 있다. 물론 국정운영 시스템이 잘 잡혀있으면 어떤 사람(장관이나 참모진)이 와도 별다른 대과없이 국정을 수행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반면 시스템 국정운영의 경우 정책집행·운용상 보수적 성향을 띠면서 국정의 선택과 집중을 통해 강력한 추동력을 발휘하는 데는 다소 어려움이 있다.

집권 초기부터 박근혜정부의 아킬레스건으로 작용해온 인사난맥상은 시스템적 부실도 문제지만 무엇보다 역량과 추진력 등을 두루 갖춘 사람을 적재적소에 잘 쓰지 못했다는 데 원인이 있다. 어떤 사람을 어떤 자리에 기용하느냐야 말로 국정 성공 여부를 가늠하는 주요 잣대가 된다. 잘 익은 국정성과의 열매를 국민에게 분배해 삶의 질 체감지수를 올려야 하는 집권 3년차를 맞아 신발끈을 다시 고쳐 매고 신명나는 국정운영 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해 사람이 바뀌어야 하는 이유다.

국정 운영의 기본적 토대를 닦고 혁신 드라이브를 걸기 위한 사전 세팅에 집중하느라 집권 1~2년을 보냈다면 집권 3년차에는 강한 추진력과 함께 정책 집행의 오류를 줄이고 국정과제의 지속적 관리·점검을 해야 하는 '멀티 플레이어'가 필요한 시점이다.

인적쇄신에도 '골든타임'이 있다.
바로 지금이 적기다. 내각과 참모진에 대한 면면을 일신하고 이를 통해 강력한 국정 드라이브를 걸어야 할 때다.
'인사(人事)가 만사(萬事)'라는 진부한 명제에도 '골든타임'이 있다는 말이다.

haeneni@fnnews.com 정인홍 정치경제부 차장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