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훈식 칼럼]

가계빚과 초이노믹스

상환능력 떨어져 부실 우려.. 담보대출 선별적 규제 필요

가계빚이 초이노믹스의 최대 복병으로 등장했다. 작년 말부터 주택담보대출이 폭증하면서 금융부실화 우려와 함께 대출 옥죄기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여기저기에서 터져나오고 있다. 어느 정도의 가계부채 증가는 예견됐고 정부도 예상했다. 초이노믹스의 핵심이 주택시장 부양이고, 주택대출 규제완화를 그 불쏘시개로 썼기 때문이다. 그런데 가계빚의 절반을 차지하는 주택담보대출이 예상을 넘어 위험수위로 치닫자 정부로서도 적지 않게 곤혹스러워하는 모습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작년 말 현재 가계부채는 1089조원으로 한 해 동안 무려 67조6000억원이 늘었다. 올해 들어서는 증가세가 더욱 가파르다. 7대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 잔액은 작년 말 316조4000억원에서 2월 말에는 319조9000억원으로 두달 만에 3조4000억원이 늘었다. 작년 동기 증가액과 비교하면 무려 8배에 달한다.

가계부채 증가가 문제되는 건 국내외적 경제여건 변화로 급격한 금리인상이나 담보부동산 등 자산가치가 하락하면 자칫 금융위기와 함께 경제파탄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실제 가계소득에 비해 가계부채가 훨씬 빠른 속도로 늘면서 상환능력 저하와 함께 금융부실화 우려를 키우고 있다. 가계소득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근로자 실질임금은 작년에 1.3% 오른 데 비해 가계부채는 6.9%나 늘었다. 가계부채가 급증하면서 작년 9월 135%이던 가처분소득 대비 가계부채 비율이 올해는 160%에 달할 것이라는 비관적 전망도 나온다.

더 큰 문제는 최근에 늘고 있는 가계부채의 성격이 종전과 질적으로 다르고 급증세가 계속될 것이라는 점이다. 생계형 주택담보대출이 꾸준히 늘고 있는 가운데 집값의 평균 70%를 넘는 '미친 전세' 때문에 '사자' 분위기가 확산되고 분양시장에는 일부 투기수요가 일고 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과 수도권의 주택거래량은 전년 동기 대비 4.2%, 10.4% 늘며 통계를 시작한 2006년 이후 2월 거래량으론 가장 많았다. 같은 달 서울 아파트 거래량도 8000건을 넘어 역시 최고를 기록했다. 초저금리 추세와 함께 정부가 초저금리의 주택대출 상품을 쏟아내고 있는 것도 주택대출 증가를 부추기는 요인이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벌써부터 부동산 시장 과열과 거품붕괴 후유증을 우려하며 돈줄 죄기와 시장규제 강화 등 선제대응을 주문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하지만 가계대출이 늘었다고 해서 손바닥 뒤집듯 다시 돈줄 죄기에 나선다면 부작용만 키울 뿐이다. 냄비정책은 당장 정부와 정책에 대한 신뢰를 떨어뜨려 시장에 나쁜 영향을 준다. 모처럼 만에 살아나는 부동산 시장을 위축시키고 집값 추락으로 연결돼 '하우스푸어 양산→금융부실화→내수부진→디플레이션'의 악순환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얘기다.

현 상황에서 가계빚 폭증과 금융부실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할 방법은 따로 있다. 우선 주택담보대출에 대한 구조조정이다. 주택담보대출 제도에 대한 운용의 묘를 살리는 거다. 주택담보대출이라는 게 집을 새로 사는 과정에 은행에서 집을 담보로 잡아 돈을 빌리는 것과 기존 집을 담보로 대출을 받아 자영업 등 다른 용도로 쓰는 것 등 크게 두 가지 유형이 있다. 이 두 가지의 정확한 대출실태를 파악하고 대출상환 능력을 파악하는 것이 먼저다. 그런 뒤 성격과 상황에 맞게 별도의 대출기준을 세우는 것이다. 서민 주거안정 지원을 위한 내집장만과 주택경기 진작 등 경제살리기 차원의 주택담보인정비율과 총부채상환비율은 완화 기조를 유지해야 한다.


그외 다른 용도의 주택담보대출은 담보인정비율이나 총부채상환비율 규제를 옥죄어 금융부실화로 전이되는 것을 막을 필요가 있다. 초저금리의 정책자금 대출도 가급적 억제해 상환능력을 넘는 무리한 대출로 이어지는 것을 차단해야 한다. 더 근본적인 해법은 주택시장 과열을 예방하면서 금융구조 개혁을 최대한 빨리 마무리해 어떤 환경에서도 금융이 흔들리지 않는 토대를 마련하는 거다.

poongnue@fnnews.com 정훈식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