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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에서] 한국금융과 구조조정

홍창기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5.02.27 17:22

수정 2015.02.27 17:22

[여의도에서] 한국금융과 구조조정

꽃샘추위가 기승을 부리고 있지만 봄이 코앞이다. 하지만 보험업계에는 다시 구조조정이라는 한파가 휘몰아치고 있다. 마무리된 줄 알았던 보험업계의 구조조정 악령이 되살아나는 모양새다. 국내 굴지의 손해보험사인 메리츠화재가 며칠 전 직원 구조조정 계획을 발표하면서다.

구조조정의 범위와 퇴직금, 위로금 등은 결정되지 않았다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지만 저금리 여파 등의 영향으로 생명보험사들의 구조조정 바람이 잠잠해진 후 벌어진 메이저 손해보험사의 구조조정 소식에 보험업계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는 모습이다.

지난해 사장의 사퇴 때 "직원 구조조정은 없을 것"이라는 말을 듣고 안심했던 직원들도 당황하기는 마찬가지다.
아무리 돈을 많이 받는다 하더라도 열정을 다해 다니던 직장을 떠나야 하는 대상이 된다면 절망감이 더 클 것이다.

사실 보험업계의 인력 구조조정은 지난해에도 계속돼왔다. 삼성생명과 한화생명, 교보생명 등 생보업계 빅3는 물론 ING생명 등을 포함하면 10곳 가까이 된다.

생보업계의 구조조정은 저금리에 따른 운용수익 축소라는 악조건과 과거 보장성 보험금 지급 부담이 크다는 게 이유였다.

이 같은 구조조정은 보험업계뿐 아니라 한국 금융업계 전반에 퍼져있다. 지난해 증권업계나 은행권에서도 구조조정이 활발하게 진행된 것이다. 직원 구조조정이 회사의 경쟁력을 확보하는 하나의 방법인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하지만 구조조정 전에 사업구조 재편을 위한 다양한 노력을 펴고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다양한 개선작업을 진행하는 것이 우선이다.

경영환경이 안 좋거나 회사실적이 좋지 않다고 해서 구조조정을 계속 반복할 수만은 없는 노릇이지 않은가.

실적부진을 이유로 직원들이 잘려나가는 일이 반복되는 상황에서 회사를 살리기 위해 직원들의 희생만 강요하는 금융사가 '글로벌 수준'을 운운하는 것은 맞지 않는 태도다.

이런 환경에서 한국 금융업계가 세계적 수준의 회사를 키워내는 것은 요원한 일이다. 한국 금융업계가 전반적으로 직원 구조조정을 피할 수 있는 사업구조를 만들어야 하는 이유다. 개별 금융사들이 시시각각으로 변화하는 경영환경에 적절하게 대응할 수 있는 토대를 만들어주는 게 금융당국의 역할임은 물론이다.

현재 우리나라의 모든 금융업권은 언제라도 구조조정에 노출될 수 있는 환경에 처해있다. 현재의 소비위축이나 금융시장 환경 등이 이들 업계에 우호적이지 않기 때문이다. 정부가 가계부채 개선책을 내놓긴 했지만 지난해 말 현재 우리나라의 가계부채는 1089조원으로 1년 전인 지난 2013년보다 6.6% 늘어났다. 소비심리 악화도 계속되고 있다.

금융업계의 추가 구조조정이 앞으로도 지속될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한국 금융업계는 다양한 경영환경 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사업구조를 구축하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글로벌 스탠더드를 외치는 한국 금융업계 전반에서 회사의 실적부진이나 경영환경 악화 때문에 구조조정을 실시한다는 소식은 이번을 끝으로 그만 전하고 싶다.

ck7024@fnnews.com 홍창기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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