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장칼럼]

오락가락 교육부, 부글부글 대학가

대학이 자유를 빼앗겼다. 무슨 뚱딴지 같은 얘기냐고 물을지는 모르겠지만 2015년 한국의 대학들 중에 이 말을 부정할 만한 곳은 손에 꼽힐 정도다. 대학들의 현실은 구조개혁평가라는 거센 회오리속에 원하든 원하지 않든, 학생들의 반발이 있든 없든 교육부가 정해 놓은 기준을 채우기 위해 칼을 뽑아야 하는 상황이다. 특히 이 과정에서 오락가락하는 기준은 학교당국과 학생들간의 불화만 키우고 있다.

현재 대학사회를 관통하고 있는 단어는 '구조개혁평가'다. 학령인구 감소를 대비해 2022년까지 대학 정원 16만명 줄이기에 나선 교육부는 총 12가지 지표를 제시한 후 점수를 매겨 등급에 따라 강제적인 정원감축에 나서고 있다. 점수가 나쁠수록 더 많은 정원을 줄여야 하는 구조다.

평가지표는 개선이 가능한 항목과 그렇지 않은 것으로 나뉜다. 전임교원 확보나 교육비 환원율, 학생충원율 등은 거액의 자금이 필요하거나 자체적으로 개선이 쉽지 않은 부분이다.

반면 돈을 들이지 않고 쉽게 개선이 가능한 대표적인 항목이 바로 학생 평가 부분이다. 지난해 평가지표 공개후 학생들에게 느닷없이 불똥이 튀게 된 것도 이 때문이다. 학생평가 항목은 당초 '성적 분포의 적절성 (1점, 정량)'과 '엄정한 성적 부여를 위한 제도 운영의 적절성 (3점, 정성)' 등 2가지로 평가하는 방안이 제시됐다. 특히 1점짜리인 '성적 분포의 적절성'이 대학가에 가져온 파문은 컸다. 지표가 공개되자 상당수의 대학들이 상대평가를 강화하는 안을 제시했고 급기야 시험을 지른 후 느닷없이 상대평가를 실시하겠고 선언한 곳도 나타났다. 특히 미대 학생들은 예술을 어떻게 상대평가할 수 있느냐며 학문 자체에 대한 몰이해를 비판하기도 했다.

사실 이번 평가의 기준은 2012년~2014년까지 3년간이다. 엄밀히 따지면 대학들의 이같은 대응은 평가에 반영되서는 안되지만 정성평가가 이뤄지기 때문에 점수로 이어질 것이라는 기대심리가 작용한 것이다.

그런데 이처럼 분란을 초래한 '성적 분포 적절성'이 지난달 말 최종안에서 빠지고 '엄정한 성적 부여를 위한 관리 노력을 평가'의 배점이 4점으로 늘어났다. 대학들이 점수를 받기 위해 무리하게 상대평가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학생들과 충돌을 빚자 항목을 삭제해 버린 것.

하지만 이같은 결정은 새로운 논란의 불씨를 지폈다. 학교측과 충돌을 빚었던 대학의 총학생회들은 '성적 분포의 적절성' 항목이 삭제됐으니 상대평가를 강화할 명분이 없어졌다며 철회를 주장하고 있다.

실제로 한양대 총학생회는 평가지표의 변경이후 상대평가 강화계획의 철회를 요구했지만 학교측은 이를 거부하며 충돌을 빚고 있다. 한양대 총학생회는 상대평가 철회 등을 위한 5000인 서명운동을 추진하고 있다. 경희대 총학생회도 학교측이 추진하고 있는 성적평가제도 개편안에 반대하며 학생들의 의견을 수렴해 보완할 것을 주장했다.

대학 당국의 시각은 학생들과 달라 지표가 다시 어떻게 바뀔지 모르기 때문에 백지화 하기는 힘들다는 입장이다.
정성평가 역시 무시 못할 변수다.

결국 지금의 대학가는 교육부가 노를 젓고 있지만 이리 기우뚱, 저리 기우뚱 하는 모습이다. 이미 물에 흠뻑 젖은 이들의 불만은 계속 높아지고 있다.

cynical73@fnnews.com 김병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