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나루]

복지정책 이대로는 안된다

최근 연말정산 문제로 봉급생활자들의 불만이 크다. 이것은 2013년 소득세법 개정 시 소득공제를 세액공제로 바꾸면서 고소득자 이외에는 세금 증가가 별로 없을 것이라고 정부가 발표했는데 실제로 계산해보니 과거에 비해 세금부담이 중산층 이하 계층에도 크게 늘어났다는 것이다.

정치권은 국민의 불만을 무마키 위해 각종 공제제도를 늘리고 소급적용하는 방안까지 검토하고 있다. 당초 늘어나는 복지비용을 조달하고자 소득공제를 세액공제제도로 개편했는데 다시 감면을 확대함으로써 그만큼 재원조달은 차질을 빚게 됐다.

그러면 현재의 복지제도는 추가적 재원조달 방안 없이 지속 가능한 것인가? 결론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본다.

현 정부는 증세 없이 복지공약을 달성하겠다고 2013년 135조원의 재원조달 방안을 발표했다. 그 내용은 각종 조세감면 정비, 지하경제 양성화, 세출구조조정 등으로 공약 추진에 필요한 재원을 조달하고 증세를 안하겠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2년이 지난 현 시점에서 공약가계부에 의한 재원조달은 불가능한 것으로 판명됐다. 사회간접자본(SOC) 등 세출조정으로 조달하려는 것도 경기부양대책 등으로 오히려 늘어났고, 각종 감면 정비나 지하경제 양성화도 예상보다 실적이 적다. 세금수입도 경제성장률 저하 등으로 당초 계획보다 크게 부족했다. 세수부족액은 2012년 2조8000억원, 2013년 8조5000억원, 2014년 11조원으로 계속 늘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경제성장률이 당초보다 낮아져 올해도 3조원 이상의 세수부족이 전망된다.

이미 복지재원 부족으로 인한 부작용이 심각하다. 무상급식·무상보육비 조달과 관련해 정부·지자체·교육위원회 간 갈등이 지속되고 학교 학습비 예산이 줄어들고 있다. 앞으로도 경제성장률 저하 등으로 재원조달 부족은 지속되는 반면 복지수요는 저출산.노령화로 계속 확대될 전망이다. 2012년 15조원이던 무상복지 비용이 2014년에는 24조원으로 증가했다. 복지재원 조달과 관련, 그동안 정부는 세금 신설이나 세율 변경이 없으면 증세가 아니라고 주장했다.

국민이 관심을 갖는 것은 '증세'란 용어가 아니라 실제 부담이 늘어나는지 여부다. 조세감면 축소나 공제방식 변화 등 무슨 이유든지 부담이 늘어나면 국민 입장에서는 증세나 마찬가지다. 그 경우 정부는 증세는 아니라고 할 것이 아니라 부담이 늘어난다고 솔직히 밝혀야 한다.

증세 없는 복지제도가 지속 가능하지 않다는 점을 인식한 이상 증세를 포함한 복지재원 조달을 본격적으로 논의해야 한다. 복지제도는 일단 시작되면 철회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지속 가능한 복지정책은 철저한 재원대책이 선행돼야 한다. 국민부담 증가 없이 복지가 가능한 것처럼 국민을 현혹하지 말아야 한다. 차제에 각종 재원조달 방안을 논의해야 한다. 현재 거론되는 법인세 인상, 고소득층에 대한 중과, 부가가치세 인상 등에 대해 외국의 사례, 예상 세입규모, 부작용 등 장단점을 공론화해야 한다.

현재 여론은 증세를 통한 복지 확대에 부정적이다. 갤럽 여론조사에 따르면 "세금이 늘더라도 복지 수준을 높여야 한다"는 의견이 41%이고 "세금을 더 낸다면 현행 복지 수준이 낫다"가 48%다.

또한 정부정책도 경제성장(58%)을 복지확대(36%)보다 우선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일부 증세가 되더라도 현실적으로 대폭 증세는 어려울 것이다.

따라서 현행 복지제도의 구조조정은 불가피하다고 본다. 소득과 무관한 무상급식·무상보육 등은 조정돼야 한다. 대학 반값등록금, 고교 무상교육 공약 등도 재검토가 필요하다.

과도한 복지는 무책임한 포퓰리즘적 선거공약에서 비롯된다. 유권자의 올바른 각성이 필요하다. 과도한 복지로 인한 후유증은 오랜 시간이 지난 후 나타난다.
여론조사에 따르면 젊은 세대가 중·장년 세대보다 복지 확대를 더 원한다. 복지부담은 대부분 미래에 나타날 터인데 젊은 세대가 복지부담을 깊이 생각하는지 모르겠다. 복지는 공짜가 아니다.

최종찬 국가경영전략연구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