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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논단] 백성을 편안하고 부유하게

박경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5.02.02 17:33

수정 2015.02.02 17:33

[fn논단] 백성을 편안하고 부유하게

'백성을 편안하게 하고 국가를 부강하게.' 중국 5000년 역사 중 이를 실현시킨 대표적인 인물로 관중(管仲)을 꼽을 수 있다. 그는 약 2700년 전 중국 춘추시대 재상으로 산둥반도 주변의 평범한 나라에 불과했던 제나라를 일약 최강국으로 발전시킨 인물이다.

관중은 친구 포숙아와의 우애를 나타내는 고사성어 '관포지교(管鮑之交)'로 널리 알려졌다. 포숙과 관중은 젊은 시절 함께 장사를 했다. 그 후 이들은 서로 앙숙 관계에 있는 군주를 모시는 신하가 돼 왕권을 다투게 됐다. 관중이 활을 쏘아 죽이려 했던 포숙의 주군이 왕위에 오르자 관중은 사형에 처해질 위기에 있었다.
이때 포숙은 "전하께서 제나라에 만족하신다면 신으로 충분할 것이나 천하의 패권을 잡고자 하신다면 관중 외에 인물이 없을 것입니다"라며 그를 중용할 것을 간청했다.

관중은 포숙의 우정 어린 천거로 목숨을 건졌을 뿐 아니라 최고지위인 재상에까지 올랐다. 관중은 제나라를 일등국가로 만들었고 그의 실용주의 사상은 '관자'라는 책으로 집대성됐다. 이 책의 중심사상은 상공업과 농업으로 국가와 국민을 부유하게 만들어야 민생이 안정되고 정치가 원만하게 돌아간다는 것이다.

관중은 "곡간이 가득 차야 예절을 알고 의복과 양식이 풍족해야 영욕을 안다"며 민생경제가 무엇보다 우선이라는 것을 분명히 밝혔다. 또 정치는 민심이 원하는 것을 채워줘야 하는데, 백성들은 즐겁고 편안하며 부유하고 귀한 것 등을 원한다고 했다. "무릇 영지를 갖고 백성을 다스리는 사람에 있어서 그 임무는 사계절을 살펴 농사가 잘 되게 하고 그 직분은 곡식을 저장하는 창고가 가득 차도록 하는 데 있다"고 해 국가 지도자의 임무는 국민생활을 풍요롭게 하는 일에서 시작된다고 했다.

풍요로운 경제를 만들기 위해 관자는 농업의 경우 "철을 알려주지 않으면 백성이 계절을 알지 못하고, 농사를 지도하지 않으면 백성이 성과를 거두지 못한다"고 했다. 또 상공업을 위해 시장과 공정거래의 필요성을 들며 "시장이란 재화가 기준이 되는 곳이다. 때문에 물건 값이 싸면 부당 이득이 생기지 않고 부당 이득이 없으면 온갖 일을 잘 다스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관자는 "황금(돈)이란 재화를 계산하는 척도"라며 화폐경제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여기에 덧붙여 "검소함에 치우치면 생산에 손상을 주게 되고, 사치에 치우치게 되면 물자를 낭비하게 된다"고 주장했다. 근세 들어 케인스가 '유효수요론'을 주장하면서 주목받기 시작한 적정 수준의 소비수요 필요성을 그는 그 옛날 설파하고 있었다.

한편, 세금에 대해서도 상인에 대한 세율, 농지의 세율과 감면비율을 알기 쉽게 만들어 공표했다.
또 "백성과 더불어 수확을 나눌 때 그들이 내야 할 세금을 마땅히 알고, 이렇게 세심하게 나누게 되면 백성들은 있는 힘을 다하게 된다"며 국민이 받아들일 수 있는 공정한 세금부과를 강조했다.

'백성을 편안하게 하고 국가를 부유하게 하는 것.' 이것이 민생경제의 요체며 정치의 근본이다.
애덤 스미스와 케인스가 등장하기 훨씬 이전 관중의 이런 경세지략이 있었기에 고대 중국 등 동아시아 지역이 찬란한 번영을 이룰 수 있었을 것이다.

이호철 한국거래소 부이사장 경영지원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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