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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나루] 3년 후가 아닌 8년 후를 꿈꾸라

박경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5.01.27 16:34

수정 2015.01.27 16:34

[여의나루] 3년 후가 아닌 8년 후를 꿈꾸라

노무현 대통령은 임기 중 국정이 본인의 의도대로 잘 되지 않자 '참 대통령 짓 못해먹겠다'라며 푸념한 적이 있었다. 그 한 마디는 독재가 아닌 민주주의 국가에서 대통령직을 수행하기가 얼마나 힘든지를 단적으로 표현하는 정답인 것 같다.

현 정권도 이 딜레마는 여전하다.

자신의 소신과 당선때 의지와는 달리 발목 붙잡힐 상황이 너무 많아 국정을 수행하기가 얼마나 힘든지 충분히 알고도 남음이 있으며 지금 박 대통령의 고충도 국민이 관용 있게 이해하고 오히려 격려를 보내고 싶은 심경이다. 선진국이 아직은 아닌, 성숙해야 될 부분이 많이 있는 국가일수록 지도자 역할을 하기는 더더욱 어려울 것이다.

역대 대통령들이 임기 내내 그 고통에 시달리는 실상을 우리는 너무나 많이 보아 왔다.
그런데도 아랑곳하지 않고 3년 후를 꿈꾸는 자들이 많다. 장관 한 명도 제대로 임명하기 힘든 판국에 웬 대선주자는 그리 많은지…. 그 힘든 자리를 꿈의 최종목표로 정하고 올인하는 이유는 대통령이 성직이라는 여러 좋은 의미의 개념 중에서 유독 계급의 최정상이라는 개념으로만 보고 개인적 권력욕의 실천이라 보인다.

당선된 분들도 청와대에 들어옴은 화려했지만 나옴은 그 누구도 행복하지 못했다.

청와대! 따지고 보면 이곳 역시 일제의 잔재다. 조선의 정기를 끊겠다고 지은 총독 관저로부터 미군정 관저, 경무대 시절을 거쳐 지금에 이른다. 바로 옆 궁정동은 경복궁 북문 바깥으로 망국 고려의 별궁이었고 조선 후기에는 육상궁(毓祥宮)으로 정실부인이 아닌 후궁 출신 왕비들의 신위를 한자리에 모신 곳으로 사도세자의 모친, 장희빈 등의 신위가 모셔져 있는데 공교롭게 조선의 아름답지 못한 스캔들의 역사가 고스란히 단체처럼 모여 있다.

그 앞 경복궁도 마찬가지다. 임진왜란 때 국왕이 북으로 피신을 하니 정궁으로서의 존재감이 실종, 왜군에 의해 전소되는 비운 속에 조선 후기 300년 내내 폐허로 방치시키는, 당시 조선 조정의 무능을 상징하고 있었다. 대원군이 이를 복원, '부활 조선'을 희망했지만 여기서 명성황후 시해를 시작으로 망국을 맞고 결국 근정전에 일장기가 게양된다.

그리고 총독부 건물이 들어서며 경복궁은 또다시 방치된다. 이름대로 경복(景福)은커녕 수난과 비극으로 점철된 곳이다.

사실 지금의 경복궁이나 남대문은 진품이 아닌 짝퉁이다. 세계문화재 등재에 아예 명함도 못 내밀 자격 미달의 신축 건물로 이미테이션에 불과할 뿐이다. 비운의 현장으로서의 보존 가치는 있겠지만 이곳이 '대한민국 정기'의 상징으로 미래까지 계속되며 중심화되는 것은 분명 재고해야 한다.

그것은 조선으로 끝나야 할 비극이 계속될 것 같은 불안감이 밀려와서다. 그런 부정적 의미의 경복궁 후원에 지금의 청와대가 위치하고 있다. 누구 말씀대로 대통령 짓 하기가 그리 힘들고, 덩달아 국민 짓 하기도 어려우니까 괜스레 '청와대 터' 탓을 해보고 싶은 심경이었다.

화려하게 청와대에 들어오는 대통령보다는 화려하게 청와대를 나가는 대통령을 우리는 그리워하고 있다. 지금 임기 2년도 안된 상황임에도 벌써부터 3년 후를 노리고 싶다면 목표는 '대통령직'이 아니고 '훌륭한 전직 대통령'으로 바뀌어야 한다.

즉, 목표의 시점이 취임 때가 아닌 8년 후 퇴임 때로 잡혀져 있어야 한다.
자신의 얼굴이 선거용 포스터에 인쇄되길 바라지 말고 언젠가는 대한민국의 지폐에 인쇄되겠다는 그런 위대한 꿈을 가진 인격자가 대선주자로 나서길 앙망한다. 그런데 지금은 대선후보 등재만을 위해 잔머리와 비굴을 자처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세종대로 구국 수호신 이순신 장군은 말씀하신다.

"당선되려는 자는 낙선할 것이고 낙선하려는 자는 당선될 것이다!"

강형구 서양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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