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데스크 칼럼] 5포 세대여, 그래도 포기하지 말자

윤휘종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5.03.05 17:02

수정 2015.03.05 17:02

[데스크 칼럼] 5포 세대여, 그래도 포기하지 말자

최근 한 취업 전문업체가 젊은이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가 눈길을 사로잡는다. 연애, 결혼, 출산을 포기한다는 이른바 '3포 세대'도 모자라 내집 마련에 인간관계까지 포기하는 '5포 세대'가 늘고 있다는 것이다.

2030세대의 젊은이 2880명을 대상으로 실시된 이번 설문에서 복수응답이긴 하지만 열명 중 4명 가까운 38.7%가 연애와 결혼은 물론 대인관계마저 포기했다고 한다. 취업이 더 급하다는 게 이유였다. 주택마련 부담 때문에 결혼을 포기한 젊은이가 절반이 넘었고(50.2%), 경제적 부담 때문에 출산을 포기한다는 답변도 45.9%나 됐다.

20대와 30대는 이제 막 사회생활을 시작했거나 조만간 사회생활에 나설 젊은이들이다.
그동안의 학업을 마치고 성인으로서, 새로운 경제의 주체로서 역할을 해야 할 대한민국의 꿈이자 희망이다. 누구보다 의욕과 도전정신으로 새로운 시대를 이끌어가야 할 젊은이들이 취업을 하지 못해 인간관계까지 포기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면 젊은이들에게 무슨 꿈과 목표가 남았단 말인가.

현실을 되돌아보면 이런 설문이 왜 나올 수밖에 없는지 납득할 수 있다. 언제부터인지 우리는 저성장시대에 살고 있다. 특히 올해 들어서는 '혹시나'했던 디플레이션의 공포가 현실화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최근 3개월 연속 0%대에 머물고 있다는 게 증거다.

고용시장도 불안하다. 최근 노동연구원의 한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노동시장의 고용보호 수준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의 중간 수준이지만 1년 미만 일한 근로자가 전체 근로자의 32.8%에 이를 정도로 불안정하다고 한다. 반면 10년 이상 장기근속자의 비중은 19.7%로 OECD 회원국 가운데 꼴찌를 차지했다. 물론 1년 미만 근속자가 많다고 해서 반드시 고용시장이 불안하다고 볼 수는 없다. 하지만 심각한 취업난이 어느 정도 반영됐다고 보면 납득이 간다. 청년들 입장에서 볼 때 기성세대에 온전히 합류하지도 못한 채 모든 걸 스스로 포기하면서 사회생활을 시작하는 '좌절의 세대'가 되는 게 억울할 수 있다.

게다가 기성세대들이 후배들에게 뭔가 해줄 수 있는 상황도 아니다. 그래서 더 암울하다. 전셋값 인상의 압박에 시달려 울며 겨자먹기로 대출을 받아 집을 장만한 신혼부부들은 20년 동안 이자에 원금상환에 시달려야 한다. 지난해 4·4분기 말 기준 가계부채가 1089조원을 기록했는데, 이마저도 모자라 마이너스통장에 보험약관대출까지 쓰는 직장인들이 또 다른 사회문제로 대두되는 상황이다.

그렇다고 모든 걸 포기한 채 좀비처럼 살아갈 수는 없다. 사람은 도전에 대한 꿈을 접을 때, 뭔가를 포기할 때 늙기 시작한다고 한다. 아무리 나이가 많아도 꿈과 희망과 목표가 있으면 활력이 넘치지만 아무리 젊어도 꿈이 없다면 시들어보인다. 세상이 자기를 도와주지 않더라도, 모든 상황이 최악이더라도 꿈을 잃지 말고 용기를 가져달라고 젊은이들에게 당부하고 싶다. 마쓰시타 고노스케는 "5% 성장은 불가능해도 30% 성장은 가능하다"고 했다.
목표를 5% 정도만 잡으면 과거의 방식에 안주하지만 30%를 잡으면 혁신적인 아이디어와 접근방식을 찾게 돼 오히려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것이다. 지금의 청년들은 저성장시대를 살아가는 방법에 적응해야 한다.
그리고 기성세대와 다른 접근방법으로 세상을 보길 바란다.

yhj@fnnews.com 윤휘종 산업2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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