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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脫스펙 채용 연착륙을 기대한다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5.03.06 17:04

수정 2015.03.06 17:04

신입사원 채용 때 '스펙'을 보지 않는 기업이 급증하고 있다. SK그룹은 올 상반기 신입사원 공채에서 외국어 능력, 정보기술(IT) 자격증, 수상 경력, 해외연수 경험, 논문 내용 등의 스펙 항목을 일부 직무를 제외하고는 모두 없애기로 했다. SK는 심지어 입사지원서에 증명사진도 제출하지 않도록 했다. 지원자들은 이름, 학력, 전공 및 학점 등 기본정보만 제시하면 된다. SK는 자기소개서와 면접, 인턴십 등을 통한 직무수행능력 평가를 통해 합격자를 가릴 것이라 한다.

지난 2일부터 채용을 시작한 현대차그룹과 곧 대졸 채용에 나설 포스코그룹도 스펙 항목을 폐지하거나 대폭 축소할 계획이다.
삼성그룹 역시 하반기 공채부터 출신대학이나 어학능력을 반영하지 않고 직군별로 직무적합성 평가를 도입할 예정이다. LG그룹은 이미 지난해 하반기 공채부터 입사지원서에 사진, 수상경력, 어학연수, 봉사활동 등의 입력란을 없앴다. 실로 바람직한 변화가 아닐 수 없다.

사람의 능력과 자질, 태도보다는 학벌과 성적, 자격증, 심지어 인물, 신체조건까지 스펙을 더 중시하는 기존의 채용시스템은 많은 부작용을 낳았다. 대학생들은 취업용 스펙을 쌓기 위해 졸업을 미루면서 엄청난 돈, 시간과 노력을 쏟아붓는다. 해외연수 등 돈 많이 드는 스펙을 쌓을 엄두가 안나는 빈곤층 청년들은 좌절했다. 대학생의 사교육 참여율이 57%에 달하며 스펙쌓기에 드는 비용이 평균 4000만원을 넘는다는 조사결과도 있다. 사회적 비용 낭비가 너무나 심각하다.

정작 기업이 필요로 하는 것은 실력, 창의력과 열정, 도전정신으로 무장한 인재다. 학벌, 어학성적 등 단순한 스펙만 갖고 인재를 가려내다간 실패하기 십상이다. 능력과 자질을 잘 따질 수 있는 정교한 채용시스템을 구축해야 하는 이유다. 물론 스펙을 모조리 무시하고 인재를 골라낼 수는 없다. 스펙을 넘어서는 채용방식이 필요하다. 그래서 직무수행능력 평가가 강화되는 추세는 당연하다.

스펙 초월 채용은 이제 겨우 초기단계다. 지난해 상반기 대통령 직속 청년위원회의 조사에 따르면 100대 기업 중 90%가량이 각종 스펙을 입사지원서에 기재토록 요구했다.
최근 한 취업포털 조사에서 구직자의 절반이 '스펙 초월 채용이 진행되지 않고 있다'고 응답했다 한다. 기업들이 여전히 스펙을 따지고 있다는 것이다.
기업들은 능력있는 인재를 발탁하기 위해 어떤 평가방식을 채택해야 하는지 더욱 숙고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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