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대통령·청와대

걸프지역 협력강화 교두보 마련

정인홍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5.03.02 20:15

수정 2015.03.02 20:15

【쿠웨이트=정인홍기자】중동 4개국 세일즈 외교에 나선 박근혜 대통령이 2일(현지시간) 첫 순방지인 쿠웨이트에서 '제2의 중동붐' 실현을 위한 첫 교두보를 마련했다. 이번 중동 순방의 컨셉트가 우리의 근대화과정에 중요한 산업적 기반이 됐던 '중동붐'을 다시 일으켜 우리의 신성장 동력으로 삼겠다는 게 맞춰져 있어 첫 단추부터 잘 뀄다는 평이다.

걸프협력이사회(GCC)는 사우디아라비아·아랍에미리트(UAE)·카타르·쿠웨이트·오만·바레인 등으로 세계 원유 매장량의 33.6%를 차지할 만큼 우리에겐 중동시장이 경기회복을 위한 새로운 '블루칩'으로 떠오르고 있다.

박 대통령의 쿠웨이트 순방의 중요한 경제적 성과는 쿠웨이트가 추진중인 대형 프로젝트에 우리 기업의 진출 지원을 위한 본격적인 교두보를 확보하고, 다양한 분야에서의 양해각서 체결로 기존의 에너지·플랜트에 집중된 협력관계를 보건의료·정보통신기술(ICT) 등 다양한 분야로까지 다변화시켰다는 점이다.

■정유·지하철·신도시 등 대형 국책사업 참여

양국은 우선 정상회담을 계기로 '교통협력 MOU'와 '보건의료 협력 MOU'를 맺었다. 교통협력 MOU의 경우 철도관제를 비롯해 통신·지하철·고속철도 등 철도분야 협력, 교통체계 개선을 위한 지능형 교통체계(ITS) 등 육상교통기술 협력, 대중교통 및 철도운영·관리·제도 등 협력, 정례회의 개최 및 공무원·전문가 등 방문 협력이 주요 골자다.


양국 교통분야 현황 자료 및 정책 교환, 전문가 네트워크 구축 외에도 우리 기업의 쿠웨이트 국책사업 참여 발판 마련이 핵심이다.

쿠웨이트 지하철 사업인 메트로건설과 걸프지역 국가간 GCC 연결철도망 등 238억달러 규모의 교통인프라 프로젝트와 LH와 쿠웨이트 주거복지청간 '신도시 개발협력 합의의사록(MOM)' 체결로 2020년까지 총 17만5000호를 건설하는 신도시 건설 등 대규모 국책사업에 우리 기업의 참여가 예상된다. 메트로 건설과 GCC 연결철도사업은 우리측 철도시설공단이 참여를 추진중이다.

신규 정유공장 건설사업 140억달러 중 78억달러 수주 기대감도 높아졌다. 해당 사업은 쿠웨이트 정부의 원유 증산계획에 따라 추진하는 대규모 정유공장 설립 프로젝트로 현대, SK 등 우리 주요 대기업 건설사들이 참여한다. 지난해 기준으로 쿠웨이트는 우리의 제2의 플랜트 수주시장으로 다양한 핵심 국책사업에 참여중이다. 쿠웨이트만을 가로지르는 세계 최장 해상교량(48㎞)인 '자베르 연륙교'는 현대건설과 GS건설이 사업을 수주해 시공중이다. 한국석유공사와 쿠웨이트석유공사간 '유전개발 기술협력 MOU' 체결로 석유탐사 등 연구·개발 협력이 확대될 전망이다.

'보건협력 MOU'는 보건의료 , 의료서비스, 대체의학, 세계적 유행병 대응조치 등이 주요 내용이며 앞으로 환자송출과 의료진 연수, 병원진출 등 세부 협력사업 확대가 가능해지게 됐다.

'스마트그리드 협력 MOU' 등 체결로 단순교역 관계에서 진화, 우리의 에너지 신산업 본격 수출화 계기도 마련했다는 게 청와대 설명이다.

■우리 기술력+쿠웨이트 자본력=제3국 공동진출

지난해 양국간 무역규모는 188억달러인데 비해 지난해까지 양국간 누적 투자액은 고작 6000만달러에 그칠 정도로 투자협력은 미미한 실정이다.

이번에 쿠웨이트 국영석유화학기업(PIC)과 SK가스간 '투자협력 MOU' 체결로 우리의 기술력과 쿠웨이트의 에너지 및 자본을 결합하는 양국 투자협력 모델이 본격 추진되는 성과가 기대된다.

SK가스는 보유중인 SK 어드밴스드의 주식 일부를 PIC측에 매각해 800억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 석유화학제품 원료인 프로판을 안정적으로 확보하고 PIC는 프로판 판매처 및 제3국 공동진출의 기회를 확보하는 윈윈 성과를 거두게 된다. 이달 말 정밀 실사를 거쳐 투자 규모와 지분율이 결정된다.

또 한·GCC 경제협력 펀드인 KGF와 쿠웨이트 산업은행(IBK)은 1억달러 규모의 BOPP(식품 포장용, 테이프용, 건부자재용 등에 쓰이는 필름) 합작공장 설립에 협력키로 합의했다. 'KGF'는 산업은행, 수출입은행 등 우리의 공공·민간금융기관과 GIC(GCC 6개국이 공동설립한 투자금융기관)가 각각 1억달러씩 투자해 만든 정책펀드다. 쿠웨이트의 에너지와 우리의 기술력을 결합한 좋은 투자협력 사례로 청와대는 보고있다. 결국 걸프지역 협력에 주도적 역할을 하는 쿠웨이트와의 관계 강화를 통해 한-GCC간 협력 기반을 확대시켰다는 평이다.

■양국 인적교류 편익도 증진

비경제분야에 대한 성과도 풍성하다. 앞으로 쿠웨이트에 거주하는 우리 국민에 대한 도착사증(90일 체류 가능) 수수료 11억달러를 면제키로 합의했다. 그동안 쿠웨이트 입국시 사증발급을 위한 환전 및 대기시간에 따른 불편이 상당부분 해소될 전망이다. 우리도 쿠웨이트 국민에 대한 무사증 입국 허가기간을 30일에서 90일로 연장하는데 합의했다.
이로써 연간 쿠웨이트 입국하는 우리 국민이 현재 7000여명선에서 앞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양정상은 또 걸프지역 유일의 북한대사관 상주국가인 쿠웨이트로부터 북핵문제 해결 및 한반도 안정을 위한 지속적 협력을 확보하는 계기도 마련했다.


청와대는 "분단 70주년을 극복하는 평화통일 촉진에 대한 걸프지역 국가들의 지지 공감대를 확산시키는 계기가 됐다"고 평가했다.

haeneni@fnnews.com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