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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리포트] 中 뉴노멀과 불꽃놀이

김홍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5.03.06 17:04

수정 2015.03.06 17:04

[월드리포트] 中 뉴노멀과 불꽃놀이

중국인들은 춘제(설) 기간에 '옌화'(烟花·불꽃놀이)를 즐기는데 특히 춘제 바로 전날과 한국의 정월대보름에 해당하는 '원소제(元宵節)'에 가장 화려한 불꽃이 중국 대륙을 수놓는다.

불꽃놀이는 7세기 수 양제(隋煬帝) 시절부터 시작된 것으로 알려졌으나 불꽃놀이가 널리 보급된 것은 화약 제조기술이 발전한 13세기에 이르러서부터라고 한다. 일부에선 중국인들이 세계 최초로 화약을 발명하고서도 고작 귀신을 쫓는 불꽃놀이에 이용하다 정작 화약을 총과 대포로 발전시킨 서양에 침략을 당했다며 비판하는 목소리도 있다.

하지만 중국인들은 여전히 춘제 기간이 되면 스모그를 우려하는 당국의 단속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불꽃놀이를 즐긴다.

올해도 원소제를 맞아 중국인들은 화려한 불꽃을 베이징 하늘로 쏘아 올렸다. 공교롭게도 이날(3월 5일)은 중국의 최대 정치행사인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개막식이 열리는 날과 일치했다.
이날 최대 관심은 중국이 올해 성장률 목표를 어느선까지 낮출 것이냐는데 쏠렸다. 이를 취재하기 위해 이른 아침부터 전인대가 열리는 인민대회당의 문이 열리기도 전에 몰려든 내외신 기자들의 줄이 100여미터를 넘었다.

인민대회당의 문이 열리고 전인대 개막식 선언과 함께 단상에 올라선 리커창 총리는 정부 업무보고를 통해 올해 성장률 목표를 7.0%로 제시했다. 전인대 개막 전에 많은 경제 전문가들이 올해 중국의 성장률 목표를 7.0~7.2%로 전망했기 때문에 그리 놀라운 소식은 아니었다. 하지만 중국 정부가 중고속 성장으로 대변되는 신창타이(新常態.뉴노멀) 시대에 접어들었음을 공식적으로 인정했다는 데 큰 의미가 있었다.

이를 빗대 전인대에서 만난 한 외신기자는 "중국의 현 경제 상황이 마치 불꽃놀이와 같다"고 말했다. 과거 밤하늘의 화려한 불꽃처렴 고속 성장을 구가하던 중국 경제가 이제는 성장 속도가 떨어지면서 경착륙을 우려해야 하는 상황이 됐기 때문이다.

실제로 중국은 한국 등 아시아국가들이 외환위기를 겪은 직후인 지난 1999~2004년 6년간 성장률 목표를 7%로 제시했지만 실제 성장률은 1999년(7.1%)과 2001년(7.3%)을 제외하고 8~9%를 이룩했다. 이후 2005~2011년 7년간 성장률 목표를 8%로 높였고 실제 성장률이 두자릿수를 넘는 등 고속 성장을 지속해왔다. 이른바 '바오바'(保八·성장률 8%) 시대가 7년간이나 이어졌다.

하지만 2012년부터 성장률 목표를 7.5%로 낮추면서 '바오치'(保七·성장률 7%)시대가 시작됐다. 이 기간 실제 설장률은 2012년 7.8%에서 2013년 7.7%로 하락했고 지난해에는 성장률 목표를 7.5%로 잡았지만 실제 성장률은 7.4%로 목표치를 밑돌았다. 올해는 성장률 목표를 마지노선인 7%로 제시하면서 사실상 고속성장 시대가 끝나고 본격적인 신창타이 시대에 들어섰음을 대외적으로 인정했다.

이제 관심은 신창타이 시대 진입과 함께 중국 경제가 안정적으로 연착륙할 수 있을 것인지 아니면 경제가 곤두박칠 치면서 쇠락의 길을 걷게 될 것이냐 하는 점이다.

리커창 총리는 "올해 7%의 성장 목표는 경제 수요와 가능성을 감안한 것으로 '샤오캉'(小康.중산층) 사회의 전면적인 실현 목표에도 부합된다"고 말했다. 그는 "이런 성장속도를 비교적 오랜기간 유지해 나갈수 있다면 현대화의 실현을 위해 보다 튼튼한 물질적 토대를 마련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중국이 목표로 하는 샤오캉 사회 건설과 현대화를 위해 안정적인 성장이 지속돼야 한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이를 위해 적극적인 재정정책과 통화정책 완화는 물론 각종 개혁조치를 쏟아냈다.
중국 경제가 화려한 불꽃을 피운 뒤 일순간에 사라지는 것을 막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모습이다. 올해 세계는 중국 경제가 목표로 한 성장을 이룰 수 있을지 주시하고 있다.
경제라는 화약으로 불꽃놀이만 하다 끝날지, 아니면 체질 개선을 통해 미국을 제치고 세계 경제대국으로 일어 설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hjkim@fnnews.com 김홍재 베이징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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