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부칼럼 특별기고

[특별기고] 왜곡된 노동시장 개혁, 원인 진단이 먼저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5.03.06 17:05

수정 2015.03.06 17:05

[특별기고] 왜곡된 노동시장 개혁, 원인 진단이 먼저

우리나라 노동시장의 구조가 심각하게 왜곡돼 있다거나 비정상적이라는 문제는 이미 오래전부터 지적돼 왔다. 그러나 괜찮은 일자리를 얻는 것이 갈수록 더 어려워지고 있다는 것을 국민들이 피부로 직접 느끼게 되고 높은 청년실업률에도 기업들이 적당한 인재를 구하기 어려운 기현상을 겪게 되면서 이제는 우리나라 전체 구성원이 공감하는 문제가 됐다.

노사정위원회에도 작년부터 노동시장구조개선특별위원회가 설치돼 이 문제를 본격적으로 다루기 시작했다. 노사정과 전문가들이 노동시장 구조개혁의 필요성에 공감하고 이를 논의하기 위한 회의체가 구성되었다는 것만으로도 상당한 의미가 있다.

그러나 논의가 제대로 진행돼 쓸만한 대안이 도출되기 위해서는 우리나라 노동시장이 기형적인 모습이 된 원인이 무엇인지 먼저 솔직히 인정해야 한다. 흔히들 노동시장 구조 왜곡의 가장 큰 원인은 기업들이 정규직과 비정규직을 차별하는 데에 있다고 말하고, 여기에 수긍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러나 기업이 자신들의 부만 축적하면서 취약한 비정규직 근로자들을 생활고와 취업난 속으로 내몰았다고 보는 것은 지나치게 단순하고 순진한 생각이다. 기업이 취약계층 근로자들의 대우를 대폭 개선해주고 싶어도 그럴 수 없는 것이 현재 상황이다. 그 이유는 이미 노동시장에 진입해 기득권을 가지게 된 기존 근로자들과 노동시장 신규 진입자들, 구직자와 노동조합 등 다양한 사람과 집단들의 이해가 복잡하게 얽혀 있고, 노동 관련 법제의 촘촘하고 단단한 규제의 틀이 그 이해관계들을 떠받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노동시장의 가장 큰 문제점은 극단적인 양극화로 나타나고 있다. 양극화가 원인인지 결과인지를 따지는 것은 지금 단계에서는 의미가 없다. 양극화의 원인은 매우 다양한 측면에서 찾을 수 있다. 노동조합의 비타협적인 고용보장 요구 관행, 산업개발 시대에 형성된 연공급제 임금구조, 경직적인 해고 및 인사법제 등이 모두 그 원인이 될 수 있다.

많은 기업들이 오래 일할수록 능력과 관계없이 많은 임금을 받는 연공급제 임금체계를 가지고 있다. 또 정규직 근로자들이 과도한 고용안정성과 임금을 보장받고 있는 대가로 기업들은 신규 인력 채용에 부담을 갖게 되고 기존 인력 유지에도 어려움을 겪는다.

원인이 이와 같다면 과대평가나 과보호되고 있는 근로자들에 대한 보호 수준을 적정히 낮추고, 경직된 인사와 임금 관련 법제도를 유연화해 노동시장 안에서의 인력 수급과 흐름이 자연스럽게 이뤄질 수 있도록 숨통을 터주어야 한다. 하지만 현행 법제 아래서는 기업이 인사·임금체계를 바꾸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막혀있던 시장의 흐름이 되살아나고, 과도한 재화의 집중이 해소돼야 새로운 일자리가 생기고 취약한 근로자들에 대한 보호를 확대할 여력이 생긴다.
노동시장 구조개선의 첫 단계는 정규직 과보호를 적정한 수준으로 조정하는 것이어야 한다는 점을 노동계가 솔직히 받아들여야 한다.

기업도 그 과정에서 확보된 재원을 아래로 흘려보내 취약한 근로자들의 처우개선에 사용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렇게 물꼬가 트이기 시작하면 취약근로자 계층의 처우개선이나 고용안정, 정년연장과 임금조정, 근로시간 단축 문제 등도 자연스럽게 흐름을 타고 논의가 이어질 수 있지 않겠는가.

이동응 한국경영자총협회 전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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