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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가 내려도 생활비는 '高' 물가의 역설에 서민은 '苦'

김승호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5.01.28 17:37

수정 2015.01.28 21:46

1.3% 물가 낮다는데… 2.6% 내 장바구니 물가는 왜 높지
국제 원자재값 떨어져도 인건비 등 다른요소 높아져 인하 결정 쉽지 않아.. 체감물가, 실제보다 2배 ↑

'국제유가는 내렸는데, 항공사 유류할증료는 왜 요지부동?' '저물가라며 왜 장바구니 물가는 비싸지?'

물가가 보여주는 각종 이면이 국민의 혼란을 가중시키고 있다. 소위 '물가의 역설'이다. 국제유가는 배럴당 50달러 아래에서 맴돌고 있지만 주유소 기름값 외에 원유를 사용하는 각종 제품 가격은 예전 그대로다. 지난해 소비자물가(CPI) 상승률이 1.3%를 기록하며 물가하락(디플레이션) 우려까지 제기되고 있지만 막상 물건을 사러가면 호주머니가 얇아지는 것은 어쩔 수 없다. 통계는 '저물가'지만, 생활은 '고물가'라는 등식은 지난해나 올해나 다를 바 없는 모습이다.

■유가 하락, 남의 나라 이야기?

28일 기획재정부, 한국은행, 통계청 등에 따르면 원자재별로 국내 소비자물가에 반영되는 시차는 원유 2주~1개월, 국제곡물 4~7개월, 비철금속 1~11개월 등으로 원유가 제일 빠르다.


하지만 최근 저유가 행진에도 불구하고 생활과 밀접한 품목은 싸진 것이 많지 않다. 일반적으로 유가가 내리면 석유류 관련 제품 가격은 낮아져야 한다. 원가 절감 효과 때문이다. 실제로 석탄제품의 경우 국제원자재 투입 비중은 80.7%로 이들 가격이 10% 하락하면 생산비는 8.4% 낮아진다. 원자재투입 비중이 71.7%에 달하는 석유제품도 원자재값이 10% 내리면 원가가 7.4% 절감된다.

최근의 급격한 유가하락에도 불구하고 소비자들이 주유소 기름값 외에 여타 제품 구매 시 유가 하락을 체감하지 못하는 이유는 가격 결정자가 기업이기 때문이다. 유가 하락이 얼마나 지속될지 예측하기 어려운 기업들 입장에선 가격 인하 결정을 내리기 쉽지 않은 것이다. 게다가 인건비나 판매관리비 등 다른 요소는 높아져 제품 가격에 하방경직성이 생기는 것도 또 다른 이유다.

대표적인 것이 유류할증료. 유류할증료는 도입 취지가 급등하는 유가에 대한 임시 추가 운임 성격이다. 우리나라 항공여객부문에 유류할증료가 도입된 것은 2005년 7월. 고유가를 감당할 수 없던 시기에 만들어진 정책이라 지금과 같은 저유가 시대에는 명분이 없다는 게 중론이다.

또 플라스틱.합성수지.합성섬유 등 일부 유가 관련 상품 제조기업의 경우 낮아진 원가를 반영해 출고했지만 유통과정에서 하락분이 상쇄되는 경우도 있다. 원가가 내린 만큼 백화점이나 대형 마트가 마진으로 가져가는 경우가 여기에 해당된다.

기재부 관계자는 "가격은 시장에서 결정되는 것이기 때문에 (정부의) 직접 개입은 힘들다"면서 "YMCA, 녹색소비자연대 등 소비자 단체를 통해 원가 분석과 정보공개를 강화해 유가 하락의 영향이 소비단계에서 나타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시대는 저물가, 체감은 고물가

지난해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은 1.3%를 기록, 2년 연속 1%대에 머물렀다. 한국은행의 중기 물가목표는 2.5~3.5%로 이 수치와 비교해서도 1%포인트 낮은 수준이다. 심지어 소비자 생활과 밀접한 품목의 가격 상승률은 전체 물가상승률보다 낮았다. 통계청이 생활과 밀접한 품목 232개로 산출한 지난해 생활물가지수 상승률은 전년 대비 0.8%였다.

하지만 대부분이 이런 저물가를 체감하지 못하고 있다. 한은에 따르면 소비자들이 지난 한 해 동안 느낀 물가인식은 2.6%로 집계됐다. 일반 국민은 지난 1년간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2.6%로 보고 있다는 의미다. 실제 물가상승률(1.3%)보다 물가인식이 두 배나 더 높은 셈이다.

문제는 이런 괴리가 좀처럼 좁혀지지 않고 있다는 데 있다. 지난해 하반기 월별 물가상승률과 물가인식 추이를 보면 7~12월 물가상승률이 1.3~1.4%였던 데 비해 같은 기간 물가인식은 2.6~2.7%로 꾸준히 1%포인트 이상 차이를 보였다.

통계청 관계자는 체감물가와 실제물가 사이에 괴리가 발생하는 이유에 대해 "가구마다 지출품목이 달라 481개 전체를 포괄하는 CPI와 차이를 느낄 수 있다. 또 심리를 반영하는 체감물가는 일반적으로 가격 하락보다 오르는 것에 더 민감하다"고 설명했다.


신선식품 값이 폭등했을 때는 높아진 채소 가격에 민감해지지만 지난해와 같이 양호한 작황 등으로 공급이 증가, 채소값이 떨어진 것은 크게 인식하지 못하는 게 그렇다. 소비자들은 지난해 채소값 하락보다 고기값 상승을 더 심각하게 받아들였다.


통계청 관계자는 또 "자녀가 많아지거나 자녀 성장에 따라 생활비가 증가한 것을 물가가 오른 것으로 혼동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psy@fnnews.com 박소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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