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국내기업, 중앙亞·러 사업기회 창출·남북 해빙 촉매제 기대

조은효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5.01.11 17:33

수정 2015.01.11 21:35

비공개 유라시아 이니셔티브 로드맵
유라시아 대륙철도 연결 사전정지작업 본격화
13개 국가와 경제협력 중점과제·전략 구상
러시아 변수·남북관계·중국과의 협력이 관건

박근혜 대통령의 '통일대박론' 선언 이후 1년. 정부는 지난해 12월 말 북한을 포함한 유라시아 지역에 대한 거대 경제통합 구상을 담은 '비공개 유라시아 이니셔티브 로드맵'을 만들었다. 러시아, 몽골, 카자흐스탄·우즈베키스탄·키르기스스탄 등 중앙아시아 11개국 등 총 13개국을 대상으로 한 이 구상엔 철도·통신·에너지 등 3대 중점 추진과제와 약 65개 세부과제, 시기별 전략이 담겼다. 이는 한반도와 유라시아 대륙을 잇는 횡단정책과 국가별 전방위적 경제협력구상으로 요약된다. 한국 기업의 중앙아·러시아 지역에서의 사업기회 창출과 남북관계 해빙의 촉매제가 될지 주목된다.

■남·북·러 3각 산업단지 조성

유라시아 지역은 전 세계에서 인구가 25%, 무역규모는 19%를 차지한다. 정부는 13개 대상국가 중 우선 러시아·몽골·카자흐스탄 등 주요 거점지역을 선정해 국가별 전략을 추진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상반기 중 민관협의체를 구성해 개별 사업과제를 도출하고, 기업의 참여를 유도할 방침이다.

가장 눈길을 끄는 구상은 남.북.러 3각 협력 산업단지사업이다. 정부는 북·러 접경지역에 제2 개성공단 격인 남·북·러 합작 산업공단을 만드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한국과 러시아의 자본과 북한의 노동력·지하자원을 활용하는 방안이다.

중국시장을 타깃으로 남·북·러 공동 제조업, 농수산가공업 등이 주요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나진·하산 프로젝트가 궤도에 오르고 훈춘 국제물류단지 등이 활성화될 경우 배후 산업단지 개발 역시 가속도를 낼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유력한 후보지로는 블라디보스토크 지역의 우수리스크와 하바롭스크 대우수리섬 등이 거론된다. 아무르강과 우수리강 합류점에 있는 대우수리섬은 과거 중·러 간 영유권 다툼이 있던 곳이다. 중국과의 거리가 30㎞밖에 안 돼 중국시장 접근성이 높은 지역이다. 제2 개성공단 조성은 국내에서도 관심이 높은 사업이다. 지난해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 회장은 나진지역에 제2 개성공단 구축을 주장하기도 했다. 그러나 정부가 북한 지역이 아닌 러시아 지역에 제2 개성공단 조성을 검토하기에 이른 건 개성공단 3통(통신·통관·통행) 문제가 10여년째 개선되지 않고 있는 데다 외국기업 유치 등 개성공단 국제화 역시 지지부진한 점이 작용한 것으로 분석됐다.

초미의 관심사인 유라시아 철도 연결은 총 3단계에 걸쳐 추진되지만 구체적 사업 시기는 상정되지 않았다. 정부는 당장 올해는 1단계로 나진항~부산항 간 해상물류사업의 안정적 운영 여부를 점검하면서 한·중, 한·러 철도협력회의를 개최해 철도 연결을 위한 네트워크 구축에 주력할 방침이다. 이를 위해 올 상반기 중 국제철도협력기구(OSJD) 정회원 가입을 추진할 예정이다. '시베리아횡단철도(TSR)-한반도종단철도(TKR) 또는 중국횡단철도(TCR)-TKR' 연결을 위한 연구용역도 병행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구체적 연결사업은 남북관계가 획기적으로 개선될 때나 가능한 상황이다. 남·북·러 가스관 연결사업이나 3조원 규모로 예상되는 남·북·러 전력망 구축사업도 중점 추진과제로 상정돼 있으나 이 역시 이번 정부 내에선 사전정지 작업 수준이 될 것으로 보인다.

당분간 필요예산은 코이카의 무상원조(ODA)와 수출입은행의 대외경제협력기금(EDCF), 정부 예산, 국제개발금융 등을 활용할 계획이다.

■남북관계 해빙 촉진 기대

한반도 신뢰프로세스·동북아 평화협력구상과 함께 박근혜정부의 3대 외교정책 중 하나인 유라시아 이니셔티브 추진은 현재로선 크게 3가지 어려움에 봉착해 있다. △러시아의 정치·경제 리스크 급증 △남북관계 냉각 △중국과의 협력 등이다. 박 대통령이 유라시아 이니셔티브를 처음 언급한 지난 2013년 10월에만 해도 러시아 변수는 부각되지 않았다. 그러나 지난해 우크라이나 사태로 서방의 경제제재가 지속되는 가운데 국제유가 하락으로 러시아 디폴트(채무불이행) 가능성마저 점쳐지고 있어 투자회수 곤란, 사업 중단 등으로 '제2 자원외교'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유라시아 이니셔티브 로드맵이 대외경제장관회의에 상정되기까지 당초보다 두달여 지연된 것도 사업의 거대성과 러시아 변수 등으로 구체화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로 인해 정부는 당분간 접근이 더 쉬운 중앙아시아 지역에 집중하면서 사업축을 점차 러시아, 북한 쪽으로 옮겨갈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오는 5월 러시아 전승기념일을 맞아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초청으로 박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노동당 제1비서가 회동하거나 한·러 간 정상회담이 성사될 경우 막후 '통 큰' 협상도 가능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북한의 참여는 유라시아 대륙과 한반도를 잇는 마지막 연결고리다. 현재 기획재정부가 마련한 로드맵엔 북한의 참여와 유도에 대한 구체성이 결여돼 있다. 이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북한과의 협력계획이나 북한의 참여를 끌어들이는 전략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북한이 태도 변화를 통해 참여한다는 것을 전제로 한다는 얘기다. 아울러 신실크로드 전략으로 중앙아시아 지역에 대한 영향력 행사를 강화하고 있는 중국의 협력을 이끌어내는 것도 과제다.
박 대통령이 지속적으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회담에서 형식적이나마 유라시아 이니셔티브에 대한 중국의 지지성 발언을 이끌어내는 것도 향후 중국의 반발을 잠재우고 장기적 관점에서 협력을 염두에 뒀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ehcho@fnnews.com 조은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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