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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뉴엘, 전방위 로비로 3조 사기대출"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5.01.25 17:45

수정 2015.01.25 21:44

검찰, 수사결과 발표 금융기관·공무원 등에 "편의 봐달라" 수억 뒷돈



서울중앙지검 김범기 금융조세조사2부장이 지난 23일 서울고검 기자실에서 '모뉴엘 대출사기 및 금융권 로비사건'의 수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매출 1조원 신화'를 일으킨 가전업체 모뉴엘의 박홍석 대표(53·구속기소)가 '사기대출 3조원'이라는 혐의로 법정에 서게 됐다. 박 대표는 국책금융기관 임원들과 세무공무원, 대기업 간부에게 '무역금융 편의를 봐달라'며 뒷돈을 건네 천문학적인 액수의 대출을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서울중앙지검 금융조세조사2부(부장검사 김범기)는 모뉴엘 대출사기·금융권 로비사건을 수사한 결과 박 대표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 뇌물공여 등 혐의를 병합해 재판에 넘겼다고 25일 밝혔다. 박 대표와 공모한 혐의로 모뉴엘 신모 부사장(50)과 강모 재무이사(48) 등 전·현직 임원 3명도 함께 기소됐다.

검찰에 따르면 박 대표 등은 2007년 10월~2014년 9월 10개 시중은행으로부터 총 3조4000억원에 달하는 사기대출을 받고, 2008년~2013년 허위 수출입거래를 정상 거래인 것처럼 꾸며 2조7000억원 상당을 과대 계상해 분식회계 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이 과정에서 가격 부풀리기와 '채권 돌려막기' 등의 수법이 동원됐다고 밝혔다. 저가인 홈씨어터 컴퓨터(HTPC)를 고가인 것처럼 부풀려 허위로 해외에 수출하고 대금으로 받은 채권을 금융기관에 매각해 돈을 가로챘다. 이를 숨기기 위해 더 많은 액수의 가짜 수출채권을 만드는 과정을 반복했다는 것이 검찰의 시각이다.

검찰은 "박 대표가 회사의 외형을 빨리 확장시키기 위해 대출 돌려막기를 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빼돌린 5500억원은 잘만테크 인수자금과 운영비 등에 사용된 것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함께 구속기소된 조계륭 무역보험공사 전 사장(61)과 이모 전 이사(61)는 모뉴엘의 여신한도를 늘리는 등 편의를 봐준 대가로 각각 9140만원, 1억5600여만원의 금품을 수수한 혐의이다. 역삼세무서 오모 과장(53)과 수출을 대행하는 KT ENS의 전모 부장(45)도 박 대표에게서 뇌물을 받은 혐의로 기소됐다.

검찰이 이번 사건으로 재판에 넘긴 국책금융기관 전·현직 임직원은 8명에 달하며, 이 중 5명이 무역보험공사 전·현직 임·직원들이다.


검찰 관계자는 "모뉴엘 측은 담뱃갑에 기프트카드를 넣어 전달하거나 과자상자, 와인상자에 5만원권 현금다발을 넣어 건넨 것으로 조사됐다"며 "강남의 고급 유흥주점에서 하룻밤에 1200만원에 달하는 향응까지 접대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한편 검찰은 지난해 10월 미국으로 도주한 무역보험공사 정모 부장(48)에 대한 범죄인인도를 법무부와 연계해 미국 사법당국에 청구할 예정이다.


검찰 관계자는 "모뉴엘의 무역금융 사기와 국책금융기관 일부 임직원들의 심각한 도덕적 해이로 수출 장려 목적에서 마련된 무역보험·수출금융 제도의 근본 취지가 심각하게 훼손됐다"며 "향후 관계기관과 협력해 제도 개선과 함께 유사한 무역금융 비리를 엄단하겠다"고 말했다.

hiaram@fnnews.com 신아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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