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마음 바빠진 대한민국 경제팀, 디플레 우려 공식언급

김승호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5.03.04 19:22

수정 2015.03.04 19:22

대한민국 경제팀의 마음이 더욱 바빠졌다. 특히 경제팀을 이끌고 있는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의 속내는 더욱 그렇다.

최 부총리가 4일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열린 국가경영전략연구원 수요포럼에서 강연자로 참석해 '우리 경제가 디플레이션 상태로 빠지지 않을까 우려된다'며 경제팀 수장이 된 뒤 처음으로 디플레 우려를 공식화했다. 그만큼 현재의 경제상황이 녹록치 않다는 점을 스스로 인정한 것이다.

게다가 내수를 살리기 위해 만들어놓은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등 경제활성화 관련 법안이 정치권에서 맴돌고 있고, 소비 심리가 좀처럼 살아나지 않는데다 글로벌 경제도 받쳐주지 못하는 상황이다보니 최 부총리 입장에선 답답한 노릇이다.

■"디플레이션 우려 된다"

그동안 최 부총리는 올해 목표한 성장률 3.8%를 무리없이 달성할 것으로 자신해왔다.
실물지표에서 보듯 경제여건이 호전되기까진 다소 시간이 걸리더라도 서서히 안정을 찾을 것으로 내다본 것이다.

특히 확장적 재정정책과 규제 완화 등을 통한 정부의 전폭적 지원 아래 가계, 기업 등 경제주체의 자신감 회복이 무엇보다 중요함을 거듭 강조해왔다.

그러던 최 부총리는 이날 "디플레이션 상태는 아니다"라고 하면서도 "담뱃값 인상 요인을 제외하면 물가인상률이 사실상 마이너스 수준이라서 디플레이션 우려가 크다"며 현 경제상황에 대한 속마음을 털어놨다.

실제 소비자물가상승률이 0.52%를 기록한 지난 2월의 경우 담뱃값 인상이 물가를 0.58포인트 끌어올렸다. 담뱃값 인상만 없었다면 물가상승률이 디플레이션 경계선인 마이너스(0.52-0.58=-0.06%)로 내려갈 수도 있었다는 이야기다.

물가를 예로 들긴 했지만 최 부총리 입장에선 그만큼 현재 경제 상황이 만만치 않으니 정치권, 기업, 가계 등이 나서 경제활성화에 적극 나서줄 것을 에둘러서 호소한 셈이다.

그는 또 "(경제는)약간의 개선세를 보이고 있지만 지금은 옆으로 횡보하는 답답한 움직임을 보이는 게 5∼6년째 지속하고 있다"며 "올해 세계 경제가 미국의 성장으로 지난해보다는 나아지겠지만 유로존, 일본, 중국은 불확실하고 미국의 금리 인상이 국제금융시장에 불안을 유발할 수 있는 등 세계 경제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내수 활성화를 위해 고용을 늘리고 올해 최저임금을 7%대 이상 올릴 뜻도 내비쳤다. 특히 최저임금 인상은 기업, 그중에서도 상대적으로 여건이 열악한 중소기업이나 소상공인에게는 큰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소위 '표밭'으로 인식되는 이들의 반감을 사면서까지 큰 폭의 최저임금 인상 가능성을 경제팀 수장이 제기한 것은 '집권 3년차'라는 정치적 시계의 중요성보다는 현 시점에서 내수 활성화를 통한 경제 성장의 기반을 다지는 것이 더욱 중요하고, 그만큼 절실하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청년 실업 아주 심각한 문제"

최 부총리는 내수활성화를 위해선 고용이 가장 중요함을 강조했다. 특히 절대적인 고용률을 늘리는 것 외에도 그동안 추진했던 노동시장 구조개혁이 꼭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그는 "청년 실업은 아주 심각한 문제로 인식하고 있고, 우리 경제의 가장 근본적인 문제인 노동시장과 연관돼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 혼자 잘 산다고 될 수 있는 경제가 아니다"며 노동시장 구조개혁 과정에서 정규직의 일부 양보가 필요함을 간접적으로 내비치기도했다.

복지에 대해선 국민 대타협을 위한 테이블을 만들어야 한다는 의견도 함께 제시했다. 그는 "우리 복지 수준을 그대로 둬도 2040년이 되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에 도달한다. 따라서 새 복지를 도입하는데 신중해야 한다"며 "복지는 낭비적 요인을 줄이고 세액기반을 확충해야 한다. 재정건선성 부분도 일부 포기해야 한다. 국민대타협위원회 같은 것을 만들어 올해 복지에 대한 최적의 조합을 찾는 것이 숙제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금융업 뭔가 고장났다"

최부총리는 이날 강연에서 금융당국과 금융업을 겨냥해 "뭔가 고장났다"면서 강력한 질타를 날렸다.
금융업계가 강도높은 구조개혁을 통해 환골탈퇴, 경제 성장을 위한 제대로 된 '돈 줄' 역할을 해야 하는데 이런 기능이 잘 이뤄지지 못한데 따른 답답함을 표현한 것이다.

최 부총리는 "경제가 발전하면 금융업권의 국내총생산(GDP) 비율이 늘어야하는데 지금 금융업 취업자는 급감하고 있고, GDP 비중도 5%대에 주저앉았다"면서 "과거 목표는 10% 정도로 올리겠다고 했는데 올리기는 커녕 뒷걸음질치고 있다"고 금융업 전반에 대해 직격탄을 날렸다.


이날 처음으로 디플레이션 우려를 언급한 것과 함께 우리 경제의 어려운 상황을 요목조목 설명한 최 부총리는 소비심리 위축·글로벌 경기 침체→내수 침체→물가 하락→디플레이션 진입 등의 악순환 구조를 고용 확대→가계 소득 증대→내수 활성화→잠재 성장률 제고 등의 선순환 구조로 탈바꿈시켜보겠다는 의지를 표명하며 경제 활성화를 위한 튼튼한 배수진을 친 것이다.

bada@fnnews.com 김승호 예병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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