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분석]

정몽구·정의선 父子 현대글로비스 지분 매각 불발, 왜

"오너 지분 줄면 매력 급감" 연기금 등 큰손들 '손사래'
글로비스서 모비스로 지배구조 중심 이동할 듯
일감 몰아주기 규제 피하려 블록딜 재추진 가능성 커


연기금 등 국내 '큰손'들이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과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 부자의 현대글로비스 지분 매각(블록딜)에 손사래를 친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투자자의 반응이 냉담했던 이유는 현대글로비스 대신 현대모비스 중심의 지배구조 개편이 이뤄질 것으로 해석했기 때문이다. 국내 투자자들이 현대글로비스 매각 지분을 받아줄 명분이 없었던 셈이다.

현대차그룹은 블록딜 재개에 대해 "계획이 없다"는 답을 내놓고 있지만 공정거래위원회의 일감 몰아주기 규제 등으로 블록딜을 재추진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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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비스 보유 이유 없어졌다"

13일 투자금융(IB)업계에 따르면 정 회장 부자가 추진했던 현대글로비스 블록딜이 무산된 이유는 물량(502만주·13.39%)이 방대하고 가격조건이 맞지 않았기 때문이다. 특히 연기금, 보험, 자산운용사 등 국내 큰손들의 불참이 결정적이었다.

현대글로비스의 블록딜 참여 제안을 받은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정의선 부회장이 지분 31.88%를 보유한 현대글로비스가 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 정점에 올라설 것으로 예상했지만 오너 일가가 지분 매각에 나선 만큼 현대글로비스 지분을 보유할 이유가 사라졌다"고 말했다. 일부 연기금도 이런 이유로 불참한 것으로 전해졌다. 대형 연기금 관계자는 "대주주가 현대글로비스 지분을 매각한다는 것은 현대모비스 중심의 지배구조 개편을 의미하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연기금 등 큰손들이 현대글로비스 블록딜에 참여하지 않자 자산운용사와 보험사도 참여를 꺼렸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블록딜 할인율이 7.5~12%였는데 시간외거래에서 주가가 하한가였다"며 "이는 블록딜에 참여한 투자자가 장내에서 최대 7%의 손실을 입는 것이어서 참여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고 설명했다.

현대차그룹과 블록딜 주관사인 씨티글로벌마켓증권도 이 같은 상황을 예상하고 국내시장과 해외시장의 매각물량 배정을 1대 3으로 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전체 502만2170주 중 125만주 정도만 국내시장에 매각할 계획이었던 것. IB업계 관계자는 "국내 투자자의 참여가 적을 것으로 예상해 해외 투자자 비중을 늘렸지만 해외 투자자가 소화하기엔 부담되는 물량이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블록딜 재추진 가능성 높다"

그러나 IB업계는 현대글로비스 블록딜이 다시 추진될 개연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공정거래위원회의 일감 몰아주기 규제로 인한 과세 부담을 덜기 위해서다. 지난해 개정된 공정거래법에 따르면 계열사 간 거래물량이 일정 수준을 넘고, 오너 일가 지분이 30% 이상이면 초과분에 대해 과징금을 부과한다.

정 회장 부자의 현대글로비스 지분은 43.39%다. 이번 매각물량이 13.4%였던 이유다.

IB업계 관계자는 "이번 블록딜은 공정위 규제를 피해가기 위한 이유가 더 커 향후 재개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maru13@fnnews.com

김현희 김용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