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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프가이' 리퍼트 대사, 긍정의 아이콘으로 떠올라

김유진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5.03.06 16:04

수정 2015.03.06 16:07

"주한 미국대사로 한국에서 일하게 되어서 아주 기쁩니다. 한미 관계는 매우 소중하고 특별한 동반자 관계입니다."

41세, 최연소 주한 미국대사로 부임한 마크 리퍼트 대사는 지난해 10월 한국에 도착해 첫 소감을 이렇게 밝혔다. 서툰 한국어였지만 한국에서 경험하게 될 일들에 대한 리퍼트 대사의 기대감과 애정이 듬뿍 담겨 있다.

지난 5일 갑작스런 피습 사건으로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는 리퍼트 대사가 '긍정의 아이콘'으로 떠오르면서 많은 이들에게 감동을 전하고 있다.

다급한 순간에도 비명 한 번 지르지 않고 외교관으로서 절도와 품위를 지켰고, 오히려 주변 사람들을 안심시키려 노력하던 모습은 사고 이후 그의 절친한 친구 벤 로즈 백악관 국가안보 부보좌관이 소개한대로 '터프가이' 다웠다.


사고 당일 오후 리퍼트 대사는 중동 순방 중인 박근혜 대통령과 통화하면서 "따뜻한 말씀을 듣게 돼 영광"이라며 "의사로부터 대통령께서도 비슷한 경험을 하셨다고 들은 바 있어 오늘 통화가 더욱 특별한 대화로 느껴진다"고 한국어로 감사의 뜻을 전했다.

이번 일로 우려가 제기되는 양국 관계에 대해서는 "한미 동맹은 한반도 평화와 번영을 위해 중요한 일들을 항상 함께 해나갈 것"이라면서 "한국의 많은 사람들로부터 따뜻한 위로의 말씀을 듣고 큰 감동을 받았다"고 전했다.

리퍼트 대사의 치료를 담당하고 있는 신촌 세브란스 병원 의료진은 사고 이후 하루가 지난 6일 "(대사가) '달콤하게 잘 잤다'고 말하는 등 안정적인 상태"라고 전했다.

리퍼트 대사는 2005~2006년 오바마 대통령이 상원의원이던 시절부터 외교안보 분야의 사실상 '가정교사' 역할을 해 왔다.

본격적으로 한국과 인연을 맺은 건 2013년 초 미국 정부 대표단의 일원으로 당선자 신분이었던 박근혜 대통령을 방문했을 때였다. 이후 지난해 초 성 김 대사의 후임으로 거론되기 시작, 5월 마침내 한국 대사로 공식 지명됐다.

한국에 부임한 후에는 '리퍼트 가족의 한국이야기' 라는 이름의 블로그나 개인 트위터에 소소한 일상을 남기며 한국인들에게 친근하게 다가갔다.

미국에서 데려 온 애견 그릭스비와 함께 서울 시청·광화문 일대를 산책하면서 시민들과 찍은 사진을 올리고, 영화 '국제시장'의 배경인 부산 국제시장을 방문해 '꽃분이네'를 직접 찾아가는 등 소탈한 모습으로 시민들의 환심을 샀다.

지난 1월 서울에서 얻은 첫 아들에게는 "사주를 보고 지었다"며 '세준'이라는 중간 이름을 붙이고 앞으로 아이가 한국에서 보내게 될 시간에 대한 설렘을 표현하기도 했다. 사고 직전에도 그는 행사 참석자들과 아들 이야기를 하며 "둘째도 한국에서 얻고 싶다"고 말했던 것으로 알려지면서 안타까움은 배가 됐다.


수술을 마치고 불과 서너시간 뒤 대사가 직접 트위터에 남긴 글은 많은 이들에게 감동을 주기에 충분했다. 그가 한국어로 '같이 갑시다'라고 적은 글에는 현재 많은 국민들이 '그래요, 같이 갑시다' '세준이 아빠 힘내세요' 등의 응원글을 남기며 그의 쾌유를 기원하고 있다.


외교 전문가들은 리퍼트 대사의 쿨한 행보에 대해 "위기상황에서 리퍼트 대사가 보여준 외교관다운 의연한 매너가 한국국민의 마음을 움직이고 있는 것 같다"면서 "리퍼트 대사가 큰 사고를 당했지만 신사다운 행보로 한미 양국 국민들의 유대를 새롭게 상징하는 아이콘으로 떠오르고 있다"고 평가했다. july20@fnnews.com 김유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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