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골프일반

<현장클릭>대통령의 골프 활성화 방안에 기대해본다

정대균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5.02.04 07:53

수정 2015.02.04 07:53

박근혜 대통령이 골프 금지령을 내린 적이 없었다고 직접 해명하고 나서서 화제다.

그러면서 한 술 더 떠 골프 활성화 방안을 마련해보라고 주무 부서인 문화체육부장관에게 주문까지 했다는 소식이다. 가뜩이나 위기에 처한 골프업계로서는 낭보 중의 낭보가 아닐 수 없다. 그런 가운데 박대통령이 뜬금없이 골프활성화를 거론하고 나선 배경에 대해 설왕설래다. 그 중 올 10월에 인천 송도 잭니클라우스GC서 열리는 프레지던츠컵과 무관치 않다는 주장이 가장 설득력이 있다. 미국과 유럽을 제외한 세계연합팀간의 대결인 이 대회가 아시아는 말할 것도 없고 비영어권에서 개최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세계 160개국에서 5억명 이상이 TV를 통해 이 대회를 시청한다고 한다. 거의 월드컵축구대회와 맞먹는 초특급 이벤트다. 이 대회를 통해 막대한 경제적 가치 창출이 기대되는 것은 바로 그런 이유에서다.

박대통령은 관례에 따라 이 대회의 명예회장이 돼 선수들을 맞게 된다. 대통령은 3일 국무회의에 앞서 가진 티타임 자리에서 "(프레지던츠컵은) 골프 대회 중에서는 세계에서 가장 권위있는 대회이고 아시아에선 한국에서 처음 열리는데 내가 그런 대회의 명예회장이다"며 "큰 대회도 앞두고 있는데 사람들의 관심과 참여 이런 것이 대회를 성공시키는 것이니까 골프 활성화에 대해서도 한번 방안을 만들어 줬으면 좋겠다"고 말한 것은 자신의 본분에 충실한 것으로 보여진다. 따라서 이 즈음서 박대통령이 이처럼 프레지던츠컵을 언급한 것은 지극히 당연하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대통령의 발언에 가장 놀란 것은 주무 부서인 문화체육부장관이었다고 한다. 김종덕장관은 "정부에서 마치 골프를 못치게 하는 것처럼…"이라고 말하며 대통령의 의중을 살폈다. 다시말해 이른바 '공무원의 골프 금지령'을 언급한 것이다. 그러자 박대통령은 "그건 아닌데…"라는 반응을 보였다고 한다. 자신은 결코 그런 '령'을 내린 적이 없었다는 얘기다. 그렇다면 공직사회에 나돌았던 서슬퍼런 '골프 금지령'은 어디서 나온 것일까. 대통령과 주무 장관이 나눈 대화를 보면 그것은 공직사회 스스로가 소위 '알아서 긴 것'으로 결론 지어진다.

여하튼 간에 대통령의 주문으로 관련 부처의 골프 친화적 후속 움직임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그것이 골프업계가 기대하는 수준이 될 지는 미지수다. 그렇게 생각되는 근거는 그동안 골프 관련 정책이 부처간 이기주의라는 굴레에 얽매어 태산명동서일필로 끝난 경우가 비일비재했기 때문이다. 설령 정부가 업계의 요구를 받아 들여 정책에 반영하려 들면 이번에는 표를 의식한 정치권이 반대하는 악순환으로 골프업계의 주름은 깊어만 갔다. 그런 점에서 이번 박대통령의 선언적 발언이 일회성 이벤트로 끝나지 않았으면 한다.

골프는 더 이상 가진 자들의 전유물이 아니다. 다시말해 많은 국민들이 즐기는 대중 스포츠로 자리 잡은 지 오래다. 한국골프장경영협회(회장 박정호)가 발표한 2013년도 전국 골프장 내장객 현황에 따르면 총 3110만명(회원제 1760만명, 비회원제 1350만명)이 골프장을 찾았다. 국민적 인기를 얻고 있는 프로야구의 작년 관중수(675만4619명)의 4배가 되는 인구가 직접 경기에 참여한 것이다. 또한 최경주(45·SK텔레콤), 박세리(38·하나금융그룹), 박인비(27·KB금융그룹) 등 세계무대서 활동하는 우리 골프 선수들이 국가 신인도 제고에 얼마나 큰 힘을 보태고 있는가.

이제는 여론의 눈치를 살피지 않는 소신있는 골프 정책을 펴야할 때가 왔다. 프레지던츠컵이 그 분기점이 될 듯하다. 그런 점에서 최경환 경제부총리의 발언에 귀가 솔깃해진다.
그는 "국내에서 골프와 관련해 특별소비세, 개별소비세(가 붙고), 말씀하신대로 너무 침체돼 있어 해외에 가서 사실은 많이 하지 않느냐"고 박대통령 앞에서 말했다고 한다. 다시말해 특별소비세와 개별소비세가 국내 골프장의 발목을 잡은데다 막대한 국부 유출로 이어지는 해외 골프투어의 원인이 되고 있다는 것이다.
최부총리의 이 발언이 대통령의 언급에 맞장구 치는 '추임새'로 끝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램이다.

golf@fnnews.com 정대균 골프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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