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크림빵 뺑소니 "소주 4병 마시고 운전"

윤경현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5.01.30 17:28

수정 2015.01.30 21:15

용의차량 공개 6시간만에 피의자 심리적 압박 자수.. 피해자 아버지 용서 손길


크림빵 뺑소니 "소주 4병 마시고 운전"


충북 청주에서 일어난 '크림빵 아빠' 뺑소니 사건의 피의자가 경찰에 자수했다. 경찰은 강모씨(29)를 치어 숨지게 하고 달아난 피의자 허모씨(37)에 대해 특가법상 도주차량 등 혐의로 30일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이 사건을 수사 중인 청주 흥덕경찰서는 이날 새벽 허씨를 상대로 추가 조사를 벌여 사고 회사 동료와 소주를 마신 뒤 자신의 윈스톰 차량을 몰고 귀가하다가 사고를 냈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허씨는 경찰 추가 조사에서 "당시 혼자 마신 술이 소주 4병 이상"이라며 "사람을 친 줄 몰랐다. 조형물이나 자루 같은 것인 줄 알았다"고 진술했다고 경찰은 전했다. 허씨는 사고 나흘 뒤인 지난 14일께 인터넷 뉴스기사를 보고 비로소 자신이 사람을 치어 숨지게 했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았다고 덧붙였다.



그는 사고를 낸 뒤 이틀에 한 번꼴로 청주에 있는 집에 왔고, 평소처럼 청원구 오창에 있는 회사에 정상적으로 출근한 것으로 조사됐다. 집에 들어가지 않을 때는 동료의 집 등에서 생활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고를 낸 윈스톰 차량은 충북 음성군의 그의 부모 집에서 발견됐다. 허씨는 이 차량을 지난 21일 이곳에 가져다놨다. 자동차 부품 관련 회사에 다니는 허씨는 지난 24일께 동료와 함께 충남 천안의 한 정비업소에서 차량 부품을 구입한 뒤 부모 집에서 직접 수리했다. 경찰은 확보한 윈스톰 차량을 흥덕서 주차장에 보관 중이다.

■댓글 제보로 6시간 만에 해결

임신 7개월의 아내를 위해 크림빵을 사서 귀가하던 강씨는 지난 10일 오전 1시29분 흥덕구의 한 도로에서 정체불명의 차량에 치여 숨졌다. 도주하는 용의 차량 장면이 인근 폐쇄회로(CC)TV에 찍혔지만 화질이 좋지 않아 차종과 번호판 식별이 불가능했다.

수사를 맡은 흥덕서는 22일 현상금 500만원까지 내걸었으나 강씨를 친 차종조차 알아내지 못했다. 당초 가해 차량을 BMW로 판단했다가 다시 BMW 3·5·7시리즈, 렉서스 LS 시리즈, 뉴 제네시스, K7 등으로 추정하는 등 갈팡질팡하는 모습을 보였다. 국민적인 관심이 집중되자 경찰은 28일 박세호 흥덕서장을 본부장으로 한 전담수사본부를 설치하고 범인 검거를 위한 총력전에 들어갔다.

다행히 사고현장 부근인 청주시 차량등록사업소에서 근무하는 공무원이 한 포털 사이트에서 기사를 보고 "우리도 도로변을 촬영하는 CCTV가 있다"는 댓글을 달면서 수사에 속도가 붙기 시작했다. 이 CCTV 영상을 분석, 가해 차량 차종이 '윈스톰'이라는 사실을 파악한 경찰은 29일 오후 5시 이 같은 내용을 공개했다.

용의 차량이 구체적으로 드러나면서 좁혀지기 시작한 경찰의 수사망은 피의자 허씨에게 심리적 부담을 주기에 충분했다. 그리고 이날 오후 7시께 112종합상황실에 전화가 걸려왔다. "남편을 설득 중인데 경찰이 출동해 도와달라"는 허씨 부인의 전화였다.

흥덕서는 즉시 허씨가 거주하는 청주시 서원구 사직동의 한 아파트로 30여명의 경찰을 보내 검거에 나섰다. 하지만 허씨는 자취를 감춘 뒤였다. 허씨의 친구가 사는 흥덕구 옥산면으로도 일부 수사 인력을 보냈지만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이날 오후 11시8분 허씨가 부인과 함께 흥덕서 강력계 사무실을 찾아와 자수했다. 19일 동안 답보상태였던 경찰 수사가 용의차종을 공개한 지 6시간 만에 해결된 것이다. 허씨는 경"죄짓고 못 산다"며 "자책감에 숨을 쉴 수가 없었다"말했다.

■진정한 '용서'를 바라는 피해자 가족

사건 발생 이후 매일 사건 현장을 지키며 숨진 아들에 대한 그리움을 가슴에 묻고 눈물을 삼켰을 피해자 강씨의 아버지(58)는 용서의 손을 내밀었다. 아버지 강씨는 "원망은 처음부터 하지 않았다"며 "그 사람도 한 가정의 가장일텐데…. 우리 애는 땅속에 있지만 그 사람은 이제 고통의 시작"이라고 허씨를 걱정했다.

그러나 허씨의 사고 이후 행적 등이 알려지면서 강씨의 태도에 변화가 나타났다. 배신감을 느낀 것으로 보인다. 허씨가 "사고 당시에는 사람을 친 줄 몰랐다"고 진술한 데다 사고 차량을 부모의 집에 숨긴 뒤 부품을 구입해 직접 수리하는 등 범행 은폐를 시도한 정황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자수 역시 허씨 스스로 선택한 것이 아니라 부인의 설득에 의해 이뤄진 것으로 밝혀진 것도 강씨를 자극했다.



강씨는 "1m77㎝의 거구(강씨를 지칭)가 빵봉지를 들고 걸어가는데 치었다고 가정할 때 사람이라고 보겠습니까, 강아지로 보겠습니까"라고 반문했다. 또 "진짜 누군가가 태워도 주고, 자수하라고 시킨 것 아니냐"며 스스로 경찰서를 찾은 허씨의 순수성도 의심했다.
그는 "자수라는 것은 스스로 잘못을 깨우치는 것"이라며 "제발 진정으로 뉘우치고, 사과하는 모습을 보였으면 좋겠다"고 호소했다.

blue73@fnnews.com 윤경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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