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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은행 경쟁적 금리인하… 환율전쟁·저성장 부추긴다"

송경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5.03.03 18:04

수정 2015.03.03 18:04

"선전포고 없는 환율전쟁은 저축률을 높이고 소비를 늦춰 성장을 부추기기보다 저성장을 부추긴다."

'채권왕' 빌 그로스는 2일(현지시간) 월례 투자전망에서 "주요국 중앙은행의 바닥을 향한 금리 끌어내리가 경쟁은 '선전포고 없는 환율전쟁'"이라며 이같이 비판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그로스는 "전세계적인 저금리가 현대 일상 경제의 기능에 필수적인 금융사업 모델을 파괴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그로스는 세계 최대 채권펀드 핌코 공동 창업자였지만 지난해 야누스 캐피털로 갈아탔다.

그는 금리인하가 세계적인 현상이 됐다면서 이를 경고하고 나섰다.

일본은행(BOJ)과 유럽중앙은행(ECB)이 경기부양을 이유로 저금리와 양적완화(QE) 정책을 추진하면서 통화가치 상승 압력에 직면한 각국 중앙은행의 경쟁적인 금리인하가 환율전쟁을 낳고, 경제성장에 해악을 미치고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다 중국인민은행(PBOC)은 지난달 말 추가 금리인하를 단행하면서 환율전쟁 2라운드 신호탄을 쏘아올렸다.

그로스는 연기금과 보험사들이 저금리 또는 마이너스(-) 금리로 큰 고통을 받고 있지만 소액, 개미 투자자들은 아무 것도 건지는게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의 마이너스 수익률 채권 규모는 이제 2조달러(약 2200조원)에 육박한다"면서 "현대 올리버 트위스트(개미) 투자자들에게는 '국물(thin gruel)'도 돌아가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로스는 이런 상황이 "저녁 자리에 앉기 위해 돈을 냈지만 그저 빈 접시만 뚫어지게 쳐다보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빗댔다.

지난달 독일은 사상처음으로 5년만기 국채를 마이너스 수익률로 발행했다. 오랫동안 뜸들였던 ECB의 월 600억유로(약 73조원) 규모 채권매입이 3월부터 시작된다는 기대감이 사상첫 마이너스 수익률 채권 발행으로 이어졌다.

그로스는 "미래 경제 성장을 부양하기 위한 각국 중앙은행의 오도된 노력은 과도하며 계속해서 너무 많이 나아가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이어 "단기적인 자본 수익을 이유로 금리가 떨어질때마다, 또 지금은 선진국들의 마이너스 수익률에 환호하고 있는 채권소유주들은 이에 따른 암묵적인 부정적 결과를 직시해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템플턴 이머징 마켓츠의 전설적인 투자자 마크 모비우스도 전세계적인 저금리가 일반적인 은행 예금주들과 연금 생활자들에 불이익을 주고 있다고 우려했다.


모비우스는 나아가 "저금리로 고통 받아온 수많은 예금주들은 이 길의 끝에서 이같은 완화정책에 따른 높은 물가상승(인플레이션)과 자산거품이라는 또 다른 문제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송경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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