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정부가 연말정산으로 잃어버린 것은?

예병정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5.01.25 15:59

수정 2015.01.25 15:59

연말정산을 통한 꼼수 증세 정황이 드러나면서 정부는 재정건전성 회복과 증세 여건 마련이라는 두 가지 정책 카드를 포기해야 되는 상황에 처했다.

당장에 올해도 3조원이 넘는 세수결손이 불가피한 상황에 연말정산 환급액이 늘게 되면서 재정건전성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더구나 높아진 조세저항으로 지난해 담뱃값 인상과 같이 간접세 인상을 활용한 증세도 벽에 부딪칠 가능성이 높아졌다.

■4년째 세수결손 오나

25일 국회 예산정책처에 따르면 올해 경상성장률(성장률+물가상승률) 5.6%를 전제로 국세 수입이 218조2000억원 수준일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 예산상 국세 수입 221조1000억원인 것과 비교하면 3조원 정도의 세수 결손이 발생한다는 의미다.

올해까지 세수 부족 현상이 이어지면 4년 연속 세수결손이 발생하게 된다.
이미 지난 2012년 2조8000억원, 2013년 8조5000억원의 세수결손이 발생한 바 있다. 또 지난해의 경우 기획재정부는 '1월 재정동향'을 통해 11조1000억원의 세수결손을 예상했다.

문제는 이번 연말정산 논란으로 환급액이 증가할 것으로 보이면서 세수결손 상황은 더욱 심각해질 가능성이 커졌다.

기재부에 따르면 소득공제를 세액공제로 바꿔서 확보할 수 있는 전체 세수규모는 8600억원이다. 하지만 연금저축과 자녀공제 등에서 공제율을 상향조정하기로 당정이 합의하면서 국민에게 돌려줘야하는 환급액은 늘어났다. 다시 말해 세수가 줄어든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세무학과 교수는 "연말정산 논란은 특별한 사례가 확대 해석되면서 크게 번진 경향이 있다"며 "표를 의식한 정부가 여론에 밀려 정책을 철회하게 되면서 세수결손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졌고 결손을 매우기 위해 국체를 발행해야 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현재 국민들의 세금은 줄지 몰라도 미래 세대는 세금이 늘게 됐다"고 정부의 대처를 비판했다.

■간접세↑, 조세저항 직면

경기부진이 이어지면서 정부는 매년 세수 확대를 위해 움직임을 보여 왔다. 지난해에는 간접세인 담뱃값을 2000원 인상하는 방법으로 매년 2조8000억원의 추가 세수를 확보한 바 있다.

올해 정부가 고심했던 증세 카드는 주세 인상인 것으로 전해진다.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은 지난 7일 의료계 신년 하례회에서 "담뱃값 인상 다음이 술이라는 것을 부정하지 않는다"고 말하는 등 여론의 분위기를 파악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번 연말정산에서 이른바 '꼼수 증세'로 나타난 조세저항 분위기로 주세 인상은 사실상 불가능하게 됐다. 정부에서 주세를 인상하기 위해 나서는 순간 서민증세라는 비판에 직면할 가능성이 높다.

국세통계연보에 따르면 지난 2013년에 부과된 주세는 2조9781억원이다. 이는 담배소비세의 지난 2013년 부과액보다 많다.
이 중 이른바 '서민술'이라고 할 수 있는 맥주와 소주의 주세 비중이 87.3%에 이른다.

김재진 한국조세재정연구원 조세연구본부장은 "증세를 하려면 세율 인상 전에 세출 구조조정이 선행돼야 한다"며 "지하경제를 양성화하고 비과세·감면, 탈세 등으로 세출 구조조정을 해도 세수결손이 크다면 세율 인상 카드를 고민해봐야 한다.
이 같은 과정이 없으면 임금근로자들과 같은 성실납세자에게만 부담이 가게 된다"고 지적했다.

coddy@fnnews.com 예병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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