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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리포트] 중국의 두토끼 사냥

김홍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5.01.16 17:17

수정 2015.01.16 17:17

[월드리포트] 중국의 두토끼 사냥

#1. 지난주 홍콩 최대 갑부인 리카싱 청쿵그룹 회장이 지주회사를 조세 회피처인 영국령 케이맨제도로 옮긴다고 발표했다. 리카싱 회장은 "국영기업을 포함해 홍콩에 상장된 기업의 75%가 케이맨제도에 법인을 동록하고 있다"며 업계의 트렌드를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2. 중국 증시는 지난해 11월부터 지난주까지 9주 연속 상승하면서 '후강퉁(상하이.홍콩 증시 간 교차거래)' 시행과 기준금리 인하 이후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올해 중국 증시가 4000~5000선에 도달할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이 두 가지 사건은 올해 중국 경제의 특징과 고민을 함축적으로 보여주는 대표적인 예라 할 수 있다. 중국 당국은 지난해 경제성장률이 당초 목표치에 미치지 못하고 올해 성장률도 7% 내외로 하락할 것으로 전망되면서 경기 부양을 위해 부동산과 증시에 '올인'하는 모습이다.
하지만 지금까지 나온 결과만 보면 부동산 경기는 각종 부양 정책에도 기대에 미치지 못한 반면 증시는 연일 급등세를 이어가 대조를 보이고 있다.

우선 부동산 경기를 살리기 위해 지난해부터 각 지방정부가 주택구매제한완화조치를 시행한 데 이어 인민은행까지 나서 생애첫주택대출자 우대조치에 이어 기준금리 인하까지 단행했다. 이 때문에 지난해 말부터 1~2급 도시를 중심으로 거래량이 소폭 늘고 주택재고물량도 조금씩 감소하는 등 미약하게나마 회복 기미를 보이고 있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부동산 경기가 회복되더라도 중국 1~2선 도시의 집값은 상승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3~4선 도시의 집값 하락세가 이어지면서 양극화가 더욱 심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중위안부동산 장다웨이 수석애널리스트는 "올해 1~2선 도시의 집값은 하락세를 멈출 것으로 보이지만 3~4선 도시의 부동산 조정기간은 상당히 오래갈 것"이라며 "인민은행의 금리인하 조치가 단기적인 부동산시장 회복을 가져올 것으로 보이지만 이는 중국 전역이 아니라 일부 1~2선 도시에 한정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부동산 재벌인 리카싱 회장이 지주회사를 옮기자 '차이나 엑소더스(탈출)'가 시작됐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리카싱 회장이 업계의 트렌드를 따랐다고 해명했지만 최근 2년간 약 1000억위안(약 17조4000억원)의 중국 내 부동산을 매각한 뒤 지주회사까지 옮기자 중국 부동산시장의 황금기가 지나갔다는 자조 섞인 분석이 나오고 있다.

반면 중국 증시는 지난해 상승 장세라는 분석과 과열됐다는 주장이 맞섰지만 올해 들어서면서 상승세가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지난해 후강퉁 시행과 기준금리 인하로 상하이종합지수가 2900선을 넘자 중국 국무원 발전연구센터의 우징롄 선임연구원은 "현재 증시는 군집행동(비이성적인 행태)을 초래할 수 있다"며 과열에 따른 투자자들의 피해를 우려했다. 하지만 새해 첫 거래일인 지난 5일 상하이종합지수가 5년5개월 만에 3300선을 돌파하자 상승 장세로 굳혀지는 분위기다.

중국 당국은 더욱 증시에 군불을 지피고 있다. 중국의 싱크탱크인 사회과학원이 지난해 상하이 증시가 3000선을 돌파하기도 전에 올해 4000~5000선까지 상승할 것이라며 포문을 열었다. 올 들어서는 리커창 중국 총리까지 나서 "후강퉁 다음은 선강퉁(선전.홍콩 증시 간 교차거래)"이라며 연내 선강퉁 시행 의지를 드러냈다. 이르면 선강퉁이 상반기 내에 시행될 수 있다는 분석까지 나오면서 증시는 연일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중국이 이처럼 증시 부양에 적극적인 이유는 부동산 경기 활성화가 기대에 미치지 못하자 이를 증시를 통해 만회하려는 의도로 분석된다.

하지만 인민은행에 따르면 부동산투자가 10% 줄면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1% 하락하는 것으로 나타나는 등 부동산 활성화 없이 증시 부양만으론 안정적으로 성장 목표를 달성하기 어렵다는 게 시장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지속적인 경제성장을 위해 '두 마리 토끼'를 좇는 중국이 안전하게 토끼 사냥에 성공할 수 있을지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hjkim@fnnews.com 김홍재 베이징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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