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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전이 멈춘다면] (上) '日 원전 가동 중단' 무역적자 확대·소비위축 불렀다

이유범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5.01.25 17:00

수정 2015.01.25 21:26

일본, 경제악화 심화에 재가동 절차 돌입




지난 2011년 발생한 동일본대지진, 이어서 발생한 후쿠시마 원전사고는 전 세계적으로 원전안전에 대한 불안감을 촉발했다. 이는 우리나라를 비롯한 상당수 국가가 원전안전에 대한 기준을 높이는 계기가 됐다. 또 사고 당사국인 일본은 물론 독일도 원전 가동을 정지했다. 일본과 독일이 원전 가동을 멈추자 일각에서는 우리나라 역시 원전 가동을 멈출 수 있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하지만 원전 가동이 정지될 경우 어떤 영향을 미칠지 고민하는 목소리는 크지 않다. 이에 따라 파이낸셜뉴스에서는 현재 가동을 멈춘 일본과 독일 사례를 살펴보고, 우리나라에서 원전 가동을 멈추고 다른 대안을 찾는다면 어떤 영향을 미칠지 등을 총 3회에 걸쳐 살펴본다.
<편집자주>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 일본 정부는 '원전 가동 중지'라는 극단의 수단을 선택했다. 사고 이후 원전에 대한 국민여론 악화가 부담스러웠기 때문이다. 이에 지난 2010년 28.6%였던 일본의 원자력발전 점유율은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 점유율 제로(0)로 떨어졌다. 하지만 원전 가동 중지는 석탄 등 화석에너지 점유율 상승과 전기요금 인상으로 이어졌다. 특히 전기요금 인상은 경제활동에 부하를 일으켜 소득감소를 통한 소비감소, 고용상실 등 산업계 전반적으로 악영향을 끼친 상황이다. 이를 견디지 못한 일본은 지난해 말부터 원전 재가동을 위한 준비에 들어갔다.

■원전 가동 중단으로 무역적자 확대

2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일본은 후쿠시마 원전사고 발생 전년인 2010년 연간 무역수지 8조엔의 흑자를 기록했다. 하지만 원전사고가 발생한 2011년 1조6000억엔 적자로 돌아서더니 2012년 5조8000억엔, 2013년에는 10조6000억엔의 사상 최대 무역적자를 기록했다. 지난해 1~11월 일본의 무역수지는 10조1749억엔 적자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아직까지 12월 통계가 나오지는 않았지만 2013년 수치에 근접하거나 더 큰 폭의 무역수지 적자가 예상된다.

이에 대해 일본 정부와 전력업계는 원전 가동중단으로 에너지 연료 수입이 급증한 것이 무역수지 적자의 주요 원인 중 하나라고 보고 있다.

실제 2013년 전체 일본의 원료 수입품목 중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것은 원유(28.1%)와 천연가스(21.4%)였다. 금액도 총 수입액의 10%가량인 8조2000억엔에 달했다.

이 때문에 발전사들의 연료 수입이 늘면서 도쿄전력 등 주요 전력회사는 모두 적자로 돌아섰고 무역적자도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전력회사들은 이에 전기료를 20% 이상 올렸고, 전기료가 오르자 가정은 물론 기업들도 국제경쟁력 악화를 크게 우려하고 있다.

■중단 지속 시 성장률 하락 우려

이와 함께 원전 정지가 지속될 경우에 대한 전망도 매우 어둡다. 원전을 가동하지 않으면 모든 산업에 투입되는 기초자재인 전력 가격이 오르고, 이것이 생산과 소비를 위축시켜 결국 국내총생산(GDP) 성장 폭이 줄어들게 된다는 우려다.

일본 국제무역투자연구소가 최근 발간한 '지난해 탈원전이 일본 경제·산업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에 따르면 원전 제로 상황에서 2030년 전력 가격은 2014년 대비 36.4%가량 오를 것으로 예상됐다.

보고서는 후쿠시마 원전사고가 발생하기 전(1990~2011년) 일본 산업구조 경향(베이스라인)이 지속되면 2030년 실질GDP는 457조8000억엔에 이를 것으로 가정했지만 원전 제로에서는 2030년 GDP가 450조엔에 그쳐 약 7조8000억엔, 1.7% 축소될 것으로 예상했다.

아울러 보고서는 원전을 중단하면 화력발전을 위해 2014년부터 2030년까지 원료·연료 수입이 18.5% 늘고 전력 가격은 36.4% 상승할 것으로 내다봤다. 전력 가격이 오르면 생산액이 줄어들어 고용도 감소해 2030년에는 원전 가동 때인 베이스라인에 비해 11만8000명(0.18%) 줄어들 것으로 추정했다. 전력 가격이 오르면 생산액이 줄어들어 고용도 감소해 2030년에는 원전 가동 때인 베이스라인에 비해 고용이 11만8000명(0.18%) 줄어들 것으로 전망했다.

■경제위기에 원전 재가동하나?

이 같은 상황에 봉착하자 아베정부는 결국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 전면 중단했던 원전의 재가동을 선택했다. 아사히신문 등 외신에 따르면 지난해 9월 일본 원자력규제위원회는 센다이원전 1·2호기가 안전심사를 통과했음을 보여주는 합격증 격인 '심사서'를 채택했다. 이후 지난해 10월에는 규슈 가고시마현 사쓰마센다이시 의회가 센다이 원전 1.2호기 재가동에 동의했다. 이에 따라 센다이 원전 1·2호기는 2011년 3월 동일본대지진에 따른 후쿠시마 제1원전 사고 이후 마련된 새로운 원전 안전기준에 따라 가동되는 첫 원전이 될 전망이다.

일본 간사이전력 다카하마 원전 3·4호기 역시 지난달 17일 정부기구인 원자력규제위원회로부터 재가동에 대한 사실상의 합격 통지서를 받았고, 멈춰있는 원전 상당수가 재가동 심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아베내각은 원자력규제위원회의 안전심사를 통과한 원전을 차례로 재가동할 방침이다.


다만 원전 재가동에 반대하는 현지 주민과 주변 다른 지자체의 반발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그간 주민설명회에서 가고시마현 내 화산폭발 시 영향 등 원전의 안전성이나 피난계획 미비 등에 대한 불안의 목소리가 없지 않았다.
또 원전 반경 30㎞ 이내 기초자치단체들은 재가동에 앞서 자신들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leeyb@fnnews.com 이유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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