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경제 유통

요우커들, 샤넬 벗고 '스타일난다' 입는다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5.02.23 17:44

수정 2015.02.23 22:15

명품브랜드 싹쓸이 멈추고 액세서리·화장품 구매 늘려.. 수요 다변화, 쇼핑 패턴 변화

#1. 중국 최대 명절인 춘제(설)를 맞아 한국을 찾은 진이씨(34)와 채설방씨(30)는 결혼을 앞두고 있다. 이들은 A백화점 귀금속 매장에서 다이아몬드 반지를 사고, 이 백화점의 또 다른 지점에 있는 명품 시계매장에서는 시계를 샀다. 이들은 총 1억6000여만원을 결제했다.

#2. 주말인 지난 21일 오후 서울 명동 거리는 중국인으로 붐볐다. 하지만 바구니에 고가 화장품을 충동적으로 쓸어 담던 과거와 달리 일부 중국 쇼핑객은 미리 구매 품목을 적어오는 꼼꼼함을 보였다. 화장품숍에서 제공하는 '샘플'을 놓고 점원과 실랑이를 벌이는 장면도 목격됐다.


'큰손' 요우커의 쇼핑 형태가 다양화 되고 있다. 명품 선호 현상은 여전했지만 젊은 여성층을 중심으로 캐릭터 상품, 중저가 의류 브랜드 등 다양한 상품의 판매가 늘고 있다. 아울러 명동을 벗어나 홍대, 용산, 강남 등으로 중국인의 쇼핑 지도도 넓어지고 있다.

23일 롯데백화점에 따르면 춘제 연휴기간인 13일부터 22일까지 중국인들의 구매 건수 상위 브랜드를 분석한 결과 캐릭터 상품, 중저가 의류 및 액서서리 브랜드의 약진이 두드러졌다.

백화점 관계자는 "캐릭터 상품과 인형 등을 판매하는 라인프렌즈의 경우 스타일난다에 이어 올해 2위로 순위가 껑충 뛰었다"며 "중국인 선호 상품이 기존 '고가.패션.명품' 위주에서 '중저가.액세서리.화장품' 등으로 다양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패션액세서리를 판매하는 레드아이는 지난해 10위에서 올 춘제 기간 8위까지 순위가 올랐다. 중저가 여성의류 브랜드인 스튜디오화이트는 올해 처음으로 순위에 들었다.

아이돌 가수인 엑소, 슈퍼주니어 등 한류 관련 상품을 파는 SM타운 매장도 2년 연속 8위를 기록하며 인기를 끌고 있다.

반면 구매건수 기준으로 2012년과 2013년 당시 10위권에 이름을 올렸던 샤넬, 프라다 등 명품브랜드는 지난해부터 순위권에서 사라졌다. MCM의 경우도 2012년과 2013년 1위에서 지난해 2위로 순위가 하락했고, 올 춘제기간에는 6위까지 내려갔다. 이들 명품 브랜드의 경우 제품당 가격이 높아 구매 액수로는 여전히 상위권을 차지하지만 구매 건수는 지속적으로 줄고 있다.

최근에는 주로 명품을 판매하는 면세점의 요우커 매출 신장률을 백화점이 앞서고 있다.

백화점의 경우 뛰어난 서비스와 함께 최근에는 각종 할인 혜택과 샘플 증정 등을 통해 가격 경쟁력도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춘제 연휴기간 롯데.현대.신세계 등 백화점 3사의 요우커 매출 신장률은 전년 대비 28~75% 늘었다. 반면 롯데면세점과 신라면세점의 신장률은 지난해 대비 15~35% 수준에 그쳤다.

요우커의 쇼핑 지도도 변화하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성형과 쇼핑을 한꺼번에 해결하기 위해 강남 일대를 찾는 요우커 방문이 늘고 있다.
또 가로수길과 코엑스, 강남에 새롭게 문을 연 제2롯데월드몰 등도 요우커의 발길을 끌고 있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중국인 개별 관광객을 중심으로 강남으로의 유입이 눈에 띄게 늘었다"며 "국내 유명 맛집이나 할인 프로모션을 체크할 정도로 꼼꼼해졌다"고 말했다.


한국문화관광연구원 최경은 연구위원은 "SNS로 인한 정보 공유, 쇼핑 수요 다양화, 한류, 중국 여유법 시행으로 인한 개별 관광 증가 등 복합적인 요인이 작용해 요우커의 쇼핑 패턴도 다양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hwlee@fnnews.com 이환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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