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과학 건강

정월대보름, 겨우내 음기를 떨치는 나물, 부럼, 오곡밥

정명진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5.03.04 15:25

수정 2015.03.04 15:25

'설은 나가서 쇠어도 보름은 집에서 쇠라'는 속담이 있을 만큼 우리 조상들은 보름을 중요한 의미로 생각했다.

그 중 가장 큰 의미를 지니는 날이 정월대보름이다. 정월대보름은 절기상 겨우내 묵었던 음기를 떨쳐내고 봄을 맞이하는 시기이다. 꽉 찬 달에 한 해의 건강과 행운이 가득하기를 소망하며 다양한 음식을 해먹었는데 그 속에 담긴 의미에 대해 잠실 함소아한의원 권혜림 원장과 함께 알아보자.

견과류를 꽉 깨물어 한 해의 건강을 기원하는 풍속인 부럼. 옛날에는 영양상태가 좋지 않아 피부에 부스럼(버짐)이 나는 경우가 흔했다. 특히 정월대보름쯤에는 날씨가 매우 건조했는데 영양가가 풍부한 견과류를 섭취함으로써 피부 질환을 예방하고자 하는 조상들의 지혜라고 할 수 있다. 옛날뿐 아니라 요즘 아이들도 이 시기가 되면 피부가 건조해 견과류를 꾸준히 섭취하면 좋다.
특히 호두와 잣, 땅콩은 단백질, 식이 섬유, 비타민B, E, C 등의 풍부한 영양소를 함유하고 있어 피부 각질을 잠재워 주고 가려움을 완화시켜준다. 은행은 피부 외에도 가래나 기침이 잦은 아이들이 섭취하면 폐를 튼튼하게 해준다.

정월대보름에는 청, 적, 황, 백, 흑 색을 띄는 다섯 가지 곡물로 오곡밥을 지어먹었다. 한의학적으로 이 다섯 가지 기운을 골고루 받아 몸 안의 균형을 이룬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조상들은 정월 대보름날 손님이 오곡밥을 많이 얻으러 와야 풍년이 든다고 여겼다. 그래서 아이들은 소쿠리를 들고 이웃집을 돌아다니며 오곡밥을 얻으러 다녔는데 충분한 영양소가 필요한 아이들을 위한 배려였을 것이다. 가정에서 오곡밥을 지을 때는 찹쌀, 수수, 팥, 콩, 차조 등의 곡식을 섞어 짓는 것이 일반적인데, 아이들이 먹기 수월한 오곡밥을 만들기 위해서는 밥을 짓기 전 오곡을 충분히 불리는 것이 중요하다. 아이들은 맛보다 식감에 민감하기 때문. 특히 단단한 콩 종류는 1~2시간 정도 물에 불려 지으면 아이들이 거부감을 덜 느낄 수 있다.

정월 대보름날 오곡밥과 함께 먹는 묵은 나물. 사실 묵은 나물은 특히 아이들에게 꼭 필요한 식품이다. 햇볕에 오래 말린 나물은 갖가지 영양소를 골고루 함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묵은 나물 속 무기질과 섬유질은 겨우 내 쌓여있던 몸속 노폐물을 원활히 배출할 수 있도록 돕는다. 또 묵은 나물에 많이 함유된 비타민D는 봄을 맞아 성장을 준비하는 아이들이 필수로 섭취해야 하는 영양소이다.
만약 나물을 싫어 하는 아이라면 묵은 나물로 주먹밥을 만들어 보자. 아이가 좋아하는 다른 식재료를 약간 넣어 주면 쉽게 먹일 수 있을 것이다.

pompom@fnnews.com 정명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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