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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지금이 주민·자동차세 올릴 때인가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5.01.25 17:09

수정 2015.01.25 17:09

불난 집에 기름 붓는 격.. 복지 공약 축소가 정답

정종섭 행정자치부 장관이 지난해 실패한 주민세·자동차세 인상을 계속 추진하겠다고 25일 말했다. 정 장관은 현재 1만원 이하인 주민세는 올해부터 1만원 이상 2만원 이하로, 영업용 승용차 등 450만대의 자동차세는 최대 100% 올릴 계획이다. 행자부는 지난해 정기국회에서도 같은 내용의 지방세법 개정을 추진했으나 야당의 반대로 법안은 아직 상임위에 계류 중이다.

지방재정을 관할하는 행자부는 다급하다. 박근혜정부 들어 무상보육·기초연금 등 굵직한 복지제도가 잇따라 시행됐다. 재원의 큰 몫은 중앙정부가 대지만 재정이 열악한 지방정부 몫도 작지 않다.
이 때문에 지자체장들은 틈날 때마다 중앙정부 비중을 높이라고 요구해 왔다. 정 장관은 그 총대를 멘 셈이다.

하지만 타이밍이 좋지 않다. 지난해 정부·여당은 담뱃세 인상을 밀어붙였다. 갑당 2000원이 오른 담뱃값은 서민증세라는 비판을 초래했다. 이어 연말정산 논란이 불거졌고 정부와 새누리당은 소급적용이라는 비상대책을 약속한 뒤에야 간신히 불을 껐다. 이런 때 정 장관이 주민세·자동차세와 함께 레저세 인상 카드를 재차 꺼내든 것은 과감하지만 시기적으론 최악이다.

주민세·자동차세 인상은 또 다른 형태의 서민증세 논란을 부를 게 틀림없다. 레저세는 강원랜드 등 카지노의 매출액에 10%의 세금을 매긴다는 것으로 지난해 부처 협의 과정에서 발목을 잡혔다. 정부는 관광산업 육성을 위해 카지노 활성화에 힘을 쏟고 있다. 레저세는 이런 노력에 정부 스스로 찬물을 끼얹는 것이다.

정 장관의 잇단 증세 시도는 법인세에도 악영향을 끼친다. 연말정산 불만이 폭발하자 야당은 즉각 법인세 인상을 요구하고 나섰다. 서민세금만 올리지 말고 '부자' 대기업한테도 세금을 더 걷자는 논리다. 최경환 부총리와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 이완구 전 원내대표(현 총리 후보자)는 법인세 인상에 부정적 반응을 보였다. 사실 경제를 살리자고 온 나라가 팔을 걷어붙이고 나선 판에 법인세를 올리는 건 대단한 모순이다. 하지만 주민세·자동차세에까지 손을 댈 경우 법인세만 무풍지대로 놔두는 건 설득력이 약하다. 지방재정을 염려하는 정 장관의 마음은 이해하지만 주민세·자동차세, 레저세는 더 큰 그림을 봐야 한다.

최근의 증세 논란은 박근혜정부가 초심을 잃은 데서 비롯됐다. 박 대통령은 집권 5년간 135조원의 복지공약비를 비과세·감면 축소, 지하경제 양성화, 세출 구조조정을 통해 마련하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약속은 공약(空約)이 됐다. 지하경제 양성화는 별 진척이 없다. 경기부양을 위해 세출은 되레 늘었다. '울화통' 연말정산에서 보듯 비과세·감면 정비는 꼼수 증세라는 비아냥을 듣고 있다.


지금은 또 다른 서민증세를 밀어붙일 때가 아니다. 그보단 '증세 없는 복지'라는 초심으로 돌아가야 한다.
증세 없는 복지가 불가능하다면 복지 구조조정 외에 달리 답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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