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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 시장 '휘청'.. 4대 은행 주가 '폭락'

송경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5.01.29 17:06

수정 2015.01.29 17:06

예금주 앞다퉈 예금 찾아가 12월 이후 120억 유로 빠져
伊·스페인도 국채 값 하락, 그리스 위기 전염될까 우려

그리스 시장이 휘청거리고 있다. 급진좌파연합(시리자) 정권 출범으로 2400억유로 구제금융과 관련한 조건 재협상, 일부 채무 탕감을 놓고 채권단인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 등과 갈등이 불거지고, 향후 흐름을 예측하기 힘들다는 우려가 높아지면서 투자자들이 발을 빼고 있기 때문이다.

이탈리아와 스페인 국채 수익률 역시 오름세로 돌아섰다. 시장에서 그리스 위기가 전염될 가능성도 내다보기 시작했음을 의미한다. 국제신용평가기관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그리스의 신용등급을 감시대상으로 지정, 국가신용등급 하향조정 가능성을 예고했다.

28일(이하 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채무상환에 대한 의구심으로 그리스 국채 수익률이 폭등하고(수요는 하락), 주가는 폭락하고 있고, 은행들은 유동성 위기 상황으로 내몰리고 있다.


3년만기 그리스 국채 수익률은 수시간만에 200bp(1bp=0.01%포인트) 폭등해 17%에 육박했다. 2012년 채무조정 이후 최고 수준이다.

국채 수익률이 폭등했다는 것은 그리스 정부가 발행한 국채를 갖고 있을 경우 만기에 원금과 이자를 다 받을지 알 수 없기 때문에 수요자들이 더 높은 금리를 원하고 있고, 이에따라 국채 가격은 폭락했다는 것을 뜻한다.

예금주들이 앞다퉈 돈을 찾아가고 있고, 유동성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그리스 은행들의 주가는 곤두박질치고 있다.

지난 한달간 주가가 반토막 난 자산규모 그리스 최대 은행인 피라에우스는 이날 29% 폭락했고, 내셔널 뱅크와 유로뱅크가 25%, 알파뱅크가 26% 폭락하는 등 4대 은행 주가가 대폭락했다.

사흘간 폭락세로 그리스 은행들의 시가총액은 110억유로 넘게 급감했다. 그리스 은행들은 6개월 전만 해도 채권이나 주식 발행을 통해 110억유로를 조달하는 등 저평가된 그리스 경제에 투자하려는 투자자들로부터 돈을 거둬들이느라 바빴지만 시리자 집권 가능성과 함께 상황이 돌변했다.

무디스 추산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현재 1640억유로 수준이었던 그리스 민간 부문 예금은 12월 이후 120억유로가 빠져나갔다.

지금은 투자자들이 썰물 빠지듯 빠져나가고, 예금주들은 예금을 찾아 해외 은행으로 몰리면서 현금이 부족해 그리스 중앙은행으로부터 긴급 유동성을 지원받는 처지로 전락했다.

그리스 중앙은행은 유럽중앙은행(ECB)으로부터 긴급유동성자금을 빌려 은행들에 지원하고 있다.

로열뱅크오브스코틀랜드(RBS)의 유럽 채권전략 책임자 알베르토 갈로는 투자자들이 그리스 신정부와 유로존, ECB, 국제통화기금(IMF) 등 채권단 '트로이카'가 '극심한 대치' 전선을 형성할 것으로 두려워하고 있다면서 파국을 우려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26일 총리로 취임한 알렉시스 치프라스 시리자 대표는 이날 새 내각 출범 이후 첫 각료회의에서 국제적 압력에 굴복하지 않겠다며 전의를 다졌다. 다만 채권단과 '상호 파괴적인 충돌'로 이어질 방안은 피하겠다는 점도 확인했다.


한편 그리스의 채무불이행(디폴트) 우려는 이날 이탈리아와 스페인 국채 수익률을 오름세로 돌려놓았다. 1년 전에 비해서는 여전히 크게 낮은 수준이지만 그리스 위기가 유로존의 취약고리인 이들 국가로 전염될 가능성을 시장이 경계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이탈리아 2년물, 5년물, 10년물 국채 수익률은 각각 전일비 2.8bp, 5.2bp, 5.6bp 올랐고, 스페인 국채 수익률 역시 각각 4.4bp, 7.3bp, 6.3bp 뛰었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그리스 시장 '휘청'.. 4대 은행 주가 '폭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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