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사설

[이구순의 느린 걸음] 솔직해야 소통할 수 있다

이구순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5.02.04 17:07

수정 2015.02.04 17:07

[이구순의 느린 걸음] 솔직해야 소통할 수 있다

세금 문제로 온 나라가 시끄럽다. 사실 한 번만 다시 생각해보면 시끄러울 것도 없는 문제인데 시끄럽다.

국민은 늘어난 복지 혜택을 체감하고 있다. 노인복지는 동네 할머니 몇 분만 만나 봬도 한 시간 안에 충분히 체감할 수 있다.

복지 혜택을 누리는 사람은 앞으로 더 많아질 것이고, 그것을 위해 정부는 돈이 더 있어야 한다. 그러니 세금을 더 내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런데 그 당연한 문제를 놓고 나라가 시끄럽다. 왜 문제가 이렇게 됐을까? 실타래의 시작점을 따라가보면 정부가 국민에게 "세금을 올리지 않고도 복지를 늘릴 수 있다"고 장담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사실 불가능한 말이다. 돈 쓸 곳이 늘었는데 어떻게 돈을 더 벌어들이지 않고 돈을 쓸 수 있겠는가? 정부가 솔직하지 못했다.

비슷한 사례 하나 더 들어보자. 통신비 인하는 지난 2007년 이명박 전 대통령이 대선공약으로 '가계 통신비 20% 인하'를 내놓으면서 무려 8년째 정부의 핵심 정책이다. 그때부터 국민은 통신비가 조금이라도 비싸지는 듯싶으면 정부를 향해 "통신비 내려준다더니…"하고 따질 수밖에 없다.

가만히 따져보자. 통신비를 정부가 내릴 수 있을까?

결론부터 말하면 '×'다. 지금 통신시장은 민간 통신업체 세 곳이 경쟁하는 구도다. 정부가 2002년 한국통신(지금의 KT)을 민영화하면서 그리 됐다. 한국통신 민영화는 단순히 정부가 가진 주식을 팔았다는 의미 외에 '정부가 직접 통신시장에 관여할 수 없다'는 의미가 들어 있는 것이다. 실제로 정부는 통신회사를 향해 요금을 내리도록 할 수 있는 법적·제도적 장치가 없다. 그런데 무엇을 근거로 통신비 인하가 여전히 정부의 핵심정책으로 자리잡고 있는지 미스터리다.

결국 정부가 솔직하지 못했다. 친구지간에도 솔직하지 않은 친구는 왕따가 되기 십상이다. 밝힐 것을 끝내 밝히지 않는 친구라면 그와 소통하고 싶은 사람이 누가 있겠는가?

소통의 밑천은 솔직함이다. 솔직하기 위해서는 조금 용기를 내기도 해야 한다.

"지난번에 내가 얘기했던 것 말인데…좀 더 생각해보니 내가 잘못 생각한 것이었어." 이렇게 인정하고 다시 얘기를 시작할 수 있는 용기.

지금 정부의 태도를 보면 솔직하지도 않을뿐더러 용기도 없다. 할 수 없는 일을 자꾸 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증세 없는 복지, 통신비 인하. 정부도 속으로는 안다. 증세 없는 복지는 있을 수 없고 통신비 인하는 정책으로 할 수 있는 일이 아닌 것을….

그런데 "그때 잘못 생각했었다"고 말할 용기가 없다. 그러니 국민과의 소통이 점점 더 어려워지고, 정부는 국민에게 왕따를 당하고 있다.

국민은 화가 났다. 세금을 더 내라고 해서, 통신비를 더 내라고 해서가 아니다. 정부가 약속해 놓고 지키지 않기 때문이다.
약속을 지키지 않는 이유에 대한 설명도 못 들어서다. 솔직과 용기가 있으면 사실 소통은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닌 듯싶다.
지금이라도 정부가 솔직해지기를 바란다.

cafe9@fnnews.com 이구순 정보 미디어부장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