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경제

러시아 신용등급 '투기등급' 추락

송경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5.01.27 06:05

수정 2015.01.27 06:05

러시아 국가 신용등급이 '정크' 수준으로 추락했다.

국제 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26일(현지시간) 러시아 국가 신용등급을 'BBB-'에서 한 단계 낮은 'BB+'로 강등한다고 밝혔다. 신용등급 'BB+'부터는 투기등급으로 신용등급이 이렇게 매겨진 채권은 '정크본드'로 부른다.

불가리아, 인도네시아 등의 국가신용등급이 정크본드 수준이다.

S&P는 또 러시아 신용등급 전망도 '부정적'이라고 밝혀 추가 등급 강등이 뒤따를 것임을 시사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 등 외신에 따르면 S&P는 러시아 경제 상황 악화를 이유로 신용등급을 투기등급으로 떨어뜨렸다.


유가 폭락과 루블화 폭락에 서방의 경제제재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러시아는 추가 경제제재와 신용등급 강등이라는 '더블펀치'를 맞아 타격이 예상된다.

러시아가 지원하는 우크라이나 반군이 지난 24일 흑해 크림반도 동북부에 위치한 항구도시 마리우폴에 로켓공격을 벌여 130여명의 사상자가 발생하면서 미국과 유럽연합(EU)이 추가 제재를 단행할 것이라고 경고한 가운데 신용등급 강등이라는 악재가 겹쳐졌다.

S&P는 "러시아 금융 시스템이 취약해지고 있고, 이에따라 러시아 중앙은행의 통화정책 전달 능력이 제한되고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라고 등급 강등 배경을 설명했다.

이날 등급 강등은 충분히 예상된 것이었지만 루블화는 추가 폭락세를 기록했다.

지난해 6월 유가 폭락 이후 달러(USD) 대비 46% 폭락한 루블은 S&P 신용등급 강등 소식이 알려진 뒤 4.7% 추가 하락한 달러당 67.4루블에 거래됐다.

그러나 러시아 등급 강등 후폭풍은 아직 본격적으로 몰아닥친 것이 아니라는게 더 큰 문제다.

S&P가 투기등급으로 강등했지만 나머지 3대 신용평가사인 무디스와 피치의 러시아 등급은 여전히 투자등급이어서 신용평가사의 신용등급 강등에 따른 각종 펀드의 자동적인 매도 방아쇠는 아직 당겨지지 않았다.

무디스와 피치가 조만간 S&P를 따라 등급 강등에 나서면 러시아는 본격적인 투기등급 강등 후폭풍에 휩싸일 전망이다.

S&P는 아울러 아직은 러시아의 외환보유액이 충분하고, 재정도 악화한 상태는 아니지만 경제제재가 강화되고, 러시아 경제가 침체에 빠질 것이 예상되고 있어 외환과 재정이 대외·대내 경제 충격을 흡수할 수 있는 여력이 급격히 저하될 것으로 우려했다.

러시아 중앙은행이 보유한 3790억달러 규모의 외환은 지금으로서는 충분한 수준이지만 유가 하락과 경제제재로 급속히 규모가 줄고 있어 앞으로의 충격을 흡수하기에는 역부족일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이후 러시아 중앙은행 보유 외환은 1320억달러가 줄었다.

또 사실상 침체에 빠진 러시아 경제는 국제통화기금(IMF)이 올해 마이너스 3%, 내년 마이너스 1%를 예상할 정도로 꼴이 말이 아니다.

애버딘 자산운용의 빅토르 스자보는 경기침체로 대외 채무를 갚기 어려워지는 기업을 정부가 구제하기 시작하면 러시아 상황은 더 악화할 수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러시아 기업들이 내년까지 갚아야 하는 대외채무는 1200억달러에 이른다.

스자보는 유가 하락으로 인해 "러시아의 성장 모델이 실종됐다"면서 "유가 하락이 계속되면 러시아 자산은 가치가 계속 하락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대신 그는 "유가가 일단 바닥으로 찍으면 그때는 러시아 자산 매수기회"라고 덧붙였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