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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논단] 정책 혼선 vs. 정부 불신

박경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5.02.04 17:11

수정 2015.02.04 17:11

[fn논단] 정책 혼선 vs. 정부 불신

지난 연말까지만 해도 흔들림 없었던 정책기조가 흔들리면서 국정 혼선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빗발치고 있다. 공공·노동·교육·금융 등 4대 개혁은 제대로 시작도 하지 않았는데 연말정산, 지방세법, 건강보험료 등 그다지 걱정도 하지 않았던 것에서 여론의 뭇매를 맞고 휘청거리고 있는 것이다.

정책 혼선이 지적받고 있지만 연말정산은 벌써 1년 전에 결정된 것이다. 소득공제를 세액공제로 전환하는 것을 요지로 하는 세법 개정안을 여야가 합의해 통과시켰다. 소득공제를 세액공제로 전환하면 소득세의 누진성이 높아지기 때문에 소득 재분배 기능이 강화되는 것은 분명하다. 이 과정에서 중산층의 세 부담이 늘어난다는 사실은 이미 충분히 인지되고 세법 개정안이 통과된 것이다.


건강보험료 부과체계 개편도 그렇다. 직장가입자와 지역가입자로 이원화돼 있는 우리나라 건강보험료 부과기준은 지역가입자가 건강보험에 처음 가입했던 1977년부터 문제를 안고 있던 제도다. 이번에 추진하려고 했던 소득중심 부과체계 일원화 방안은 대부분 선진국에서 이미 시행하고 있으며 자영자 소득파악률도 지난 30년간 꾸준히 개선돼 왔기 때문에 제도 개선 여건도 조성됐다는 점에서 방향성은 맞다.

그렇지만 2011년 국세청 자료를 가지고 시뮬레이션한 결과에 기초한 개편안을 서둘러 발표하기보다는, 2014년 소득자료가 국세청에 신고되고 파악된 이후 개인별 보험료 부담의 증감을 보다 정확하게 분석한 이후에 개편안을 확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점에서 정부의 연기 조치는 적절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지금 바로 하지 않는다고 비판이 거세지만 정책 파급효과가 민감한 제도를 신중하게 처리하는 것이 잘못된 것은 아니다.

물론 공무원연금 개혁과 함께 군인연금과 사학연금을 개혁하겠다고 했다가 물러선 것, 연말정산도 방향이 옳으면 적극 설득했어야 할 것을 소급해 보완한다고 한 것, 지방세 개편도 한다 안한다 번복을 한 것 등 일관성을 보이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그렇지만 이러한 정책혼선의 원인은 부처 간, 청와대와 정부 간, 당정 간 협의 부족도 있겠지만 정부의 자신감 부족에서 기인한 바 크다. 즉 정부가 제대로 지지를 받지 못하는 상황에서 정책추진의 한계를 보인 것으로 판단된다.

정권에 대한 호불호가 비교적 뚜렷한 우리나라에는 어느 정권이 들어서나 30% 선의 반대층은 항상 존재해 왔다. 따라서 중간에 있는 40% 내외 계층의 향배가 중요한데 비교적 우호적인 입장을 가지고 있던 계층조차도 지난해 12월 이후 부정적 방향으로 쏠리고 있는 것이 문제다. 따라서 문제가 되는 사안에 대한 진위 여부를 떠나 국민 눈높이에 맞춰 현재 불신의 원인을 과감하게 일소하고 신뢰를 회복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하는 것이 시급하다.


정책의 방향성이 아무리 옳고 그 실행방안이 잘 준비돼 있어도 국민의 신뢰 없이 할 수 있는 정책은 거의 없다.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4대 개혁은 하나하나가 모두 새로운 반발세력을 양산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다수 국민의 지지를 받아도 될까말까 한 것이다.
개혁정책의 추진에 앞서 국민신뢰 회복을 위한 조치부터 단행해야 할 필요성이 여기에 있다.

김용하 순천향대 금융보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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