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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논단] 실익없는 복지논쟁 지양해야

김충제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5.03.09 17:03

수정 2015.03.09 17:03

[fn논단] 실익없는 복지논쟁 지양해야

2015년 복지예산은 전년 대비 8.5%로 늘어난 115조원으로 편성됐지만 재정수입은 이를 충당하지 못해 적자재정으로 편성돼 국가채무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35.7%로 증가할 전망이다. 이와 관련해 담뱃값 인상, 연말정산 방식 변경, 지방세 인상 등 이른바 '꼼수 증세' 논란이 생기면서 무상보육, 무상급식 등 복지논쟁이 재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야당은 복지지출 확대와 증세를, 정부는 증세 불가를 주장하고 있다.

복지지출 확대를 위해서는 당연히 복지재원 마련이 뒷받침돼야 한다. 그러나 경기침체와 이에 따른 세수부진으로 어렵게 확대되고 있는 복지정책들이 흔들리고 있는 것이다. 세수가 부족하면 증세를 하면 되지만, 증세는 경기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기 때문에 딜레마라고 할 수 있다.
그렇지만 현재가 복지정책 후퇴와 증세 중에 하나만 선택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볼 수는 없다.

현재까지의 복지정책 전개 과정을 보면 우리나라는 보편주의와 선별주의를 적절히 조화시키면서 발전해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국민연금, 건강보험, 산재보험, 고용보험과 같은 사회보험과 보육지원정책은 보편주의를 강화시켜왔고 국민 기초생활보장이나 사회복지서비스는 선별주의 원칙을 유지하고 있다.

사회보험에서 보편주의는 적용대상을 전 국민으로 한다는 뜻이고, 무상으로 한다는 개념과는 다소 거리가 있다. 현재 논란이 되고 있는 부분은 무상보육이나 무상급식과 같이 비용부담 측면에서까지 보편성을 확보한 제도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어떤 제도가 무상이면 안 되고 유상이면 되고 하는 것은 논리적 문제이기보다는 가치판단의 문제이고 선택의 문제라고 할 수 있다. 복지의 불가역적 성격으로 볼 때 확대된 복지가 치명적 문제점을 가지고 있지 않는 한 이를 되돌리기는 어렵고, 따라서 과거의 논쟁을 되풀이하는 것은 의미가 크지 않다. 더욱이 우리나라 복지 수준은 선진국과 비교할 때 아직 높다고 볼 수도 없고, 고용 및 소득 양극화 현상이 심화되고 있기 때문에 극복해야 할 과제라고 판단된다.

현재의 정부지출 증가 속도와 구조로 판단할 때 중장기적으로 증세는 불가피하다. 우리나라 조세 및 사회보험료 부담은 GDP의 26∼27%로 고복지 국가로 분류되는 북유럽 국가 국민 부담률의 절반가량에 불과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유럽 국가에 비해 조세저항이 강한 것은 정부에 대한 신뢰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납입한 세금이 제대로 쓰이지 않고, 낭비적으로 사용된다는 국민인식이 존재하는 한 추가적 조세부담을 용인하기 쉽지 않다. 증세가 가능하기 위해서는 현재 정부 세출이 비용효율적으로 사용되고 있다는 믿음이 전제가 돼야 하지만 우리나라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또한 조세부과는 형평성이 있어야 수용성이 높아지는데 법인세, 소득세, 부가가치세 등 세금 선택에 있어서 사회적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따라서 현 시점에서는 증세보다는 정부예산을 비용효율적으로 사용하려는 노력이 우선돼야 할 것이다. 도로 및 항만 건설과 같은 사회간접자본(SOC)에 대한 투자도 경제적 효율성을 사전에 충분히 검토하는 등 다른 선진국에 비해 여전히 높은 경제개발비 비중을 적정 수준으로 조절할 필요가 있다.
복지지출 중 부정 중복수급은 크게 감소했지만 민간부문에 과다하게 의존하고 있는 복지서비스 공급체계가 오히려 비용을 유발하고 수요자의 만족도를 저감시키고 있다는 점에서 복지 수준에 걸맞은 복지서비스 공급체계로 개혁이 요구된다.

김용하 순천향대 금융보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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