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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디플레, 걱정만 하고 대책은 없나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5.03.04 17:41

수정 2015.03.04 17:41

투자·소비·물가 모두 악화.. 통화완화정책 세계적 조류

정부가 우리 경제의 디플레 가능성에 대한 우려를 표시했다.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어제 국가경영전략연구원의 조찬 강연에서 "지난 2월 물가는 담뱃값 인상분을 빼면 마이너스"라며 "저물가 상황이 오래가서 디플레이션 우려 때문에 큰 걱정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이미 디플레 초기 단계에 있다"고 한발 더 나갔다. 이 같은 발언은 디플레 가능성이 없다던 정부의 기존 입장을 바꾼 것이다. 앞으로 경기침체가 가속화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음을 의미한다.

정부는 당초 올해 우리 경제가 그동안의 침체에서 서서히 벗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최근 발표된 지표들은 정부의 예상을 빗나가고 있다. 지난 1월의 산업활동 동향을 보면 광공업생산(-3.7%)과 설비투자(-7.1%) 등이 전월에 비해 큰 폭의 감소세를 보였다. 수출도 줄고 있으며 소비 관련지표들도 악화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소비자물가상승률이 지난 1월 0.8%에서 지난달에는 0.5%로 떨어졌다. 특히 지난달의 소비자물가는 담뱃값 인상분을 빼면 -0.1%로 사실상 마이너스 물가를 기록한 것이다. 그동안 디플레 가능성을 일축했던 최 부총리가 인식을 바꾼 것은 실물경제 악화와 물가상황 등이 종합적으로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디플레는 수요위축으로 물가하락과 경기침체가 장기간에 걸쳐 악순환하는 현상이다. 따라서 선제적 대응과 강력한 처방으로 디플레를 사전에 막는 것이 최상의 선택이다. 그러나 정부는 디플레를 우려하면서도 뚜렷한 대책을 내놓지는 못하고 있다. 최 부총리는 어제 강연에서 내수 확대를 위해 임금인상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러나 이것은 기업에 책임을 떠넘기는 것이다. 기업은 통상임금 확대와 정년 60세 연장 등으로 인건비가 급증해 지금도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임을 정부가 모르지는 않을 것이다.

정부와 한국은행은 스스로 할 수 있는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 정부와 한은이 선택할 수 있는 정책수단은 재정과 통화다. 물론 오랜 경기침체와 맞서 싸우다보니 정책수단이 고갈된 점도 있고 낭비된 측면도 없지 않다. 그 결과 재정 쪽은 실탄이 거의 소진됐다. 최근에는 세금도 잘 안 걷혀 추가적으로 확대할 여력이 바닥난 상황이다. 통화 쪽도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그러나 최근 물가가 0%대로 낮아진 점은 금리를 추가로 내릴 수 있는 여력이 생겼다고도 볼 수 있다. 금리를 더 내려도 실질금리 확보가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가계대출을 더 악화시키지 않으면서 금리를 더 내릴 수 있는 방안을 찾아봐야 한다.

우리 경제가 당장 디플레에 빠진 것은 아니지만 최근과 같은 저물가 추세가 지속되면 유럽연합(EU)이나 일본처럼 되지 말라는 법이 없다.
최근에는 중국도 금리를 내리는 등 통화완화 정책이 세계적 추세라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 소규모 개방경제인 우리가 세계적 조류를 무시할 수는 없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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