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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논단] 옥스브리지 경쟁과 산학협력

박경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5.02.09 16:51

수정 2015.02.09 16:51

[fn논단] 옥스브리지 경쟁과 산학협력

옥스퍼드대와 케임브리지대(옥스브리지)의 경쟁은 유명하다. 해마다 영국의 주간 교육지 '타임스하이어에듀케이션(THE)'이 펴내는 세계 대학교 순위부터 대개 3월 말 런던 템스강에서 열리는 연례 조정경기, 대학 간의 우수인재 유치 경쟁까지. 두 대학교는 거의 모든 분야에서 수백년간 치열한 경쟁을 펼쳐왔다. 대학을 품고 있는 두 도시도 마찬가지로 학교와 함께 살기 쾌적한 도시를 만들려고 노력해왔는데 이제 케임브리지가 압도적으로 여러 분야에서 우세하다.

영국 주간지 이코노미스트의 최근 분석기사를 보면 두 도시의 취업 증가율과 학사 학위 이상의 거주시민 비율 증가율, 전문직 종사자 증가율에서 케임브리지는 옥스퍼드를 훨씬 앞질렀다. 2008년에서 2014년까지의 취업 증가율은 옥스퍼드시가 9%에 불과하지만 케임브리지시는 28%로 3배나 높았다. 학사 학위 이상을 보유한 시민 증가율도 이 기간에 옥스퍼드는 37%, 이에 비해 케임브리지는 이보다 8%포인트 높았다.
시민 가운데 전문직 종사자 비율도 옥스퍼드는 13% 상승했지만 케임브리지는 이보다 15% 높았다.

산학협력, 대학과 도시 간의 긴밀한 협력이 두 도시의 경쟁력 격차를 가져왔다. 두 도시는 런던에서 100㎞가량 떨어져 있고 인구수도 크게 차이가 나지 않는다(옥스퍼드 15만명, 케임브리지 12만5000명). 자연과학 분야가 비교적 우세한 케임브리지대는 구성 단과대학이 앞장서 산학협력을 강화했다. 찰스 왕세자와 버트런드 러셀 등 저명한 영국인들의 모교로 유명한 트리니티칼리지가 1970년대 케임브리지 인근에 사이언스파크를 개설했고, 경쟁자인 세인트존스칼리지도 1987년에 혁신센터를 열었다. 자연과학 분야의 우수한 인재들이 졸업해 여기에서 창업하고 대학과 밀접하게 협력하면서 케임브리지는 영국의 펜 밸리(fen valley)가 됐다. 저지대 평야(fen)에서 혁신과학센터가 번창하게 됐다. 케임브리지시도 우수인력을 유치하고 머물러 있게 하고자 대학과 협력해 신규 주택 건설 장애물을 제거할 수 있었다. 중세와 근대, 자치권을 보유한 대학(가운)과 도시(타운) 간의 해묵은 갈등은 이처럼 산학협력을 강화하면서 시가 대학의 파트너가 돼 해소됐다.

반면 옥스퍼드는 산학협력이 부진하고 4개 구로 나뉜 행정구역 간의 갈등으로 신규 주택 건설도 매우 어렵다. 지난해 10월 옥스퍼드 시청 관계자들이 케임브리지시를 방문해 도시경쟁력 강화방안을 한 수 배워갔다. 옥스퍼드시 의회의 로버트 프라이스 의장은 "케임브리지시가 옥스퍼드보다 최소한 20년은 앞섰다"며 부러워했다. 컨설팅업체인 URS도 옥스퍼드시의 신규 주택 건설이 여러 가지 문제가 있다며 경고했다. 800년이 넘는 유구한 역사를 지닌 두 대학교와 도시의 경쟁은 우리에게도 여러 가지를 생각하게 한다.
바람직한 산학협력 모델, 대학교와 도시 간의 시너지 효과를 창출하기 위한 방안, 벤처창업을 지속적으로 유지하고 성공하게 만들 수 있는 방안 등.

한 사람의 천재가 수십만명을 먹여 살릴 수 있는 시대다. 창조경제의 핵심적 틀의 하나가 교육하고 연구하면서 이를 사회에 전파하는 대학이다.
대학 구조조정과 경쟁력 강화가 화두인 우리 사회도 대학교와 도시가 손을 맞잡고 세계에 내놓을 만한 산학협력 모델을 구축하기를 기대해본다.

안병억 대구대 국제관계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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