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경제 유통

유통 '빅3' M&A 등 공격경영 박차.. 3인3색 경영스타일

김경수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5.03.01 17:30

수정 2015.03.01 22:11

'과감' 롯데.. '신중' 신세계.. '패기' 현대百
롯데, KT렌터카·WDF 등 3조원대 인수 동시 진행
신세계, 금호산업 인수에 막판까지 고심하다 철회

외쪽부터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
외쪽부터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


롯데그룹은 '통큰형', 신세계그룹은 '신중.견제형' 그리고 현대백화점그룹은 '실속형'. 유통 '빅3' 롯데, 신세계, 현대백화점그룹이 올 들어 사상 최대 투자와 함께 대대적인 몸집 불리기에 경쟁적으로 나서면서 오너 간 인수합병(M&A) 경영 스타일에서도 뚜렷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 1일 재계에 따르면 신동빈, 정용진, 정지선 등 유통 빅3 오너들의 각기 다른 경영 스타일이 M&A와 신사업 확대와 같은 그룹의 중요 전략사업 추진과정에서 확연하게 구분돼 눈길을 끈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올 들어 수조원대 M&A 여러 건을 한꺼번에 단행해 빅3 중에서 통이 가장 크다.

신 회장은 국내 1위 렌터카업체 KT렌터카와 글로벌 패션기업 베네통 계열의 세계 6위 면세기업 WDF의 M&A를 동시에 진행 중이다. 인수금액은 KT렌터카 1조원, WDF 2조원을 합쳐 무려 3조원대에 달한다. 뿐만 아니라 롯데는 수천억원을 투자해 러시아 모스크바 내 복합쇼핑몰 '아트리움' 인수를 추진하는 등 과감한 '멀티형' 글로벌 M&A에 나서고 있다.

아울러 인천국제공항면세점, 제주시내면세점 등에서 잇따라 우위를 점하면서 주목받고 있다.

신 회장은 그룹 비전인 '2018년 아시아 톱10' 도약을 위해 각종 M&A 및 신사업에 자금을 쏟아붓고 있다.

올해 사상 최대인 7조5000억원대 연간 투자액을 설정한 롯데그룹은 역대 최대 규모의 글로벌 M&A에 참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롯데그룹이 7조원대 이상 연간 투자액을 설정한 것은 1조원 이상 M&A가 많았던 지난 2010년 7조원 투자 이후 5년 만이다.

또 재계에서는 신 회장이 롯데그룹의 경영승계를 놓고 친형인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과의 경쟁에서 쐐기를 박기 위해 더욱 공격적으로 나서고 있다는 평가도 있다.

아버지인 신격호 총괄회장이 장남을 일본 롯데의 모든 임원직에서 해임함에 따라 차남인 신 회장이 한·일 통합 롯데의 2세 경영을 책임질 것으로 보인다. 신 회장이 일본 롯데보다 15배 이상 한국 롯데의 몸집을 키워낸 점이 경영승계에 결정적인 도움을 줬다고 재계는 보고 있다.

■M&A 투자액 사상 최대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은 올해 사상 최대인 3조3500억원 투자와 함께 성장동력 확보에 나서고 있다. 올해 신규투자 규모는 지난해 2조2400억원에 비해 50%가량 늘어난 것이다. 다만 정 부회장은 상대적으로 신중하게 M&A 시장에 도전하고 있다. 이런 성향은 지난달 25일 마감된 금호산업 인수의향서 제출 과정에서도 극명하게 드러났다. 신세계는 인수의향서 제출을 마감시한 막판까지 고심하다 제출했지만, 불과 이틀 만에 철회할 정도로 극도의 신중함을 보였다.

신세계는 내부적으로 인수 시너지가 없다고 판단하고 고심했지만, 롯데그룹이 인수전에 참여할 것이라는 소문에 놀라 성급히 견제 차원에서 제안서를 냈다는 평가를 받았다.

정 부회장이 최대주주로 있는 광주신세계는 현재 금호산업이 100% 지분을 가진 금호터미널 토지 위에 들어서 있다. 광주신세계는 약 5000억원을 지급하고 장기 임차 중이다. 만일 롯데그룹이 금호터미널을 보유하고 있는 금호산업을 인수하게 되면 금호터미널은 롯데 수중에 떨어지게 된다.

