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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장칼럼] 한국증시가 저평가되는 이유

임광복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5.03.02 17:00

수정 2015.03.02 17:07

[차장칼럼] 한국증시가 저평가되는 이유

토마스 쿤은 '과학혁명의 구조'에서 과학은 혁명적으로 진보한다는 의미로 패러다임(paradigm)이란 용어를 최초로 사용했다. 과학의 진보는 기존 낡은 체계나 이론을 뛰어넘는 새로운 주창에서 나온다는 것이다. 지동설을 주창한 코페르니쿠스적 인식 전환이나 뉴턴 역학으로 설명되지 않던 현상이 아인슈타인의 일반 상대성이론으로 이해되는 것들이다.

우리 경제나 금융시장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패러다임이 바뀌었다는 논리가 자주 나온다. 경제성장률 추이를 봐도 확연하다. 우리나라의 경제성장률은 1993~1997년 평균 7.4%였다.
글로벌 금융위기 전인 2006년 5.2%, 2007년 5.1%에서 올해 전망치는 3.4%(한은 기준)로 뚝 떨어졌다. 앞으로도 한국 경제성장률은 3%대를 넘어서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이같이 성장성이 둔화되면서 증시의 패러다임도 바뀌고 있다. 과거 고도성장 시대처럼 주가지수를 확 끌어올릴 모멘텀이 쉽게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이명박 전 대통령과 박근혜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 임기 내 주가지수가 각각 5000, 3000에 이를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박근혜정부도 만 2년이 지났지만 코스피지수 3000 실현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증시를 인식하는 패러다임도 바뀌어야 한다. 코리아디스카운트는 고질적이다. 과거엔 북한의 지정학적 리스크가 코리아디스카운트의 주요인이라고 했지만 최근엔 기업 지배구조개편과 배당, 주주가치 훼손 등이 큰 이유란 분석이 나왔다.

금융투자업계는 기업 지배구조개편은 수년간 증시의 주요 테마가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지배구조개편은 주가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보인다. 한 금융투자업계 고위 임원은 "코스피 평균 주가순자산비율(PBR)은 1배다. 지배구조가 개선된 제일모직, SK C&C, 현대글로비스 등은 PBR가 3~4배로 올랐다"며 "국내 모든 기업의 지배구조가 개선돼 이런 가치를 받으면 코스피가 3000~4000은 갈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국내 기업 지배구조는 아직 선진화되지 못한 것으로 평가됐다. 크레디리요네(CLSA)와 아시아기업지배구조(ACGA)에 따르면 2012년 한국 기업지배구조 점수는 49.0점으로 아시아 주요 11개국 중 8위에 그친다. 기업마다 처한 상황이나 환경이 달라 모두 같은 잣대를 대긴 어려울 것이다. 하지만 초이노믹스의 배당확대 정책이 안착하기 위해서도 기업 지배구조개선은 필수인 것으로 분석됐다. 대주주 및 오너 지분이 확대돼야 배당이 늘기 때문이다. 여전히 거수기인 사외이사제도나 기관·소액주주 참여를 막는 '슈퍼주총데이' 문화도 주주가치 증대와는 거리가 멀다.


수십년 고성장하며 글로벌 기업으로 발돋움한 삼성전자(PER 7배) 등이 저평가될 이유가 무엇인가. 이에 대해 금융투자업계의 평가를 곱씹어봐야 한다. 수조원을 운용하는 한 자산운용사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저평가된 종목도 지배구조가 개선되면 가치를 찾아간다"며 "이제 더 이상 대주주에 당하고 싶지 않다.
지배구조가 개선된 기업의 주식을 사고 싶다"고 했다.

lkbms@fnnews.com 임광복 증권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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