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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장칼럼] '절절포' 초심 잃지 말라

양형욱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5.03.10 17:25

수정 2015.03.10 17:25

[차장칼럼] '절절포' 초심 잃지 말라

스포츠 경기에서 용병술은 승패를 좌우하는 핵심 요소다. 전·후반 합쳐 90분간 치러지는 축구경기에서도 감독의 선수교체 전략이 중요하다. 한국 축구를 빛낸 역대 명장들은 공통적으로 용병술이 뛰어났다. 지난 2002 한·일 월드컵 4강을 이끈 히딩크 감독이 1순위로 꼽힌다. 지난 2012 런던올림픽에서 동메달 획득을 주도한 홍명보 감독도 마찬가지다. 올 들어선 슈틸리케 감독도 효과적인 후반 교체선수 기용을 통해 명장의 계보를 잇고 있다.


국정 운영에서도 용병술이 중요하기는 마찬가지다. 집권 3년차를 맡은 박근혜정부는 어떨까. 그간 박근혜정부는 전반전 격인 지난 2년간 좀처럼 선수교체를 하지 않았다.

어찌 보면 감독은 선수들이 알아서 뛰는 '믿음의 축구' 전술을 구사한 셈. 그러나 경기 결과는 어떤가. 우리 경제는 곳곳에서 경고음이 감지되고 있다. 우리 경제의 시한폭탄으로 여겨지는 가계대출은 지난 1월 말 기준 518조6000억원으로 전달 대비 4000억원이 늘었다. 전년 말 대비 1월 가계대출 잔액이 증가한 것은 10년 만에 처음이다.

디플레이션 공포도 확산되고 있다. 지난 1월의 생산.소비.투자.수출입 등 거시지표는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석 달째 0%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내수는 부진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데다 수출마저 인해전술을 앞세운 중국과 엔저를 등에 업은 일본 사이에서 위기를 맞고 있다.

결과만 놓고 보면, 박근혜정부의 전반전 선수들이 졸전을 치렀다는 결론이 나온다. 박근혜정부가 후반전인 집권 3년차에 장관급 4명을 한꺼번에 교체하는 개각 승부수를 던진 이유다. 후반전 교체투입 선수 중 기대를 모으는 주인공은 임종룡 금융위원장 후보자다. 전반전을 책임진 신제윤 금융위원장도 직을 걸 만큼 열심히 뛰었지만 감독은 후반전에 교체카드를 꺼냈다.

후반을 책임져야 할 임 후보자의 어깨는 어느 때보다 무거울 수밖에 없다. 한국 금융이 현재 심각한 위기에 처해있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해 세계경제포럼(WEF)은 한국 금융시장의 성숙도를 세계 80위로 평가했다. 아프리카 우간다(81위)와 비슷한 수준이다.

한국 금융이 이 지경인 데는 금융보신주의와 낡은 관행이 금융권에 뿌리깊게 박혀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경제 컨트롤타워인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연달아 금융권을 향해 "금융업이 고장 났다"면서 쓴소리를 쏟아낼 정도다. 최 부총리의 발언은 임 후보자를 향해 "고장난 금융을 고치라"는 원격 주문으로도 들린다.

다행히 임 후보자는 32년간 공직에 재직하면서 금융정책과 경제정책을 두루 경험한 베테랑답게 금융개혁의 필요성을 절감하고 있어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그는 지난달 3일 열린 '범금융 대토론회'에서 금융개혁을 '절절포'(절대로 절대로 포기해선 안된다)라는 표현으로 강조했다. 10일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도 임 후보자는 "지금이야말로 금융개혁을 추진해야 할 적기이자 마지막 기회"라면서 금융개혁을 중점 정책으로 제시했다.


금융개혁의 성패를 가를 관건은 끈기 있는 실행 여부다. 어떤 장애물이 있더라도 '절절포' 자세로 초심을 잃지 말아야 한다.
임 후보자가 박근혜정부 후반전에 우간다 수준의 한국 금융을 프리미어리그 수준으로 끌어올린 '금융 스트라이커'로 부상하길 기대해본다.

hwyang@fnnews.com 양형욱 금융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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