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대통령·청와대

[리퍼트 美대사 피습] 朴대통령 "비슷한 경험해 힘든것 이해" 위로 전화

정인홍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5.03.05 21:50

수정 2015.03.05 21:50

청와대 사태수습 총력, 외교채널 총동원 후속조치 정략적 외교전 적극 대응

【 아부다비(아랍에미리트연합)=정인홍 기자】 박근혜 대통령은 5일 오후(현지시간) 피습을 당해 입원 중인 마크 리퍼트 주한 미국대사에게 전화를 걸어 위로의 뜻을 전했다. 박 대통령은 이날 현지시간 오후 2시20분(한국시간 오후 7시20분)께 5분간 리퍼트 대사와 전화통화를 갖고 "사건소식을 접하고 놀라움을 금할 수 없었으며 마음이 매우 아프다"며 "특히 몇년전 (저도) 비슷한 경험을 한 입장에서 얼마나 힘들지 이해가 된다"고 말했다.

지난 2006년 5월 20일 지방선거 유세 도중 범인이 휘두른 문구용 칼에 피습당해 안면에 깊은 자상을 입었던 '끔찍한' 기억을 떠올리며 비슷한 상황에 놓인 리퍼트 대사를 진심으로 위로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한편 청와대는 이날 김관진 국가안보실장 주재로 긴급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를 열어 대응조치를 협의하는 등 신속한 사태수습에 총력을 기울였다.

■朴대통령 "경험해 힘든 것 이해"

박 대통령은 이날 리퍼트 대사에게 전화를 걸어 위로하면서 "그런 상황에선 말하기가 어렵다는 것을 잘 알고 있어 말을 할 수 있는지를 알고 나서 연락을 하는 것"이라고 했다. 안면에 깊은 자상을 입어 대봉합 수술을 한 탓에 혹시 말을 하기가 힘들어 위로의 뜻으로 전화를 거는 게 오히려 리퍼트 대사를 힘들게 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박 대통령은 "이러한 폭력행위는 결코 용납돼선 안 되며 우리 정부는 신속한 수사를 포함, 필요한 조치들을 엄정히 취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이번 사건이 한·미동맹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일이 없도록 미국 정부와 긴밀히 협조할 것"이라며 리퍼트 대사의 조속한 쾌유와 회복을 위해 기도하겠다고 했다고 청와대는 전했다.

이에 리퍼트 대사는 "박 대통령의 따뜻한 말씀을 듣게 돼 영광"이라고 '우리말'로 답하면서 "의사로부터 대통령께서도 비슷한 경험을 하셨다고 들은 바 있어 오늘 통화가 더욱 특별한 대화로 느껴진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미동맹이 한반도 평화와 번영을 위해 중요한 일들을 항상 함께해나갈 것"이라며 "한국의 많은 사람들로부터 따뜻한 위로의 말씀을 듣고 큰 감동을 받았다"고 답했다고 청와대는 전했다.

■靑, 긴급 NSC 개최

청와대는 이날 김관진 안보실장 주재로 NSC 상임위를 열어 대응 조치를 협의하는 등 '사태수습'에 기민하게 대응했다.

아랍에미리트연합(UAE) 현지에선 박흥렬 경호실장, 주철기 외교안보수석, 윤병세 외교부장관 등 관련 참모진이 긴급 대책회의를 갖는 한편 이병기 비서실장, 김관진 실장과 유기적인 협조체제를 통해 필요한 조치를 취한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와 정부는 한·미관계에 부정적 영향이 미치지 않도록 모든 외교채널을 총동원해 후속조치에 만전을 기하고, 미국과의 공조속에 배후 규명과 악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한 외교적 노력을 병행하고 있다.

앞서 전날 오후 늦게 UAE에 도착한 박 대통령은 이날 새벽 3시13분(한국시간 8시13분)께 주철기 수석으로부터 상황을 보고받고 "이번 사건은 주한 미대사에 대한 신체적 공격일 뿐만 아니라 한·미동맹에 대한 공격으로서 결코 용납될 수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에 대해 철저한 수사 및 경계태세 강화 등 필요한 제반 조치를 취하고 있다"며 "오바마 대통령과 미국 정부에도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고 덧붙였다.

청와대는 '과거사를 덮고 가자'는 취지의 웬디 셔먼 미국 국무부 정무차관의 발언으로 한·미관계에 미묘한 기류가 형성된 가운데 터진 사안이어서 매우 신중하고 철저한 대처를 한다는 입장이다.


이미 일본 정부가 이번 사태를 자국에 유리한 상황으로 해석할 조짐이 보이는 데다 북한도 '한·미 틈새 벌리기'에 나서는 등 국제 외교 이슈로 볼륨을 키우고 있어 청와대와 정부로선 신속한 진상파악과 사태 수습을 통해 '정략적' 외교전에도 적극 대응한다는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haeneni@f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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