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데스크 칼럼] 유럽연합 현실과 가치 사이

김규성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5.02.01 16:48

수정 2015.02.01 16:48

[데스크 칼럼] 유럽연합 현실과 가치 사이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이 연일 뜨거운 이슈를 쏟아내고 있다. 급진좌파연합인 '시리자'당이 정권을 장악한 그리스도, 1435조원을 과감히 시장에 풀겠다는 유럽중앙은행(ECB)도 유로존 영역이다. 정치에서부터 경제까지 지난 1월은 유로존을 빼놓고 이야기할 수 없다.

유로존은 먼 나라다. 지리적으로도 그렇지만 한·중·일 3국간 대립이 일상화된 동북아시아 상황에선 딴 세상처럼 느껴진다. 그래서 유로존과 유럽연합(EU)을 헷갈려하기도 한다.
유럽권 28개국으로 구성된 EU는 정치적 색채가 강한 통합체다. 유로존은 EU에 소속돼 있지만 유로화라는 단일화폐를 사용하는 국가군이다. 경제적 통합을 지향한다. EU는 지난 1993년 11월 1일 창립했고 유로존은 1999년 1월 1일 공식적으로 도입됐다. EU가 유로존을 포함한다.

통합 유럽은 국경이 붙은 유럽의 지역적 특성과 1, 2차 세계대전 등 수차례의 전쟁을 겪으면서 전쟁을 피하기 위한 노력의 결과물이다. 시장을 합치고 같은 돈을 쓰면서 공동번영을 모색하는 취지였다. 찬사도 받았다. 하지만 통합의 가치가 흔들리고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 유럽 재정위기를 거치면서 경제적 어려움이 유럽을 휩쓸고 있어서다. 시리자의 그리스 정권 장악이 대표 사례다. 지난달 25일 치러진 총선에서 시리자는 과반수에 근접하는 의석을 확보하며 압승했다. 2004년 결성 첫해 치른 총선에서 득표율 3.3%에 그쳤던 시리자가 10년 만에 집권정당이 됐다. 2008년 이후 6년 연속 마이너스 성장, 50%가 넘는 청년실업률에 염증을 느낀 그리스 국민들에게 시리자가 "구제금융을 제공한 트로이카(EU집행위원회, ECB, 국제통화기금)와 부채탕감을 위한 재협상을 하겠다"고 공약하자 앞다퉈 표를 몰아줬기 때문이다.

경제불만은 유로존 국가의 정치불안으로 이어지고 있다. 좌우할 것 없이 포퓰리즘 정당들이 득세하고 있다. 월스리트저널(WSJ)은 시리자의 총선 승리에 자극을 받아 프랑스의 극우정당인 국민전선(FN), 스페인의 좌파정당인 포데모스가 지지율을 끌어올리고 있다고 보도했다. 영국에서는 EU 탈퇴를 주장하는 영국독립당이 최근 몇년 사이 지지율을 끌어올렸다.

이념 편향은 좌와 우로 다르지만 이들의 공통점은 있다. 그리스, 스페인, 이탈리아 등에서 정책으로 집행되고 있는 '긴축'에 반대하고 EU, 유로존에 우호적이지 않다는 점이다. 유럽 경제가 유례없는 침체에 빠지면서 국민이 긴축재정과 이를 강제하는 EU집행위원회 등에 화살을 돌리고 있다. 반EU 정당이 힘을 얻을수록 EU 결속력은 흔들린다. 시리자를 비롯해 긴축에 반대하는 정당들이 힘을 모아 연대를 구성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유럽 내 단일시장을 구축하고 단일통화를 실현해 유럽의 경제·사회 발전을 촉진하겠다는 EU의 목표는 중대한 도전에 직면해 있다. 이상은 높았지만 경기침체라는 현실의 벽을 넘지 못하고 있어서다. EU에 대한 지지율은 주요국에서 30%대로 추락했다. EU는 느슨한 경제통합이 유로존의 경제위기를 불러온 원인 중 하나로 보고 2019년까지 자본시장통합을 추진하는 등 대안마련에 나서고 있다.
하지만 결국 선택은 유럽인들의 몫이다. 올해 영국(5월), 포르투갈(10월), 스페인(12월) 선거가 예정돼 있어서다.
현실과 미래 가치 사이에서 유럽인들의 선택이 주목된다.

mirror@fnnews.com 김규성 국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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