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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관칼럼] 기초생활보장 14년만의 대전환

파이낸셜뉴스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5.01.18 17:08

수정 2015.01.18 17:08

[차관칼럼] 기초생활보장 14년만의 대전환


기초생활수급자인 정환씨(가명)는 새로운 직장을 소개받았으나 거절하려고 한다. 일도 하고 싶고 소득도 늘어나지만, 이로 인해 수급자에서 탈락하면 앞으로 월세나 아이 학비 등을 지원받을 수 없어 오히려 형편이 더 어려워질 수 있다는 걱정 때문이다.

한편 지병으로 일하기가 어려워 외동딸 부부에게 생활비를 받고 있던 영순씨(가명)는 얼마 전 사고로 딸을 잃었다. 영순씨는 홀로 된 사위에게 생활비를 받기 어려워 기초생활수급자가 될 수 있는지 알아보았지만 사위의 수입이 많아 수급자가 될 수 없다는 사실을 알고 더 큰 시름에 빠졌다.

이런 상황에서 정환씨와 영순씨는 어떤 선택을 할 수 있을까.

지난해 12월 9일 '국민기초생활 보장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함에 따라 기초생활보장제도는 시행 14년 만에 커다란 전환기를 맞이했다. 그동안에는 기초생활수급자가 되면 생계·의료·주거·교육 등 7가지 종류의 급여를 모두 받고, 소득이 늘어나 수급자에서 탈락하면 모든 급여가 끊기는 상황에 처했다.
그러나 올 7월부터는 소득이 늘어나도 주거비, 교육비 등 필요한 지원을 받을 수 있는 길이 열린다.

아울러 부모나 자녀가 얼마간의 소득이 있다는 이유로 기초생활수급자가 되지 못했던 어려운 분들이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기준을 대폭 완화했다. 결혼한 아들이나 딸이 사망한 경우에는 따로 사는 며느리나 사위의 소득과는 상관없이 수급자가 될 수 있도록 했고, 자녀가 부모를 부양하고 나서도 우리나라에서 중간 정도의 생활수준을 유지할 수 있는 경우에만 부모를 부양할 능력이 있는 것으로 인정했다. 특히 초·중·고 학생을 위한 교육급여는 이 같은 기준을 아예 고려하지 않기로 했다.

정환씨의 경우 일할 능력과 의지가 있으나 현 제도하에서는 선뜻 일자리를 선택하기 어렵다. 하지만 올 7월 이후에는 거주지 동주민센터를 찾아가 자신의 상황에 대해 상담을 하고, 월세와 아이 학비 등을 계속 지원받을 수 있음을 알게 돼 가벼운 마음으로 일을 시작할 수 있을 것이다.

영순씨도 지금은 사위에게 불편함을 무릅쓰고 생활비를 받거나 그렇지 못할 경우에는 기초생활수급자가 되기 위해 이런 상황을 설명하고 인정받아야 한다. 그렇지만 앞으로는 거주지 동주민센터에 가서 본인에게 필요한 기초생활보장 급여를 선택해 신청하면 될 것이다.

이와 같이 제도 개편을 통해 새롭게 지원을 받는 이는 약 76만명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개인 간 차이는 있으나 지원금액도 월평균 42만3000원에서 47만2000원으로 늘어날 예정이다. 특히 정환씨처럼 일하고 싶은 수급자는 걱정없이 일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져 스스로 일어서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현재 정부는 맞춤형 급여 개편 준비에 모든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보건복지부 내 관련 업무를 전담하는 맞춤형복지급여시행단을 구성했으며, 남은 5개월 동안 제도 정비나 교육 등 필요한 시행 준비를 차질없이 진행할 예정이다. 특히 이번 개편으로 생계·의료급여는 보건복지부가, 주거급여는 국토교통부가, 교육급여는 교육부가 주관하게 된 만큼 부처 간 긴밀한 협조체계도 유지하고 있다.


또한 준비기간에 다양한 방법으로 제도 변경 내용과 신청 방법 등을 안내할 예정이며, 올 6월에는 2주 동안 집중신청기간을 운영해 더 많은 이들이 7월에 맞춤형 급여를 받도록 할 예정이다.

이번 기초생활보장제도의 맞춤형 급여 개편을 계기로 더 많은 이들이 필요한 혜택을 더 많이 받을 수 있기를 기대한다.


장옥주 보건복지부 차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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