그렇지만 롯데그룹이 "금호산업 인수전에 어떤 식으로도 나서지 않을 것"이라고 재차 밝히자, 방어에 나섰던 신세계그룹은 인수 제안서 제출을 과감히 철회했다. '통큰' M&A를 진행 중인 롯데 측은 "금호산업 인수 의향서를 낸 다른 사모펀드에 돈을 대고서 우회적으로 인수전에 참여하는 경우도 없을 것"이라며 신세계와 경쟁의 불씨를 만들지 않았다.

40대 초반의 '젊은 오너'인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은 유통산업에서 완전히 벗어나 조명, 의류, 가구, 가전 등 타 업종 업체를 M&A하는 실속형 경영을 보이고 있다. 화려하지는 않지만 실속을 챙기는 M&A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정 회장은 지난 2011년 현대LED(조명), 2012년 한섬(의류), 2013년 현대리바트(가구) 등을 잇따라 인수했다. 지난해에는 렌털업계 3위 업체인 동양매직, 김치냉장고 '딤채'로 유명한 위니아만도 등의 인수전에 참여했다. 올해도 이 같은 도전형 M&A가 계속될 것으로 기대된다.

또 정 회장은 면세점사업을 그룹의 전략사업으로 정하고 최근 그룹 내 별도법인까지 설립하며 서울시내 면세점사업자 선정 입찰에 적극적인 의지를 드러낸 바 있다. 그룹 관계자는 "면세점 자체 성장성뿐만 아니라 백화점.홈쇼핑 등 그룹 주력사업과의 시너지가 크다는 판단에 따라 사업 진출을 결정했다"며 "축적된 유통 노하우를 바탕으로 사업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해 종합 생활문화기업 이미지를 더욱 공고히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복합쇼핑몰·아웃렛 경쟁도 치열

유통 빅3 오너들의 M&A 경영 스타일은 복합쇼핑몰과 아웃렛 확보 경쟁에서도 드러나고 있다. 두 분야 모두 M&A처럼 출점 제한의 영향을 전혀 받지 않는 장점이 있다.

롯데그룹은 신 회장의 통큰 경영 스타일이 국내 최대 복합쇼핑몰인 제2롯데월드 건립과정에서도 어김없이 반영되고 있다. 롯데는 내년 말 완공을 목표로 국내 최고층 123층(555m)인 롯데월드타워를 제2롯데월드 내에 건립 중이다.

그동안 대형마트를 통해 유통 거인으로 거듭났던 신세계도 이마트가 출점제한과 성장정체로 고전하자 복합쇼핑몰로 방향을 틀어 신세계 프라퍼티를 핵심 계열사로 등극시켰다. 신세계 프라퍼티는 이마트가 90%의 지분을 쥐고 있다. 신세계는 여주 프리미엄아울렛의 10배 정도 규모인 하남 유니온스퀘어 복합쇼핑몰을 오픈하고 고양 삼성, 인천 청라, 동대구 복합환승센터 등에도 복합쇼핑몰을 개발한다. 또 신세계백화점 강남점 증축과 센텀시티 B부지 추가 개발, 김해점 신축 등으로 정 부회장이 선포한 '비전2023' 실현을 위해 더욱 고삐를 조일 계획이다. 이 비전은 오는 2023년까지 매출 88조원, 투자 31조4000억원, 고용 17만명을 달성하는 것이 목표다.



현대백화점그룹은 서울 신도림에 위치한 디큐브시티 운영권 인수도 추진 중이며, 아웃렛 사업도 본격적인 궤도에 올려놓고 있다. 현대백화점은 최근 경기 김포 프리미엄아울렛 개장과 함께 오는 8월에는 경기 분당 판교에 수도권 최대규모 복합쇼핑몰인 현대백화점 판교점을 개장할 예정이다.
또한 9월에는 도심형 아웃렛인 가든파이브의 영업을 시작하며 내년 상반기에는 인천 송도 프리미엄아울렛을 개장하고 현대백화점 압구정본점도 2개층 증축에 나설 예정이다.

rainman@fnnews.com 김경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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