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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에서] 후배에게 전하는 연말정산 해법

김승호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5.01.23 16:51

수정 2015.01.23 16:51

[여의도에서] 후배에게 전하는 연말정산 해법

며칠 전 결혼을 안한 후배 기자가 내게 물었다. "선배, 연말정산 어떻게 해야 해요?"

연말정산을 놓고 여론이 뜨겁자 후배도 적지 않은 금액을 토해낼 것 같아 내게 넋두리를 한 것이다. 내 대답은 간단했다. "일단 결혼부터 하고, 애도 많이 낳고, 병원도 많이 다녀야 해. 그리고 꼭 양가 부모님을 부양하고…."

사실 딱히 생각나는 답도 없었다. 지금의 연말정산 제도하에서 독신자들이 돈을 추가로 뱉어내는 게 두렵다면 이 방법이 최선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터졌던 세월호 사고가 한국 사회의 안전시스템 문제를 적나라하게 노출시켰다면, 지금 국민들을 들끓게 하고 있는 연말정산 논란은 국가 행정·입법 시스템의 총체적 문제를 국민들에게 각인시키는 좋은(?) 기회가 됐다.


우선 국가의 세금정책을 총괄하고 있는 행정부, 그중에서도 기획재정부의 문제가 그중 하나다. 기재부는 현재 논란이 되고 있는 연말정산의 단초가 됐던 '2013년 세법개정안'을 짜면서 당초 연소득 3450만원이 넘으면 이듬해 세부담이 늘어나도록 설계한 바 있다. 3450만원이면 소득 수준으로는 전체 근로자의 3분의 1에 포함되는 '상위'로 보고 이들로부터 세금을 더 걷어도 괜찮다는 논리를 세운 것이다.

하지만 '서민 증세'로 여론의 뭇매를 맞았고 결국 부랴부랴 이 기준선을 5500만원 이상으로 올리는 수정안을 내놓고서야 사태는 진정되는 듯했다.

그러나 당시 세법개정안은 또 다른 문제점을 고스란히 안고 있었다. 다자녀 추가공제와 6세 이하 자녀 양육비 소득공제를 자녀세액공제로 통합하면서 혜택이 줄었고, 200만원씩이던 출생·입양공제 역시 자녀세액공제로 합쳐지면서 아예 없어지게 된 것이다. 결국 해당 납세자들의 세부담이 전보다 늘어난 셈이다.

저출산·고령화가 생산가능인구를 급격히 위축시켜 우리나라의 미래를 크게 위협하고 있는 시점에서 출산 장려는커녕 오히려 이들이 받던 기존 혜택마저 박탈한 것이다. 정부의 이율배반적인 모습이다.

이 과정에서 입법부인 국회도 자유로울 수 없다. 기재부가 당시 수정안을 거쳐 국회에 제출한 세법개정안은 여야 할 것 없이 정치권이 버젓이 찬성을 해 문제점이 수면 아래에 가려진 채 지난해 법에 반영, 현재에 이르렀다.

그러면서 정치권은 예산안과 세법개정안을 같이 통과시키다 보니 신경을 소홀히 했다는 궁색한 변명만 내놓고 있다. 자신들의 지역구나 이해관계에 얽힌 '쪽지예산'을 밀어넣기 위해 예산안은 구석구석 살피면서도 국민 대다수에 해당되는 중대 사안은 거들떠보지도 않고 통과시킨 꼴이다. 한 전직 고위관료는 정치인들에 대해 '정의를 가장한 갈등을 증폭시킨다'고 혹평을 하기도 한 바 있다.

과연 그 '정의'는 1년 반 정도가 지나서 재연됐다. 최근 연말정산을 놓고 국민 여론이 심상치 않자 자신들이 통과시킨 당시 법을 부정하며 정부를 윽박질러 대책을 내놓도록 종용한 것이다. 마치 정치는 지고지순하고, 정부는 무능하다는 논리로 포장하면서 말이다. 성난 민심에 정치권이 그토록 발 빠르게 대응하는 것이 바로 '표' 때문이라는 것을 이젠 모르는 국민이 없다.
현재 불거지고 있는 연말정산 문제만 놓고 보면 관료나 정치인이나 모두 '공범'이다. 정부의 잘못된 세정에 채찍질을 해야 할 정치권은 긴 시간 동안 아무런 역할을 하지 못해 공분을 샀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들이 떠안아야 할 판이다.
이번 연말정산 사태 과정에서 "왜 내 호주머니만 털어가느냐"는 민초들의 목소리가 드높았던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일지 모른다.

bada@fnnews.com 김승호 정치경제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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