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관칼럼]

국민행복 시대, 지방자치 혁신의 길

1995년 자치단체장 선거를 통해 민선 지방자치가 부활한 지 20년의 시간이 흘렀다. 성년이 된 우리 지방자치는 그간 사회에 많은 변화를 만들어냈다.

먼저, 행정관청의 문턱이 낮아졌다. 공무원은 주민의 목소리에 귀기울이고 주민을 섬기는 봉사자로 변모하였고, 정보공개를 통해 투명한 행정이 정착돼가고 있다. 그리고 지방은 지역 고유의 특성을 살린 축제와 향토자원을 활용한 다양한 시책을 추진해 주민 소득증대는 물론, 대한민국을 넘어 다른 나라의 지방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 아울러 중앙과 지방은 국가적 위기 때마다 함께 고민하고 노력하는 국정운영의 동반자 관계로 발전했다.

이처럼 우리 지방자치는 짧은 역사에도 불구하고 많은 성과를 거둬왔지만 아직 다양한 문제가 제기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간 지방자치는 자치단체장과 의원을 어떻게 뽑고, 자치단체의 조직은 어떻게 설계하고, 중앙과 지방의 권한은 어떤 방식으로 배분해야 할지 등 민주주의 확장과 자치제도 정착에 초점을 두었다. 이 과정에서 주민의 삶의 질이나 행복에는 많은 관심을 기울이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대한민국은 경제대국으로 성장했지만 경제 수준만큼 행복감을 느끼는 국민들은 그다지 많지 않다.

따라서 이제부터 지방자치는 주민행복을 최우선 가치로 삼고, 정치체계를 넘어 우리 삶의 한 양식이 되어야 한다. 주민이 일상생활에서 지방자치를 통해 자치의 효용성을 직접 느끼고 행복을 체감하는 것이 지방자치 혁신의 핵심이다.

먼저, 지역사회에서 자생적으로 발현되고 있는 '공동체'에 주목해야 한다. 사회가 점점 복잡해지고 주민의 정책수요도 다양해짐에 따라 법과 예산 제약에 자유롭지 못한 정부와 자치단체보다는, 공동체를 통해 주민 스스로 지역의 문제를 해결하는 움직임이 늘고 있다. 직장 맘들이 공동으로 육아 방안을 고민하고 학부모들이 모여 야간에 자녀들의 귀가를 위한 순찰조를 편성하는 과정에서 주민들은 자치가 무엇인지, 우리 생활에 어떤 도움이 되는지 느낄 수 있다. 정부는 이러한 공동체가 활성화되고 주민생활에 정착될 수 있도록 법.제도적 기반 조성과 함께 우수사례를 적극 홍보하고 확산시킬 방침이다.

다음으로, 자치단체의 역량을 현장에 집중하여 주민밀착형 서비스를 강화해야 한다. 현재 시도, 시군구 본청에 인력이 집중되고 주민에게 직접 서비스를 제공하는 읍면동에는 정작 인력이 부족한 역삼각형 조직구조를 해소하기 위해, 지자체 조직을 현장중심으로 개편할 필요성이 있다. 또한 관공서 시설과 인력을 지역 여건과 복지.안전 등 주민수요에 맞게 탄력적으로 운영하기 위해, 규모가 큰 읍면동이나 출장소 대신 동(洞) 2~3개를 묶거나, 2~3개 과소 면(面)을 통합하는 것도 필요하다. 행정자치부는 이런 취지의 행정면(行政面), 대동(大洞), 책임읍면동 모델을 개발하고 도입을 희망하는 지자체를 대상으로 시범실시한 후 제도를 보완해 추후 확대시행할 계획이다.

주민이 행복한 지방자치 구현을 위해서는 건전한 지방재정도 중요하다. 지역여건에 맞고 주민이 원하는 행정서비스를 제공할 때 만족도가 높은 것은 자명한 이치다. 중요한 것은 이를 실현하기 위한 물적 기반이 뒷받침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지속가능한 지방재정 구조를 갖출 수 있도록 지자체 스스로 자주재원 확충 및 지방세입 관리 노력과 더불어, 방만하게 운영되고 있는 지방공기업 개혁도 중요한 과제다. 아울러 주민이 지역의 공공시설 운영상황과 지방세 체납 등 지자체 살림을 직접 감시하고 통제하기 위해 재정운용 상황에 대한 공개를 강화할 계획이다.

결국, 지방자치 혁신은 주민이 행복한 '생활자치'를 실현하는 것이다.
주민에게 보다 많은 권한을 부여하여 주민들이 자기 문제를 스스로 해결하고, 이에 맞게 행정의 조직과 인력, 재정구조를 바꾸는 것이다. 올해 행정자치부는 지방자치 20년 동안의 성과를 종합적으로 평가해 지방자치의 패러다임을 생활자치로 전환하는 계기로 삼고, 지방자치를 통해 대한민국이 나아갈 새로운 길을 모색할 계획이다. 생활자치로 주민이 지방자치의 진정한 주인이 되는 혁신의 길에 독자 여러분의 많은 관심과 조언을 부탁드린다.

정재근 행정자치부 차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