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퇴직 관료들 줄줄이 기업行, '김영란법' 통과로 더욱 불붙나

김승호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5.03.03 15:20

수정 2015.03.04 09:55

정부에서 장관, 차관 등 고위직을 역임한 전직 관료들이 올해에도 여지없이 주요 기업들의 사외이사, 감사 등으로 몰려가고 있다.

이들의 이직이 '관피아(관료+마피아)'를 일정 방지하는 공직자윤리법을 요리조리 피해가고는 있지만 민간으로 넘어가 주요 요직을 맡고 전관예우를 받으면서 자칫 '검은 커넥션' 역할을 할 가능성이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는 모습이다.

특히 이같은 퇴직 관료의 민간기업 러시는 앞으로 더욱 두드러질 것이란 우려다.

'김영란법'이 지난 3일 국회에서 최종 통과됨에 따라 금품 수수, 청탁 등 기업들의 기존 로비 관행이 위축되는 대신 민·관의 이해가 맞물리면서 퇴직 관료 채용 등 '사람'을 통한 연결고리를 곳곳에서 만들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4일 정부와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김동수 전 공정거래위원장은 지난 2월 말 두산중공업 사외이사로 자리를 옮겼다. 두산그룹 계열사인 두산인프라코어는 한승수 전 국무총리와 윤증현 전 기획재정부 장관, 박병원 전 대통령실 경제수석비서관, 김대기 전 대통령실 정책실장 등 4명을 무더기로 3년 임기의 사외이사에 앉혔다.
김대기 전 실장은 SK이노베이션 사외이사에도 이름을 올렸다.

농심은 강경식 전 경제부총리를 사외이사로 영입할 예정이고, S-OIL 역시 상공자원부와 지식경제부 수장을 각각 역임했던 김철수·홍석우 전 장관을 사외이사로 동시에 선임할 계획이다.

이외에도 이귀남 전 법무부장관(기아자동차), 최경원 전 법무부장관(KT&G), 김준규 전 검찰총장(현대글로비스), 정호열 전 공정위원장(현대제철), 이재훈 전 지경부차관(SK텔레콤), 이병국 전 서울지방국세청장(현대자동차), 전형수 전 서울국세청장(GS글로벌), 박태호 전 외교통상부 통상교섭본부장(효성) 등이 해당 기업의 사외이사 또는 감사로 새로 뽑혔거나 예정돼 있다.

이들 퇴직 관료의 기업행은 공직자윤리법상 문제가 없다. 현재 이 법은 퇴직전 5년 동안 소속했던 부서의 업무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사기업에 퇴직일로부터 2년간 취업할 수 없도록 제한하고 있다.

김동수 전 위원장의 경우 2013년 2월25일까지 공정위원장을 맡았고, 두산중공업 사외이사에 선정된 것은 이보다 2년하고도 이틀이 지난 올해 2월27일이었다.

그러나 두산중공업이 공정위로부터 '담합'과 관련된 조사를 받고 있는 상황이라면 김 전 위원장의 사외이사 자리 이동은 얘기가 달라진다. 두산중공업은 한진중공업, 현대건설, KCC건설과 함께 2013년 초 한국철도시설공단의 사업비만 9376억원짜리 평창동계올림픽 '강원도 원주~강릉 철도공사' 입찰에서 투찰가를 사전 합의하는 등 '짬짜미'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다만 퇴직 관료들이 이처럼 기업으로 몰려가는 것에 대해선 의견이 분분하다.


정부의 요직을 두루 거친 엘리트 관료들을 민간이 활용함으로써 긍정적 효과를 낼 수 있다는 쪽과 '막강한 인맥'을 아군으로 만들면서 정부의 기업과 시장에 대한 감시·통제 기능이 제 역할을 발휘하지 못할 것이란 우려가 그것이다.

윤태범 한국방송통신대 행정학과 교수는 "무조건 (관료를 기업으로)가지말라고 할 것은 아니다.
다만 퇴직자의 취업을 제한하는 방식을 선택할 것이냐, 아니면 미국처럼 이해가 충돌할 경우 퇴직관료의 활동을 제한하는 방식을 택할 것이냐가 문제"라면서 "취업 통로를 열어두는 대신 직무관련성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는 등 이해관계가 얽힌 직무는 맡지 못하도록 하는 방식이 옳을 것"이라고 말했다.

bada@fnnews.com 김승호 정지우 박소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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