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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헌 결정 난 法 32건, 여전히 방치

파이낸셜뉴스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5.03.15 17:24

수정 2015.03.17 20:29

헌재서 위헌 결정 나거나 헌법 불합치로 확인된 법 국회 개정·폐지조치 안해
국가보안법 제19조 대표적 1992년 이후 23년째 방치

위헌 결정 난 法 32건, 여전히 방치

위헌 결정이 났는데도 개정이나 폐지 등 후속조치가 안 돼 여전히 '현행 법률'로 살아남아 있는 사례가 30여건에 달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15일 헌법재판소 등에 따르면 지금까지 위헌·헌법불합치 결정이 내려진 법령 중 모두 32건이 아직 개정·폐지되지 않은 채 방치되고 있다.

위헌 결정이 내려진 법령은 헌법에 따라 효력이 즉시 사라지고, 헌법불합치 결정이 나오면 1년여의 유예기간을 두고 후속 입법을 해야 한다. 하지만 위헌 결정을 받은 법령을 폐지하고, 헌법불합치 결정을 받은 법률을 개정하는 것은 입법기관인 국회의 임무다. 결국 국회가 헌법과 법률을 어기고 임무를 방치하고 있는 셈이다.

가장 오랫동안 잠자고 있는 법령은 국가보안법 제19조다.
1992년 헌법재판소는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위헌 결정을 내렸지만 여전히 개정되지 않고 있다. 무려 23년째 방치되고 있는 셈이다. 해당 조항은 국가보안법 위반사범에 대해서는 형사소송법에서 규정한 구금기간(경찰단계 10일, 검찰단계 20일)의 예외를 인정해 각각 10일을 더 구금할 수 있도록 규정돼 있었다. 이를 헌재는 "신체의 자유 및 무죄추정의 원칙 등에 위배된다"며 위헌으로 결정한 바 있다.

입법기한을 넘어선 법들도 있다. 해가 뜨기 전이나 해가 진 후 옥외집회를 금지하는 내용을 담은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집시법)' 10조와 23조(벌칙조항)가 대표적이다. 지난 2009년 헌재는 이 두 조항에 대해 "집회의 사전 허가를 금지한 헌법에 위배된다"며 헌법 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이어 개정기간을 2010년 6월 30일로 정했지만 만 4년8개월이 지난 지금도 후속 입법을 하지 못하고 있다.

통신비밀보호법에 규정된 '통신제한조치기간의 연장' 부분도 마찬가지다. 통신제한조치기간을 무제한 연장토록 한 6조 부분이 통신의 비밀을 침해하는 법률이라고 판단, 헌법불합치 결정이 났지만 입법기한이 3년이나 초과했다.

이 외에도 국민투표법, 형법, 공직선거법, 새마을금고법, 형사소송법, 약사법 등 굵직한 법령이 개정되지 않고 방치돼 있다. 입법 과정에서 위헌 소지의 법률이 걸러지지 않는 것도 문제다. 대표적인 것이 최근 논란을 빚고 있는 일명 '김영란법'이다.

지난달 10일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도 '김영란법 위헌 논란'에 대한 의원들의 자성의 목소리가 이어졌다.

이날 국회 회의록을 보면 헌재 김용헌 사무처장은 "위헌 결정이 났는데 후속조치가 안 된 것이 50여건(한정위헌 포함)이다. 절반은 국회에 계류 중이며 나머지는 제안조차 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김 처장은 "(방치된 위헌법률이) 전 세계적으로 유례를 찾기 어려울 정도로 많다"고 답하기도 했다.

이 자리에서 헌재와 국회 간 소통 문제도 지적됐다.
헌재의 최종 결정이 담긴 자료가 국회의원들에게 제대로 전달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헌재 측은 1년에 두 차례 이해관계인에게 결정문 등본 등 자료를 송부한다고 했지만 의원에 따라 '전혀 받지 못했다'거나 '지난해에는 못 받았다'는 등 의원들 대답이 엇갈렸다.


한편 국회 개혁자문위원회는 헌재로부터 위헌 결정이 나면 국회 상임위의 심사절차를 자동 개시하도록 하는 내용의 국회법 개정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hiaram@fnnews.com 신아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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